상봉에서 출발하는 강릉행 KTX가 생긴 이후 강릉 가는 게 만만해졌다. 바다는 보고 싶고, 뚜벅이라 선택지는 좁고, 그래서 제일 만만한 게 강릉... ㅈ님, ㅊ님과 함께 8월 초 여름휴가로 강릉에 다녀왔다.

상봉역에서 ㅊ님과 만나 여행 시작... 청주에서 출발하는 ㅈ님은 고속버스를 타고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강릉역에서 내려 픽업투유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짐을 숙소로 먼저 보냈다.(행사중인지 비용도 5,000원으로 저렴했다. 만원이었음 고민했을텐데 오천원이라 고민 없이 결제하고 두 손 가볍게 여행 시작!)



택시를 타고 아르떼뮤지엄으로 향했다. 사람이 많고 붐볐다. 움직이는 미디어아트들을 보며 사진 찍을 수 있어서 만칠천원을 내고 카톡프사를 바꿀 의향이 있다면 들리길 추천... 밖이 너무 더워서 낮에 실내 스케줄을 꼭 넣어야 할 경우에도 추천... ㅊ님과 서로 빠르게 사진을 찍어주며 퀵 관람을 했다. 곧 도착하는 ㅈ님과 막국수집에서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카택을 불러 교동 삼교리동치미막국수로 향했다. 도착하니 삼교리동치미는 이전을 한다고 문이 닫혀있었다..... 택시기사님이 근처 동해막국수도 맛있고 유명하다고 빠른 판단을 해주셔서 동해막국수에 내렸다.



앞에 단체 손님이 있어 웨이팅을 좀 하고 비빔막국수와 수육을 주문했다. 맵기가 강하지 않아 첫끼로도 적당했다. 사실 넘 배고파서 뭘 먹어도 허버허버 맛나게 먹었을 것...



식후 커피는 근처 쎄라비라는 카페에서 마셨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며 파블로바라는 낯선 이름의 디저트도 시켜보았다. 머랭, 크림, 과일 조합이라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맛이었다. 작고 아늑한 카페에서 소품샵 투어를 할 힘을 충천했다. 교동에 있는 (거의 모든) 소품샵과 독립서점을 들렸다. 나는 한낮의 바다에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책을 샀고 ㅊ님은 오어즈에서 오버핏 반팔티셔츠를 하나 샀다. 지난번에 시간이 맞지 않아 못 들린 포스트카드 오피스에서 엽서를 사고 갑자기 버터나이프 사고 싶었던 게 생각나서 사유의 공간과 레드망치도 열심히 구경했다.(강릉에서 못 삼...ㅠㅠ 동네 모던하우스에서 나중에 구매...)



이 동네에 왔으면 뉴욕커피에 꼭 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 비엔나커피는 존맛이니까. 사장님이 샘플로 주문하지 않은 음료도 서비스로 주셔서 마음이 포근해진다. 카페인이 팍 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땀을 식혔다. 이 동네 넘 오르막이여...ㅠㅠ 뉴욕커피 참 맛있는데 방문할 때마다 손님이 우리뿐이라 우리가 사람들 없는 시간에만 오는 건지 아니면 손님이 적은 건지 괜히 걱정이 된다. 꼭 오래 오래 카페하셨으면...


알바하고 싶어서 찍었나보다...



이런 영감탱 가만 안 둬 감성은 못 지나친다...



오뚜기아파트... 볼 때마다 로고와 폰트가 넘 귀엽다고 생각...

택시 잡기 어려운 건 서울에서도 느끼고 있었는데 강릉이 더 심했다. 숙소에 가려고 카택을 불러도 잡히지가 않았다. 운 좋게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에 도착. 에어컨 틀어놓고 좀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톰스비스트로에서 모짜렐라파이와 해물파스타를 먹었다. 모짜렐라파이는 한 조각 넘어가면서 좀 물리는 감이 있었지만, 치즈가 늘어나는 저 폭력적인 비주얼 포기 못해... 느끼한 피자파이와 얼큰한 해산물파스타의 조합이 꽤 좋았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천천히 물 들어가는 경포의 하늘이 보였다. 휴가철 사람 많은 해수욕장의 저녁이 어쩐지 서글프게 느껴진다고 개인 감상을 토로했는데 ㅈ님과 ㅊ님은 전혀 공감해주지 않았다... 사그라드는 열기가 푸슈슈 꺼져가는 폭죽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고여...ㅠㅠ



바다 신호등이 안전하다고 알려주었다.



바닷가를 걸으며 밤산책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지 않고 숙소에 들어가 티비를 봤다. 이날 쓱과 인천에서 연장까지 가는 경기를 했다. 뭐...긴 연패 이후 우리 가을야구는 나가리가 됐지만 정용진 오는 날 쓱을 이겨서 어쨌든 기분...좋게...생각...



다음날 아점으로 강문어화식당에서 회덮밥과 물회를 먹었다. 비싼 메뉴를 시켜야 바다뷰 룸에 앉을 수 있고, 서빙하는 분들이 불친절하고... 등등 리뷰가 나빴으나 손님 없는 시간에만 두 번 방문해서인지 식사메뉴만 시켜도 바다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내가 먹을 수 없는 비린 해산물이 안 들어가고 반찬이 깔끔하게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ㅊ님의 토일렛이슈로 공중화장실을 찾다가 이런 공원도 보고 솟대를 잔뜩 구경했다. 오히려 좋아...



이거 마시려고 커피 기다리며 커피 마시는 경험을 했다...ㅋ갤러리밥스의 초당옥수수커피...네가 그렇게 맛있어? 가는 길이 애매해 일단 걸었더니 넘 더웠다. 주문하고 50분 기다리라고 해서 건너편 테라로사에 갔다. 테라로사 넘 구세주 같았고 고마웠다... 셀카 찍고 놀다가 시간 맞춰 커피를 받았다. 기다리기 싫어 두 번은 못 먹겠지만 맛있는 하다...



