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에 칭구칭구들과 다녀온 여행기를 쓰는 것으로 블로그를 살려본다... 블로그야 일어나...

ㅈ,ㅊ님이 부석사 가보고 싶대서 그럼 근처 안동이랑 엮어서 ㄱㅂㅈㄱ!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당시에 내가 바쁠 참이라 좀 쉬는 여행으로 느긋한 일정을 제안했다. 하회마을은 많이 가봤고 겨울이라 서원도 볼 게 딱히 없을테니 맛있는 거 먹고 잘 쉬며 간단한(...) 원데이 클래스를 듣는 것으로 계획 땅땅.

  2월 마지막 주 금요일, 청량리역에서 만났다. 어묵집에서 꼬치어묵을 하나 먹는 것으로 여행 시작. 꼬치어묵을 먹어본지가 몇 년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이라 출발부터 특별하게 느껴졌다. 넘 맛있어서 하나 더 먹고 싶었지만 참았고여.



안동에서 먹은 첫 끼는 말콥버거의 수제버거. 내가 주문한 치즈버거보다 ㅊ님이 먹은 아보카도 버거가 더 맛나보여서 같이 첨부한다...


후식으로 아차가에서 젤라또 갈겨줬다. 양반쌀과 피스타치오 시키고 맛보기 한 스푼은 라즈베리?로 했던 듯. 냠냠긋. 후딱 먹고 예약해둔 숙소(브라운도트)에 짐 두고 나왔다.



카페 라이프에서 따듯한 커피와 당케 먹었다. ㅊ님이 온라인으로 들어야할 세미나가 있어서 패드로 틀어두고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카페가 동네카페 처럼 편안한 분위기라 좋았다. 케잌은 크림치즈가 많이 들어간 일반적인 당근케잌과는 좀 다른 파운드의 느낌이었다. 견과류를 좋아해서 흩뿌려진 견과류 악착같이 다 먹었다...



근처 악세사리 소품샵 유주비주에 들려 각자 반지를 하나씩 샀다... 반지팡인, 까마귀 출신인 내가 여행지에서 반지를 사는 건 당연한 수순... 비즈가 참 이뻤는데 몇 달 열심히 끼고 다닌 지금 하나 빠졌다. 흑흑.



설렁설렁 동네 구경하면서 걸어다녔다. 이런 음반가게 간만에 봐서 반가웠다. 간판과 해질녘의 공기가 잘 어울려서 찍어봤다.



숙소에 쉬러왔더니 이런 풍경이 뙇. 옥탑으로 예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쉬다가 저녁 먹으러 나왔다. 점심을 양식 먹었으니 저녁은 한식. 간고등어와 청국장을 파는 산청식당에서 푸지게 먹었다. 잘 먹고 나와 예쁜 카페 가야한다고 우겨서 친구들을 끌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좀 무서울 법한 길이었는데,  쏟아지는 별을 보고 나니 낭만적인 길이 되었다. 계획한 일정보다 일정 사이 사이 예상치 못한 이런 순간들이 여행지에서 더 기억에 남는다. 산청식당에서 땡큐커피를 가던 그 길에서 바라본 밤하늘.



배가 불러서 맛있는 디저트를 못 먹은 게 좀 아쉽당ㅠ 그 아쉬움을 사진 많이 찍는 것으로 보상받으려 했다...



카페 안에서 잠을 자는 치즈냥을 봤다.


카페를 나서는 길에 밥 먹으러 온 고등어도 봄...!

이 날은 서진이네 첫 방영일이어서 티비엔 틀어놓고 수다 떨다가 잠들었다. 집에서 혼자는 절대 안 볼 프로도 같이 보면 또 재밌다.



2일차 아침 마켓제이 오픈런... 사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가게가 작고 배가 넘 고파서 1등 손님으로 도착했다. 시그니처인 버섯피자와 고기고기한 메뉴인 팔라스를 하프앤하프로 시켰다. 라쟈나가 주문이 안 된대서 아쉬운대로 나폴리탄 스파게티도 시켰다. 아낌 없이 넣은 버섯에서 버섯향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나폴리탄은 익숙한 토마토오븐스파게티의 맛이었다.



