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초봄 공주와 부여를 방문하고 나서 부여에는 여름에 다시 와 활짝 핀 연꽃을 보고 싶다고 블로그에 썼다. 크게 바쁜 일도 없었는데 왜 하루 빼서 부여를 못 갔을까, 믿기지가 않아 걍 금요일 밤에 버스표를 예매해부렀다... 삼성라이온즈가 연패중이라 마음이 힘들어 도피할 곳이 필요하기도 했다. 동서울은 시간표가 안 맞아 굳이 집에서 먼 남부터미널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했지만 고속버스에 앉아 어딘가로 떠난다는 행위만으로도 기분이 환기가 됐다.



첫 끼는 표고농부네김밥에서 버섯김밥과 어묵. 사실 장원막국수가 넘넘 먹고 싶었지만 오픈시간 맞춰 줄 서서 기다리기엔 일상에서 쌓인 피로가 허락하지 않았다...ㅠㅠ 그렇게 일찍 버스를 타고 싶지도, 한 여름에 줄 서서 기다리고 싶지도 않았다...ㅠㅠ 농부네김밥은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세 개뿐인 작은 식당이라 포장 손님이 많았다. 직원분이 옆에서 작은 멜론을 손질하고 계셔서 눈이 갔다. 보통은 버섯김밥과 멜론장아찌김밥을 같이 시키는 듯. 나는 김밥 두 줄은 못 먹어가... 위가 작아가... 아쉽지만 버섯맛이 진한 버섯김밥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터미널과 김밥집과 박물관이 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라 뚜벅이에게는 아주 좋았다.



부여 국립박물관은 백제금동대향로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 볼 가치가 있는 공간이라고 들었다.



향로와 더불어 이렇게 귀여운 토기도 보고



아름다운 수막새도 보고



관음보살상도 보고 왔다.



박물관 근처 카페 G340에 들려 아아를 한 잔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궁남지까지 걷기 위한 힘을 충전했다.



골목을 걸어 궁남지로 향하는 길은 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했다. 무가지를 두는 함이 많아서 신기했다.



궁남지 도착! 막 연꽃축제가 시작된 참이라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들과 행사를 진행하는 진행자의 소리가 들리고 천막 아래 술과 안주를 먹는 공간도 있었다. 연꽃이 만개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그런대로 운치가 있고 아름다웠다.



주변의 소란함과 상관 없이 멍하니 연꽃멍을 하며 바람에 살랑이는 흰 연꽃과 푸른 연꽃잎을 바라봤다.



연잎밥은 다 2인 기준으로 판매해서 이번에도 연잎밥을 못 먹고 가는 게 아쉬울 뿐...



지난번 칭구들과 왔을 땐 포룡정 다리에서 사진도 찍었는뎁...나도 친구 있는뎁...ㅠㅠ



혼자 다니는 설움을 삼키며ㅋ 택시를 불렀다. 지난번엔 카택이 안 돼서 무조건 콜택시를 불렀었는데 이번엔 카택이 잘 잡혔다. 올ㅋ 규암마을 쪽에 소품샵과 카페가 좀 있다고 들어서 택시를 타고 강을 건넜다. 수공예 소품샵을 구경하고 그 옆에 있는 책방세간이라는 곳에서 차를 마셨다. 너무 더운 상태라 아이스로 마시기 좋은 티를 추천 받아 들이켰다.


땀을 식히고 커피를 마시러 다른 카페를 찾아 떠났다. 가는 중 만난 막 짓고 있는 건물이 발달한 미래의 카페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근데 이게 내가 커피 마실 수월옥이라는 카페...! 진짜는 못 이긴다고 진짜의 인테리어가 더...!



힙한 쟁반 위에 올려진 시원한 라떼 한 잔을 잘 마시고 택시를 타고 다시 강을 건넜다. 장원막국수는 엄두가 안 나니 다른 막국수라도 먹고 싶어 진메밀막국수를 도착지로 잡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오후 장사를 안 한다는 안내문이 문에 붙어 있었다...ㅠ 라떼로 텁텁해진 입을 매콤, 시원한 막국수로 싹 씻는 이미지트레이닝이 이미 다 된 상태여서 아쉬움을 참을 수 없었다...



매콤, 시원한 면을 무조건 먹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검색해서 찾은 냉면맛집 사비면옥! 비냉... 존맛이었읍니다... 올해 먹은 냉면 중 최고, 한 그릇 뚝딱했다.



고속버스 탈 시간까지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추억여행을 위해 ㅇㅂ이가 초봄의 햇살을 받으며 벤치에서 꾸벅꾸벅 졸았던 관북리 유적지에 들렸다. 높은 건물이 없는 동네라 계단만 좀 올라도 동네가 한 눈에 보여 신기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ㄱ 같은 지는(그리고 또 지는 아니, 매일 지는) 삼성라이온즈를 보며 눈물을 삼켰다... 동네 편의점에서 맥주와 과자를 사서 귀가했다. 맥주가 더위와 패배를 씻어내주길 바라며 들이켰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