경포대로 돌아와 물깔짝을 시작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뒷 배경에 타인이 찍혀서 이때 찍은 사진 때문에 처음으로 갤럭시 지우기 효과를 써봤다. 대충보면 모를 정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서 냉큼 카톡 프사 바꿨다...



소나무밭에 돗자리 깔고 누워 잠이 올듯 말듯한 상태를 즐겼다. 그러나 개미는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고 돗자리로 기어오르려는 개미들을 쓸어내리며 개미와 한참 전쟁을 했다. 개미 입장에서는 우리가 자기들 공간에 침범한 거겠지... 돗자리 접고 숙소, 우리 공간으로 돌아갔다... ㅈ님과 ㅊ님은 좀 자고 나는 왓챠로 범죄다큐를 보다가 저녁 먹으러 나갔다.



풍년갈비에서 돼지갈비와 냉면을 먹었다. 여기도 인기 맛집이라 줄 서서 기다려야했다. 관광지 맛집...어딜 가든 줄 서서 먹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하나 보다. 갈비는 당연히 맛있었다.



두 번 갔으니 단골인 카페 기와에서 고기의 기름기를 쫙 내려주는 커피를 한 잔 때렸다.



밤바다를 보며 산책을 했다.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서 살짝 극기훈련 같기도?ㅋ 숙소에 돌아와 소녀시대가 나온 놀토를 보며 웃다가 잠 들었다.

다음날 아침 픽업투유로 강릉역에 보낼 짐을 숙소에 맡기고 나왔다.



여행 전부터 미리 예약해둔 미트컬쳐에서 아점을 먹었다. 먹고 싶었던 파히타는 이제 안 한다고 해서(ㅠㅠ) 시저샐러드와 대구크로켓, 스웨디시 미트볼, 새우 파스타를 주문했다. 대구크로켓이 제일 맛있었고 미트볼은 오? 이게 스웨덴의 맛인가? 싶어서 재밌었다. 파스타는 그냥 파스타...



해변이 보이는 카페 미르마르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다멍을 하다가 낮시간 버스를 타야 하는 ㅈ님이 먼저 떠나고 ㅊ님과 안목해변을 거닐고 빨간 등대까지 산책을 했다. 그리고 날이 금방 더워져 지쳤다...


택시 타고 고래책방에 가서 아아를 수혈했다. 가고 싶은 소품샵이 있었으나 힘들어 패스... 책이 많아서 책 구경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몸 속에 쌓은 열기를 좀 빼고 시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나오자마자 더...워...



깔끔한 건어물가게에서 건어물 과자를 사고, 닭강정도 포장했다. 중앙닭강정은 이전에 사간 적이 있어서 이번엔 그 옆에 있는 명성에서 새우세트를 포장했다. 새우가 진짜 크고 양이 많아서 무거웠지만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 만족스러웠다.



강릉에서 마지막 끼니는 감자바우의 장칼국수로... 배가 안 꺼져 나는 제대로 못 먹었다 흙흙ㅠㅠ 뭣보다 감자전을 못 시킨 것이 아쉽...... 장칼은 후추 낭낭한 칼칼한 맛이었다. 장칼마니아 ㅊ님은 앞으로 다른 장칼 맛집도 한 군데씩 다 뽀갤 거라고 포부를 밝혔다ㅋㅋㅋㅋ


휴가철 경포대에 사람이 많다고 투덜대는 게 나야...나..... 가족적인 휴양지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많은 게 더 피곤하다고 느껴졌다. 숙소 근처 골목골목 마다 길 막고 서서 담배피는 남자들이라든지 바다 구경하는데 같이 놀자고 말거는 남자들이라든지...^^ 잘 먹고 잘 논 것과는 별개로 여름 휴가철에는 강릉을 안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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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초봄 공주와 부여를 방문하고 나서 부여에는 여름에 다시 와 활짝 핀 연꽃을 보고 싶다고 블로그에 썼다. 크게 바쁜 일도 없었는데 왜 하루 빼서 부여를 못 갔을까, 믿기지가 않아 걍 금요일 밤에 버스표를 예매해부렀다... 삼성라이온즈가 연패중이라 마음이 힘들어 도피할 곳이 필요하기도 했다. 동서울은 시간표가 안 맞아 굳이 집에서 먼 남부터미널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했지만 고속버스에 앉아 어딘가로 떠난다는 행위만으로도 기분이 환기가 됐다.



첫 끼는 표고농부네김밥에서 버섯김밥과 어묵. 사실 장원막국수가 넘넘 먹고 싶었지만 오픈시간 맞춰 줄 서서 기다리기엔 일상에서 쌓인 피로가 허락하지 않았다...ㅠㅠ 그렇게 일찍 버스를 타고 싶지도, 한 여름에 줄 서서 기다리고 싶지도 않았다...ㅠㅠ 농부네김밥은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세 개뿐인 작은 식당이라 포장 손님이 많았다. 직원분이 옆에서 작은 멜론을 손질하고 계셔서 눈이 갔다. 보통은 버섯김밥과 멜론장아찌김밥을 같이 시키는 듯. 나는 김밥 두 줄은 못 먹어가... 위가 작아가... 아쉽지만 버섯맛이 진한 버섯김밥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터미널과 김밥집과 박물관이 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라 뚜벅이에게는 아주 좋았다.



부여 국립박물관은 백제금동대향로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 볼 가치가 있는 공간이라고 들었다.



향로와 더불어 이렇게 귀여운 토기도 보고



아름다운 수막새도 보고



관음보살상도 보고 왔다.