느끼한 걸 싹 내려주는 커피와 티를 마시기 위해 미드레인지에 갔다.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노곤노곤해져서 사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귀여운 안내문을 보며 예약해둔 원데이클래스로 이동.



불 태웠다... 내가 너무나 똥손이고 힘도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다시는 터프팅을 도전한답시고 깝치지 말아야지 교훈을 얻었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외곽선도 쌤이 다해주셨다...흑흑.


나는 프로가 아니라 뻐킹아마추어...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와 맡겨둔 가방을 찾고 단 커피를 한 잔 마시러 떠났다.




하프플로어라는 카페 겸 소품샵을 찾아갔는데, 웬걸 가게가 없어지고 공사중...네이버에는 영업중이라고 했는뎁...흑흑. 근처 다른 이쁜 카페 들어가서 아인슈페너 한잔 때려넣었다. 달달한 크림이 들어가니 그제야 조금 힘이 났다. 힘을 내서 기차타고 영주로 출발...

영주역 근처 그나마 깔끔해 보이는 알토호텔이라는 곳을 예약했다. 스타일러가 있어서 넘 좋았다...


막창 매니아 ㅊ님을 따라 숙소 근처 서울막창에서 막창 먹었다. 시끌벅적한 동네 사랑방 느낌이었다. 술을 안 먹는 우리는 맨정신에 그 열기와 떠들썩함 속에 있으려니 조금 혼미했다. 사이드로 주문할만한 얼큰한 국물 메뉴가 없어서 쩜 아쉬웠다. 그 탓에 쌈, 고추, 마늘을 많이 먹게 됐다. 숙소가는 길 편의점에서 컵누들 매운맛 하나 사서 막창의 기름기를 내렸다...


ㅈ님이 이거 네가 좋아하는 경고문 감성이라고 찍으라고 함...ㅋㅋㅋㅋㅋㅋㅋ

이날은 보이즈플래닛 틀어놓고 엄근진하게 존나 평가했다... 그 이후로는 한번도 안 봄...ㅎㅎ


아침은 역 근처에서 아무거나 먹으려고 했지만, 왠지 내 자존심이 아무거나를 허락하지 않아서 밤에 다시 검색을 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전통묵집식당. 택시기사님이 본인도 해장하러 자주 가는 동네사람 인증 맛집이라고 인정해주셔서 뿌듯했다. 메뉴도 기사님의 조언대로 태평초 2인분, 순두부 1인분으로 시켰다. 태평초는 묵과 김치를 같이 끓인 찌개인데 처음 먹어보는 요리였다. 숭늉도 나와서 대만족.



버스를 타고 부석사에 갔다. 21년 가을 혼자왔던 길을 친구들과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초입 소백상회에서 경치를 보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벼운 등산을 시작했다.



ㅈ님의 체력 이슈로 오는 길이 쉽지 않았지만 이겨냈고요... 날이 맑아 원경 감상도 하고 좋았다. 혼자 왔을 때와는 달리 친구들이 있으니 오는 길, 가는 길 사진도 많이 찍었다.



친구들이 부석사 가자고 했을 때 흔쾌히 찬성했던 이유는 이게 너무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테네레스토랑 돈까스 널 사랑해... 이번엔 셋이라는 특권으로 함박까지 시켰다. 존맛탱. 대한민국 1등 돈까스집 인정... 돈까스만 먹으러 영주갈 생각도 있고여.



후식은 플로우에서 딸케. 둔둔하게 먹고 팔짱끼고 앉아 커피 마시니 이게 신선놀음...



여행지에서는 뭐라도 사가지고 집에 가야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친구들을 두고 혼자 정도너츠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오가다 힘들면 택시 타려고 했지만 걷는 게 한번 탄력받으니 신나가지고 다리를 건너 뛰듯 다녀왔다...



맛 별로 골고루 담았다. 기본 베이스가 비슷해서 맛 별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아부지가 맛있게 드셔서 만족...


영주역에서 ktx를 타고 돌아왔다. 역대 젤 안 빡빡한 여행이었음에도 다녀오니 다리가 아팠다. 부석사 계단 오르기의 후유증이었던 듯. 영주 좋아서 또 가고 싶다. 아직 못 가본 고깃집들과 분식집도 있어서 나중을 기약해본다...