박물관 근처 카페 G340에 들려 아아를 한 잔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궁남지까지 걷기 위한 힘을 충전했다.



골목을 걸어 궁남지로 향하는 길은 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했다. 무가지를 두는 함이 많아서 신기했다.



궁남지 도착! 막 연꽃축제가 시작된 참이라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들과 행사를 진행하는 진행자의 소리가 들리고 천막 아래 술과 안주를 먹는 공간도 있었다. 연꽃이 만개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그런대로 운치가 있고 아름다웠다.



주변의 소란함과 상관 없이 멍하니 연꽃멍을 하며 바람에 살랑이는 흰 연꽃과 푸른 연꽃잎을 바라봤다.



연잎밥은 다 2인 기준으로 판매해서 이번에도 연잎밥을 못 먹고 가는 게 아쉬울 뿐...



지난번 칭구들과 왔을 땐 포룡정 다리에서 사진도 찍었는뎁...나도 친구 있는뎁...ㅠㅠ



혼자 다니는 설움을 삼키며ㅋ 택시를 불렀다. 지난번엔 카택이 안 돼서 무조건 콜택시를 불렀었는데 이번엔 카택이 잘 잡혔다. 올ㅋ 규암마을 쪽에 소품샵과 카페가 좀 있다고 들어서 택시를 타고 강을 건넜다. 수공예 소품샵을 구경하고 그 옆에 있는 책방세간이라는 곳에서 차를 마셨다. 너무 더운 상태라 아이스로 마시기 좋은 티를 추천 받아 들이켰다.


땀을 식히고 커피를 마시러 다른 카페를 찾아 떠났다. 가는 중 만난 막 짓고 있는 건물이 발달한 미래의 카페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근데 이게 내가 커피 마실 수월옥이라는 카페...! 진짜는 못 이긴다고 진짜의 인테리어가 더...!



힙한 쟁반 위에 올려진 시원한 라떼 한 잔을 잘 마시고 택시를 타고 다시 강을 건넜다. 장원막국수는 엄두가 안 나니 다른 막국수라도 먹고 싶어 진메밀막국수를 도착지로 잡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오후 장사를 안 한다는 안내문이 문에 붙어 있었다...ㅠ 라떼로 텁텁해진 입을 매콤, 시원한 막국수로 싹 씻는 이미지트레이닝이 이미 다 된 상태여서 아쉬움을 참을 수 없었다...



매콤, 시원한 면을 무조건 먹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검색해서 찾은 냉면맛집 사비면옥! 비냉... 존맛이었읍니다... 올해 먹은 냉면 중 최고, 한 그릇 뚝딱했다.



고속버스 탈 시간까지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추억여행을 위해 ㅇㅂ이가 초봄의 햇살을 받으며 벤치에서 꾸벅꾸벅 졸았던 관북리 유적지에 들렸다. 높은 건물이 없는 동네라 계단만 좀 올라도 동네가 한 눈에 보여 신기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ㄱ 같은 지는(그리고 또 지는 아니, 매일 지는) 삼성라이온즈를 보며 눈물을 삼켰다... 동네 편의점에서 맥주와 과자를 사서 귀가했다. 맥주가 더위와 패배를 씻어내주길 바라며 들이켰다...


삼성라이온즈를 사랑해서...야구가 날 괴롭혀도 묵묵히 견디겠다는 호갱같은 약속을 해서... 친구들을 졸라 야구 보러 대구에 다녀왔다. 이틀 연속 야구 보게 할 순 없으니까 하루는 나 혼자 볼게, 한 경기만 같이 봐주셈...딜을 했고 친구님덜이 응해주셨다. ㄱㅅㄱㅅ.


동대구역에서 내릴 때마다 컬러풀대구 사진을 찍는다. 지금 이거 파워풀로 바뀌었나요????? 홍감탱 가만 안 둬... 나는 수서에서 출발해 SRT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렸고 ㅇㅂ쓰는 청주에서 버스를 타고 동대구터미널에 내렸다. ㅇㅈ쓰는 반차를 쓰고 저녁에 올 계획이라 일단 둘이 먼저 만나 반나절 같이 놀았다.



조밀에서 파스타와 리조또를 때렸다. 평일이라 웨이팅 없이 먹어서 좋았다. 냠냠굿...



내적 단골 오브너에서 후식으로 초코케잌과 커피를 연이어 때려주었다. 단 음식을 싫어하는 ㅇㅈ쓰 때문에 셋이 만나면 되도록 초코디저트를 안 시키는데, 그 결과 ㅇㅂ쓰와 둘이 볼 때는 초코케잌을 먹게 된다???? 더 많은 오브너의 케잌을 맛 보고 시포요...



숙소에 짐을 두고 나와(중앙로역 근처 복층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위치도 좋고 셋이 자기엔 호텔보다 나았다.) 근처 소품샵을 둘러보았다. 우정반지를 하자고 우겨서(십 년 넘게 우겨서 여러 악세사리를 맞추지만 거추장스러운 거 싫어하는 친구들이라 잘 해주지 않는다.) 아직 오고 있는 중인 ㅇㅈ 몫까지 반지를 구입했다. 5월이었음에도 대구가 너무 더워 돌아다니면서 조금 지쳤다.



맛있는 커피를 판다고 해서 코그커피를 찾아 들어갔다. 간판이 없고 카드에 긁혀나오는 상호명도 달라 혼란스러운 상태로 커피를 마셨다. 코그커피인지 브뤼로스터즈인지 모를 공간에서 마신 커피는 맛있었다.



야구보기 전까지 남는 시간 동안 독립서점들을 구경하며 대구 시내 투어를 했다. 내가 지하철로 야구장을 향해 떠난 후, ㅇㅂ쓰는 ㅇㅈ쓰를 만나 막창을 먹었다고 한다...



막창 보다 좋은 야구... 자주 못가서 더 가고 싶은 라팍에 도착했다. 역시 외모 원탑 존예 내 라팍... 팀스토어에 들려 유니폼을 먼저 샀다. 구선데이 뽕따 유니폼에 재현이 마킹을 박는 게 가장 원하는 선택지였는데 재현이 마킹이 없다구 해서 고민하다가 걍 어웨이에 태인이 마킹을 박았다. (그리고 그 마킹은 한 달 후 제거 당함...ㅋ 걍 ㅇㅌㅇ과 내적 불화가 생겨 참을 수 없고 이 유니폼을 입고 싶지 않아 인터넷에 널린 팁대로 다이소 접착제 제거제 뿌려 카드로 밀어가며 열심히 뗐다. 나는 이 친구가 야구를 잘하고 우리팀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똑똑해서 좋아했는데 그게 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본 것이었다.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고 행동이 중요한 건데 또 말 잘하는 사람한테 속아부렸네... 우리팀 선수니까 잘 했으면 바라겠지만 그 이상의 정은 앞으로도 주기 힘들 듯ㅋ 붙인지 얼마 안 돼서 인지 마킹은 넘나 잘 떨어졌다. 다음에 라팍갈 때 따른 어린 선수로 재마킹해야지~.~)



혼자 보는 거라 스카이 중앙 구역으로 예매를 했다. 지금은 혼자 응원석 가서 잘 놀 수 있는데 이때만 해도 중앙에서 얌전히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나 보다. 바보... 경기가 쓰레기 같으면 허니단장님이라도 보면서 즐기는 게 맞는 일인 걸...



경기시작 전 중앙로에서 사온 바뷔침 매참김밥을 저녁으로 먹었다. 맛있긴 한데 또 먹고 싶을 정도는 아니어서 한번 츄라이 해본 것으로 만족...



코로나 이후 야구장에서 마시는 첫 맥주라 감동해서 찍어보았다... 야구 얘기는 적고 싶지 않당.. 뷰가 7이닝 1실점 하고도 진 경기^^!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에 ㅇㅂ쓰가 전화를 해서 스코어 보고 위로해주려 했나 생각했지만 머리끈 사가지고 오라는 심부름 전화였다... 그리고 그녀는 잠옷바지도 챙겨오지 않아 늦은 밤 황급히 나가 속옷 가게를 찾는 모험을 떠나기도 했다... 정신 없는 친구가 있어 패배의 아픔이 가볍게 느껴졌다ㅋ 셋이 여행할 때마다 밤에는 ㅇㅂ쓰가 골라온 영상물을 보게 되는데 이 땐 고잉세븐틴을 봤다. 웃긴 거 하나, 무서운 거 하나 야무지게 챙겨 보고 잤다.



다음날 첫끼 고민하다가 택시 타고 수봉반점에 갔다. 나름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갔음에도 30분 기다려야 했다. 짬뽕과 볶음밥, 중화비빔밥을 시켰다. 유명한 중화비빔밥도 비빔밥인데 짬뽕이 존맛탱이었다. 든든하고 힘이 나는 한 끼를 먹고 커피 한 잔 사들고 들어와 숙소에서 쉬다가 또 커피 마시러 나섰다.



모자이크커피라는 곳에 갔다. 잘 모르고 걍 간 곳이 라떼맛집이어서 좋았다. 옛 양옥집 같은 공간이라 사진도 찍고 ㅇㅈ쓰가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거 구경도 하면서 놀았다. 나오는 길에 테이블웨어를 파는 근처 소품샵에 들러 갑자기 숟가락도 샀다... 걍 모던하우스에서 사도 되지만 왠히괜지 여행중에 돈이 쓰고 싶어지니까...



배가 안 고파서 포장을 할까 고민하다가 자리에 앉으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 주문을 했다. 여기는 스노우피... 혼자 왔을 때 연어초밥 못 시킨 게 억울해서 같이 시켰다. 든든하게 먹고 야구장으로 이동했다. 유니폼 세 벌을 가져와서 친구들도 다 입혔다ㅎㅎㅎㅎ ㅇㅂ쓰는 원태인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했으나 내가 원한 그림에 맞추어 유니폼을 입어주었다... 그리고 혼자라서 못 했던 포토존에서 사진 찍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엔 참 즐거웠다ㅎㅎㅎㅎ



칭구칭구들과 온 거라 즐겁게 보려고 응원단석을 예매했다. ㅇㅂ쓰는 앉지 못하고 계속 서서 응원해야 하는 상황에 조금 힘들어했지만(연장까지 감...ㅋ) ㅇㅈ쓰는 남는 응원타월을 손에 쥐어주니 나보다 더 응원을 잘 따라했다.


맥주 두 잔이 이틀 연속 직관 패배의 아픔을 달래주진 못했다... 이때도 수아레즈에게 미안했는데 9월인 지금도 미안하넴...ㅠㅠ

숙소로 돌아와 아이스크림 퍼먹고 ASMR 들으며 힘겹게 잠이 들었다.


지하철역 라커에 짐을 맡기고 브런치를 먹었다. 아파트먼트에서 블랙퍼스트 플레이트와 샥슈카,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했다. 배달 주문이 많아서 인지 음식 나오는 게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맛있었고(특히 프렌치 토스트가 두툼하고 퐁실해서 존맛탱) 커피도 좋았다.


레이지모닝에 들려 포장해 가져갈 빵을 골랐다. 마땅히 사가지고 갈 게 없어서 빵을 산 것인데, 크로아상 아주 맛났다...