짬짬이 남는 시간을 책을 읽다보니 올해는 책을 평소보다 많이 봤다. 반대로 영화 보는 횟수는 팍 줄어부렀고 재밌게 본 영화도 기억남는 게 없다. 비용 대비 재미를 생각하면 역시 독서가 최고의 취미인 듯하다.(도서관에서 빌리면 0원...) 아직 읽지 않은 많은 고전과 쏟아져 나오는 흥미로운 신간들을 생각하면 평생 지루할 틈도 없겠쥬...

최근에는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머리 식힐 겸 읽을 수 있는 범죄 시리즈물을 시작했다. 스웨덴 수사국을 배경으로 하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그것. 총 10권 중 우리나라에는 8권이 번역돼 나와있다. 1권 로재나부터 4권 웃는 경관까지 읽었다. 익숙한 탐정물과 달리 현실적인 경찰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새로웠다. 범죄자의 트릭을 파해치는 번뜩이는 추리는 없지만 증거를 하나 하나 수집해가며 경찰 동료들과의 협력을 통해 범인을 뒤쫓는 현실적인 수사가 있다. SVU같은 잘 만든 미드 수사물을 보는 느낌도 난다. 당시 스웨덴 사회 분위기도 잘 느껴진다. 스톡홀롬을 골목 골목을 같이 걷는 기분. 경찰에 대한 자조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어서 메모해두었다.
1. 장관들 중 절대다수가 경찰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은 함마르가 오렌지 껍질 벌레에 대하 아는 것 정도. 한마디로 세상에 그런 것이 있다더라 하는 것뿐. 2. 경찰은 직업이 아니다. 사명도 절대 아니다. 저주일뿐. 3. 경찰은 필요악. 사람들은 경찰이 자기 일을 방해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히면 두려움이나 경멸을 표현하기 마련. 4. 경찰이란 직업 자체는 최고로 지적이며 정신적, 육체적, 도덕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 수행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 직종에는 그런 자질을 보유한 사람을 끌어들일 매력요소가 전혀 없음.
10권까지 완역이 되면 나머지 6권을 몰아서 읽을까 한다. 4권까지 읽으며 느꼈던 하나의 불만은 각 이야기마다 ‘색정광’으로 불리는 여자 캐릭터가 큰 역할이든 지나가는 역할이든 꼭 등장하는 점인데(도대체 왜...) 또 그런 캐릭터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제발 안 나왔으면.

SF소설도 종종 읽었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예상과 달리 너무 찐한 퀴어소설이라 놀랐다.(나에게 너는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부족한 편지야, 그리고 네가 고르는 말은 절대 단순하지 않아, 라니 와우... 나는 너에게 하나의 맥락이 되고 싶어. 나도 나한테 그런 존재가 돼 주면 좋겠어, 라니 와우222) 주인공들이 시간선을 오가며 서로에게 편지를 남기는 방식이 독특하고 엄청나다. 바다표범의 가죽 무늬,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들어진 나무의 나이테, 찻잔의 찻잎이 그들의 의사소통이 된다. 상상력 미쳤다. 새뮤얼 딜레이니의 <노바>는 굉장히 신화적이어서 메인 줄거리에는 흥미가 안 생겼다. 우주 패권을 둘러싼 가문의 대결, 일리리온을 차지하기 위한 주인공의 광기 어린 집착이 공감되게 그려지지는 않았다. 신화보듯 운명이겠니 이해하며 봐야한다. 그러나 노동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이 흥미로웠고, 책이 1960년대의 출간된 것을 감안했을 때 우주 여행에 대한 아이디어도 재밌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유치해서 취향이 아닌데, 하면서도 감동의 눈물을 또르르 흘리게 되는 그런 맛이었다... 로키 사랑해...ㅠㅠ <죽은 등산가들의 호텔>은 처음으로 읽어본 러시아SF소설이었다. 긍정적인 의미로 도라이 같고 종잡을 수 없는 느낌.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지금은 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를 읽고 있다. 올해 읽은 SF소설 중 가장 심장을 뛰게 한다... 존잼... 테드창은 너무 사고실험서를 읽는 느낌이라 약간 취향에서 빗겨가부렸고 앞으로는 이해가 되든 말든 그렉 이건을 열심히 읽어보아야 겠다.