전에 대구 사는 친구들과 놀았을 때 앞산이 핫플이었던 기억이 나서 굳이 친구들을 끌고 택시 타고 앞산으로 향했다. 라겟옴의 비엔나커피가 맛있었던 것까진 계획대로 이루어졌지만 핫플이라기엔 너무 사람이 없는 휑한 분위기와 닫힌 곳이 많은 상점들 때문에 당황스러웠다.(대구분덜...요즘 어디서 노시나요?ㅠㅠ)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가려고 했던 파스타집이 닫혀있었던 일...ㅠㅠ 네이버에는 영업중이라고 떠있는데!!! 중앙역에서 맡긴 짐을 찾아 동대구역까지 가야해서 시간이 빠듯해 다른 식당은 시도도 못하고 애매하게 배고픈 상태로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그때 대구친구덜이 동대구역에 있는 콩나물국밥과 순두부찌개 같이 하는 집에서 자주 식사한다고, 거기 괜찮다고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가 소중한 마지막 끼니를 챙길 수 있었다... 여행에서 계획이 어긋날 때 스트레스 받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J인가 보다...ㅠㅠ 흑흑 마지막 날 시간이 빠듯하지만 않았어도 좋았을 걸...ㅠㅠ 더 물 샐 틈 없는 계획으로 실수를 줄일 것을 다짐해본다...

SRT 안에서 재현의 역전 홈런으로 연패를 끊는 걸 보며 삼성라이온즈가 넘 싫으면서 넘 좋았다...ㅠㅠㅠㅠ 재현이가 홈런 10개 쳐준다고 했는뎁...ㅠㅠ 흑흑 시즌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아쉬운 게 많다. 재현이는 천재니까 내년에는 더 더 잘할겨...ㅠㅠ 이제 믿을 건 얼라들뿐이 없다...

연휴 맞이 밀린 여행기 쓰기 대작전에 돌입한다... 사진 위주로... 적어도 방문했던 식당과 카페들 상호명은 나중에 찾아볼 수 있도록... 나만의 작은 데이터 저장소를 만드려는 노력을 멈추지는 않을 것... 그러나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가물가물혀... 원망스러운 게으름... 원망스러운 기억력...

ㅇㅈ쓰와 겨울바다를 보러 가기 위해 속초로 향했다. ㅇㅂ쓰와 16년 여름에 다녀온 후 첫 방문. 고층 오션뷰 숙소가 저렴해 뽐뿌가 왔다. 늘 ㅇㅋㅇㅋ해주는 ㅇㅈ쓰의 ㅇㅋ를 받아 예약하고 여행 시작...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으러 갔다. 숙소 근처 물회 맛집, 항아리물회. 물회 하나 시키고 겨울이라 뜨끈해지고 싶어서 섭국도 시켰다. 물회 가격 대비 대혜자고 처음 먹어보는 섭국도 맛있었다. 뜨끈, 얼큰해서 밥 말아먹으니 겨울에 최고... 섭이 뭔지 몰랐다가 홍합이란 걸 처음 알았다.



기억이 날 듯 말 듯한 풍경 속을 거닐며 숙소로 향했다. 빨랫줄에 걸린 생선과 오징어가 넘 귀여워...


숙소에 짐을 두고 나와 후식 타임... 라또래요에서 젤라또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여러 종류 중에 세 가지를 고르는데, ㅇㅈ쓰와 나 겹치는 맛 하나도 없는 거 실화냐... 나는 달달파고 ㅇㅈ쓰는 상큼파... 아무래도 감자젤라또가 젤 특색있었다. 맛은 그냥 차가운 매쉬포테이토맛...



속초해변을 거닐었다. 속초아이가 건설 중이었고(지금은 운행하는 듯), 전에는 없었던 높은 건물들도 보였다.




가려는 카페와 동선이 맞아 귀여운 소품샵에도 들였다. 같이 못 온 ㅇㅂ쓰를 위한 스티커를 사고 반지 팡인 답게 반지도 샀다. 여기서 산 반지 올해 내내 데일리로 잘 끼고 있다.




앉아서 하염없이 바다멍하기 좋은, 창가 자리에 앉으면 사진이 잘 나오는 앵커커피에 앉아 셀카 오십장, 서로 찍어주기 오십장 타임을 가졌다....



여행시 만오천보 이상 걷지 않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이라 바로 행군 시작... 등대전망대를 오르니 숨이 헐떡헐떡 찼다. 힘은 좀 들었지만 쨍하고 맑은 겨울 날씨를 한껏 만끽했다.



저녁으로 송가네갈비촌에서 갈비를 먹었다. 눅진한 맛의 돼지갈비가 맛났다. 생갈비는 내 입맛에는 넘 기름져서 내 픽은 양념갈비인데, ㅇㅈ쓰는 생갈비의 낭낭한 돼지맛이 더 좋았다고 한다.



칠성조선소에서 기름기를 내려주는 커피타임을 가졌다. 여기 냥형이 접대냥이라 내 무릎에도 올라와주고 냥냥 인사도 잘해줘서 넘 행복했다.



커피를 마시고 나와 청초호를 걸었다. 일루미네이션 조명이 화려해서 구경하고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몽트비어에서 사온 맥주와 근처 새우튀김집에서 사온 안주로 하루를 마감! 이때 여고추리반 열심히 달릴 때라 같이 여추반 봐서 넘 재밌었다...



이른 새벽, 세수만 하고 일어나 택시 타고 영금정으로 향했다. 일찍 도착해서 영금정 명당 자리를 사수하고 일출을 보았다. 날이 흐려 해를 볼 수 있으려나 걱정을 좀 했으나 오히려 붉고 둥근 형상의 해가 두둥 등장...!하여 감동적이었다. 이때 아직 V 30을 쓰고 있어서 내가 찍은 사진은 좀 그런데, ㅇㅈ의 렌즈가 좀 깨진 S20울트라가 열일했다.



숙소로 돌아가 간단하게 아침 먹었다. 나는 숙소 1층 빵집에서 산 빵과 커피를, ㅇㅈ쓰는 편의점 라면과 계란으로 각자 먹고 싶은 거 먹긔... 뷰를 남기기 위해 베란다에서 설정샷도 찍어보았다.


느긋하게 쉬다가(같이 놀토보면서 낄낄거리기) 산책 나갔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외웅치까지 이어지는 바다향기로를 걸었다. 바다둘레로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어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포항까지 걸었나? 중간에 택시를 탔나?(기억 실종...ㅠ) 무튼 대포항 들려서 또 소품샵 한 군데 가주고, 모녀가리비로 향했다. 오징어순대와 장칼국수를 시켰다.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손님이 진짜 많았다. 오징어순대가 누룽지처럼 바삭해서 별미였다. 입천장이 까졌지만 고소해서 넘넘 맛있었다. 손님들 계속 줄 이어 올만해...



대포항에서 버스를 타고 낙산사에 갔다. 낙산사로 가는 길 자체가 해변 드라이브 코스라 창 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기분 째진다. 낙산사는 갈 때마다 좋은 기운을 느낀다... 가슴이 뻥 뚫린다.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보는 해수관음상도 참 좋았다.



나무빗과 괄사를 구입 후(갑자기??? 스럽지만 절 기념품샵에 가면 뭐라도 사고 싶어진다...) 다래헌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물고기 풍경이 커여워.




버스타고 속초로 돌아와 진미막국수에 갔다. 둘 뿐이라 수육을 못 시키는 슬픔을 감자전으로 대신해보았다. 점심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 이 마저도 다 못 먹어서 속상하고 스스로의 위장이 원망스러웠다.



커피를 꼭 마셔야 하는 법이 있어서뤼... 여기 상호명이 기억이 안 나 카드내역 검색하고 네이버지도 찾아보고 짧은 ㅈㄹ를 했다. 사진에 레스토커피라고 써있네...ㅋ 휴... 작지만 아늑하고 커피도 맛있었다.


내가 맥주 먹고 싶다고 주장해서 술도 잘 못 마시는 ㅇㅈ쓰가 같이 가주었다. 택시로 왕복해야해서 귀찮은 길이었는데 ㅇㅈ쓰 ㄱㅅㄱㅅ... 샘플러와 안주를 피자시켰다. 이 때도 나는 흑맥주를 젤 좋아하고 ㅇㅈ쓰는 시트러스한 과일향 맥주를 선호해서 선택을 딱 반반했다ㅋㅋㅋㅋㅋㅋ 배가 불러 남긴 피자는 다음날 아침으로 잘 먹었읍니다...



일출쳐돌이가 되어 마지막 날에도 새벽에 일어나 속초해변에서 일출을 보았다. 이렇게 일찍 눈 떠서 나가다니 멋지다 멋져...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피자 먹으면서 놀라운 토요일 봄...ㅋㅋㅋㅋㅋ



아점으로(피자는...새벽 식사...) 751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택시타고 갔는데, 홀 영업을 안 하신다고 해서 당황해서 나왔다...ㅠㅠ 미리 알았으면 배달시켜 먹었을텐데...ㅠㅠ 빠르게 2안 매자식당으로 향했다. 쌀국수 개존맛. 이 날은 전 날과 달리 기온도 낮고 바람도 차가워서 많이 추웠다. 따뜻한 국물, 오히려 좋았을 수도...



맛있는 커피를 찾아 카페를 검색해 가는 길... 주머니에서 손난로가 터져 작은 난리가 벌어졌다. 편의점에서 산 손난로 두 개가 다 터져서 ㅇㅈ 손도, 내 손도 까매졌다...ㅋ 모르고 좀 더 오래 조물락거렸던 내 손은 손톱 밑까지 거뭇거뭇해서 짜증이 났다... 꼭 커피가 맛있었으면 바라고 자리잡은 커피벨트... 사장님의 취향이 느껴지는 소품들로 아늑한 공간이었다. 나는 친절한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커피로 마음을 다스렸고 ㅇㅈ쓰는 매실차로 위장을 다스렸다.



시간이 남아서 갯배타고 아바이마을에 들렸다. 춥고 바람 많이 부는 날 야외활동을 옳은 선택은 아니었다... 아바이마을도 광광지로 크게 매력이 있는 게 아니라 더 그렇게 느껴졌다. 갯배st.신기루상점 들려 기념품 구경을 하며 몸을 녹이고 커피와 달다구리를 좀 먹었다. 힘을 좀 내서 시장으로 향했다. 엄마의 심부름인 말린 생선을 사고, 나의 욕심인 마카오박 에그타르트와 휘낭시에를 샀다.(예약해야 하고 픽업 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 조금 귀찮긴 했지만... 마카오를 못 가는데 마카오박이라도...) 집에 돌아와 먹어보니 더 살 걸 생각할 정도로 맛있었다. 타르트도 휘낭시에도 존존맛...ㅠㅠ



속초에서 마지막 끼니로 고궁회관 가오리찜을 선택했다. 후회 없는 선택... 이모네랑 비교해서 생선은 이모네가 더 두툼하고 먹을 게 많은데 양념이 고궁회관이 더 자극적이고 입에 짝짝 붙는다... 밥 한 공기 뚝딱인 맛...



돌아오는 길에는 프리미엄 버스를 탔다. 처음으로 타본 프리미엄 버스는 우등고속과는 비교할 수 없이 편했다. 특히 혼자 지방에 갈 때 저 혼자 앉는 자리에 앉으면 넘 좋을 것 같다...


백팩엔 말린 생선을, 손에는 타르트를 들고 집으로 귀가... 속초야 또 5년 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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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정: 블로그가 너무 밀려 포스팅을 할 엄두가 나지 않을 때는 어디 갔다온 사진만 먼저 주르륵 올려놓으면 된다.


지난 2021년 삼성라이온즈 존나 사랑했다... 그 일 이후, 삼성이 가을 야구를 쭉 못하면서 야구 잘 안 봤다. 일 년에 한번 대구 친구들 만나러 놀라가는 겸 라팍에 한번씩 갔을 뿐 중계는 잘 안 봤다. 나는 존나 성적충이었다... 2021년 삼성이 야구를 좀 잘 하니까 다시 내 삼성 사랑해가 됐다ㅋ 가을, 우리팀이 1위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중요한 시점에 직관이 넘 가고 싶어 참지 못하고 대구에 갔다. 혼자 2박 3일을 보내는 계획을 짰다.



SRT를 타고 대구역에서 하차. 반가운 컬러풀 대구...



삼성라이온즈 덕후투어이기 때문에 뷰캐넌 추천 맛집 스노우피부터 갔다. 시그니처인 롤을 시켰다. 맛나 맛나. 다음번엔 친구랑 와서 연어초밥도 먹구 싶다...

동성로에 있는 숙소에 짐을 먼저 맡기고 후식을 털러 갔다. (온라인에서 혼자 야구보러 대구오는 여자팬 추천 숙소라길래 토요코인호텔을 예약했다. 위치 좋고, 깔끔하고, 가성비도 굿.)




대구친구가 추천해준 휘낭시에 맛집 김샛별양과자점에서 휘낭시에 포장...



그리고 바로 넘넘 사랑하는... 두 번뿐이 안 가봤지만 내적단골인 오브너에 가서 케잌을 조졌다. 무화과치즈케잌 넘 조아...ㅠㅠ 삼성라이온즈 속았지? 나는 사실 야구를 보러 대구에 온 게 아니라 오브너 케잌 먹으러 온 거임.




바쁘다 바빠 현대인은 짧은 틈에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싶어 친구 추천 카페에 갔다... 인테리어는 좀 그렇지만 커피는 맛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잔에 저 아저씨 그림이 커피 맛을 떨어지게 했다...




유니폼 사서 마킹하고 카톡 친추 이벤트로 주는 뱃지도 받고 포카도 뽑는 나름의 빡빡한 계획이 있어서 여유있게 라팍에 도착했다. 라팍 존예. 올드 한자 유니폼이 오프라인에는 있을까 싶어서 온라인에서 안 산건데 똑같이 작은 사이즈뿐이 안 팔았다. 흑흑 재입고 좀 해주셈... 할 수 없이 한글로 삼성 박힌 올드 어웨이 유니폼을 샀다. 마킹은 그냥... 습관대로... 21...오승환...


(온라인에서 혼자 직관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가보면 나뿐인 기분? RG? 그래도 혼자 노는데 도가 터서 첫 혼자 야구보기도 성공했다.)

기억해... 2021년 10월 23일의 라이온즈 파크... 그 조명, 온도, 습도... 백정현의 호투와 구자욱, 강민호, 오재일의 홈런, 마무리 하러 올라오는 마흔살 마무리투수까지... 4대0으로 완벽하게 이기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스겜해서 일찍 숙소로 돌아가 쉴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반월당 닭강정과 맥주 한 캔 사서 모든 스포츠채널 하이라이트를 다 보고 새벽에 풀영상까지 다시 봤다. 존나 행복했으니까. 짧고 강렬했던 1위팀 팬의 느낌... 예전엔 몰랐던 그 소듕함...ㅠㅠ


뽕 차서 일찍 일어나 조식 먹으러 갔는데 마땅히 땡기는 게 없어 커피만 따랐다. 어제 산 휘낭시에로 아침을 해결했다.  영주 안 찍고 바로 올라오는 거였으면 휘낭시에 더 사서 들고 왔을 것 같다. 대구에 맛있는 디저트 왤케 많냐...ㅠㅠ

대구 가는 김에 경북에 다른 도시 하나 더 돌고 오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안 가본 영주에 가기로 했다. 안동이나 경주도 가고 싶긴 했으나 부석사 가보고 싶은 마음에 영주로 결정...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영주로 이동했다.




  영주는 숙소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위치가 좋고 후기가 많은 소백 게스트하우스로 예약했다. 체크인 시간 전이라 짐만 맡기고 바로 다시 나왔다.




배는 안 고픈데 뭘 먹긴 해야할 것 같아 간단하게 떡볶이. 랜드로바 앞 떡볶이라 랜떡이라고 한다. 오뎅 국물과 함께 함냐함냐 먹은 후 버스를 타고 부석사로 향했다.


부석사 정류장에서 내려 커피 한 잔 때린 후 천천히 올라갔다. 단풍이 들기 시작할 즈음이라 아직 산이 울긋불긋해지지는 않았다. 사과를 파는 노점들을 지나(그런 곳에서 파는 사과들은 왜 그렇게 탐스럽고 예쁜지. 과일 안 좋아하는 나도 사고 싶어진다.) 따뜻한 볕을 쬐며 가벼운 등산을 시작했다. 오래 걷지는  않지만 계단을 올라야 해서 쫌 힘들었다.



절경이고여,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날이 맑아서 저 먼 데 산맥까지 탁 트였다. 가을 하늘 참 좋다. 절 초입으로 내려와 친구님덜 줄 기념품(행운팔찌...)를 사고 버스를 탔다. 소수서원도 가보고 싶었으나 가는 버스가 줄어서 시간이 안 맞았다. 다음을 기약하기로...



디저트 못 잃으니까 또 카페...플로우라는 곳에서 맛있는 과일 생크림케잌을 먹었다. 쉬면서 계속 야구 봐서 이럴 거면 걍 대구에서 2박을 하고 야구장을 이틀 연속 가지 왜 영주에서 이러고 있는걸까 잠시 생각함...ㅋㅋㅋㅋ



그치만 낯선 도시에 낯선 하늘을 보며 걷는 즐거움도 야구만큼 크다... 저녁 먹으려면 케잌 소화시켜야 하니까 근방을 정처 없이 걸었다. 낮은 건물들로 이어진 구도심이 주는 분위기가 있다.




오래된 경양식당 아테네레스토랑에 들렸다. 메뉴판부터 전통이 느껴진다.



돈까스 짱맛존맛. 바삭한 옛날식 왕돈까스......ㅠㅠㅠㅠㅠㅠ지금도 먹고 싶다! 다음에 영주에 갈 일이 있다면 또 아테네에서 돈까스를 먹을 것이다.


식사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7시였다. 하루를 일찍 마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빡빡한 여행설계자는(몇 달째 주5일 출근하면서 꽤 피곤한 상태였으니까 영주에서 첫 날은 부석사, 둘쨋날을 무섬마을에 가고 나머지 시간은 쉬면서 편하게 보내자고 여행 전에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근처에 롯데시네마가 있다는 걸 떠올리고 듄을 예매한다...

영주 롯데시네마 리클라이너관에서 일요일 밤에 혼자 듄을 봤다... 관에 나 혼자뿐이라 영화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올 때 조금 무서웠다.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때 소음 때문에 잠 설치는 것과 욕실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게 제일 신경이 쓰였는데, 내가 제일 늦게 들어가 제일 늦게 씻고 제일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씻어서 해당 사항이 없었다. 내가 남의 잠을 깨우는 편일수도...?

월요일 아침, 오픈 시간에 맞춰 태극당에 갔다. 유명한 인절미카스테라와 부모님이 좋아하는 황남빵, 내가 아침으로 먹을 크로아상을 사서 게하로 돌아왔다.




직접 원두를 갈아 내려 마실 수 있어서 커피와 함께 크로아상을 먹었다. 식사하는 곳에 다른 손님이 있어서 별로 안 추운 척 야외에 앉았다...


무섬마을에 가려고 버스타는 곳(종점)에 갔는데 시간이 돼도 출발하는 버스가 없었다... 알고보니 내가 타려고 했던 시간대 버스가 없어진 것...ㅠㅠ 시간표 확인한다고 했는데 흑흑...ㅠ 오전 시간이 붕 떠서 오후에 가려고 했던 카페에 먼저 들렸다. 딱 봐도 핫플인 곳...하망주택...




오전이라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정원, 1층, 2층, 옥상 돌아다니면서 셀카를 찍어 갈겼다. 1년 동안 찍은 셀카보다 여기서 30분 사이 찍은 셀카가 더 많은 듯...ㅋ 덕분에 잘 쉬었다.



무섬마을은 이런 외나무다리로 유명하다. 강이 마을을 휘감고 도는 모양이 하회마을과 비슷하다.



다리는 너비가 좁아 막상 걸으면 좀 무섭다.(내가 쫄보라서 그럴 수도...)


가을볕이 따뜻한 날, 작은 한옥마을을 산책했다.




이거 완전 가을 이미지의 정석아니냐...




당이 떨어져 카페에 앉아 아이스초코 한 잔 먹었다.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어떤 아저씨가 같은 버스를 타고 들어왔다며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마을 안에서도 계속 동선이 겹쳐서 설마 나 따라다니나 생각했던 아저씨가 친근하게 말 붙이며 갑자기 다음 일정을 묻고 숙소를 물었다. 존나 불편하고 싫었다. 친절 강박이 있어 매몰차게는 못 대하고 얼버무리며 자리만 피해 거리를 뒀다. 버스 시간 때문에 같은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니까 또 그게 신경쓰여 부러 버스도 사람들 다 타고 나중에 타서 혼자 앉고 시내 종점에 도착해 다들 내릴 때도 제일 늦게 내렸다. 내린 사람들이 다 횡단보도 건너 사라지는 걸 보고 혼자 배회 좀 하다가 천천히 목적지로 향했다.



나드리 쫄면에 들어가 쫄면과 튀김을 시켰는데, 불편했던 그 아저씨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버스 내리고 횡단보도 건널 때 두리번 거리던 모습이 생각나 찝찝하고 무서웠다. 이걸 빨리 먹고 나가야 하는지 천천히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지...또 말 시키면 어떻게 먹금을 해야 하는지... 와중에 친구가 여행 잘 하고 있는지, 간 밤에 자기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는 전화가 왔다. 친한 친구 목소리를 들으니까 와중에 안심이 됐다...ㅠㅠ흑흑 전화도 하고 메뉴 나와서도 나답게 존나 천천히 먹었다.


숙소 근처로 돌아와 차 마시러 쉬러 가는 길에도 또 마주칠까봐 경계하게 됐다. 으...내가 순간이라도 겁 먹은 게 너무 싫고 남의 불편함은 아랑곳 않는 사람도 너무 싫다...


KTX를 타고 청량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2박 3일 여행을 마무리했다...

삼성은 타이브레이크 패배로 정규 시즌 2위가 됐고 포스트시즌에서도 2경기를 졌다... 11월 잠실야구장의 바람은 너무 차가웠다...ㅠㅠ 나는 그날 눈물을 흘리며 돌아왔지만 이제 10월의 라팍만 기억 속에 남기고 잊으려구 한다...ㅠㅠ 그래도 21년은 희망을 봤고 선발 야구 너무 달았다. 올해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안심하고 유니폼에 자욱이를 마킹할 수 있으니까 나는 참 행복한 삼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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