민음사 유투브를 종종 보며 직원들이 소개한 책 중 궁금한 것들은 메모해두고 따로 읽게 되었다. 그렇게 영업 당해 읽은 책들이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 에도가와 란포의 <인간 의자>, 에르베 르 텔리에의 <아노말리>, 넬라 라슨의 <패싱>, 최진영의 <해가 지는 곳으로> 등이 있다. 그리고 책 제목은 익숙하지만 전혀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던 이탈로 칼비노도 읽게 되었다. 나 빼고 이탈로 칼비노를 다 알고 작품을 읽어본 것 같은 느낌에 진 것 같은 기분이들어 ‘선조 3부작’ 당장 시작... 짧고 우화적이어서 쉽게 읽힌다. 작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상, 삶의 양식을 느낄 수 있다.

공포 스릴러, 특히 고딕 소설도 제법 많이 읽었다. 고전 중에 고전인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시작으로(민음사 번역 너무 심했다ㅠㅠ와장창이었음) 조이스 캐럴 오츠의 <흉가>, 강화길의 <대불호텔의 유령>(올해 읽은 한국 소설 중 가장 재밌었다...), 셜리 잭슨의 <힐 하우스의 유령>, 좀 독특한 스타일의 고딕 공포소설 <맥시칸 고딕>까지 쫄보 주제에 겁 이겨내고 번번이 읽어대지요? 꿈자리 사납든 말든 재밌는 읽을 거리 포기 못하지요?


같은 도서관을 가도 어느 날은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고르기가 힘든 반면, 어느 날은 단 한 권도 땡기는 게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껴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있는 서가로 간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마거릿 애트우드, 필립 로스, 이언 매큐언이 있다면 독서 권태기 이겨낼 수 있다. 이때는 구입까지 해놓고 1년 넘게 아껴두며 안 읽은 <그레이스>를 읽었다. 살인 사건에 대한 진실게임에서 벗어나 그레이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층민 여성으로서 그녀가 살아온 삶의 곡절을 함께 하게 된다.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서 더 귀 기울이게 된다. 문장과 표현은 말모. 다들 읽었으면...

올해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에밀 졸라가 추가 되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인간 짐승> 앞부분을 좀 읽다가 푹 빠진 이후 <테레즈 라캥>까지 읽었다. 알고 보니 테레즈 라캥이 영화 박쥐의 원작이 되었다고. 존..잼... 내년의 어느 권태기 때 읽으려고 문학동네 판으로 <목로 주점>을 구입해 두었다.



<수영장 도서관>은 너무 퇴폐적이어서 취향이 아니었다. 포스팅 할 거 생각해서 책 읽을 때 사진을 좀 찍어둘 것을 이런 것뿐이 없넴... 메리앤이 되지 말자는 다짐으로 찍었나 봄..

구입해두고 1년 만에 읽은 책이 하나 더 있다. 9월 동안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읽었다. 러시아 소설이 읽고 싶은 그런 때가 있으니까..끄덕... 19세기 러시아 사회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을 우리나라 주말 드라마 보듯 재미를 느끼며 보게 되는 건 그것이 인간의 보편성을 기가 막히게 다루었기 때문이겠지.

독립서점에 가면, 대형서점에 갔을 때 안 고를 것 같은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좋아하는 소설책 사고 싶은 욕구에 지고 만다. 리사르에 커피 마시러 갔다가 들른 약수의 어느 독립서점에서 서머싯 몸 소설을 한 권 샀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에릭 앰블러와 레오 페루츠에 꽂혀서 열린책들에게 감사했다. 계속 이 작가들 책들 출간을 해주셨으면... 독서가 영화나 드라마보는 것보다 더 능동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책 추천하는 게 진짜 어렵다. 그래서 잘 안 하려고 하는데, <디미트리오스의 가면>과 <심판의 날의 거장>을 읽고 이거는 무조건 ㅇㅂ이도 좋아할 거라고 확신해서 제발 읽어보라고 강권했다... 공포로의 여행, 9시에서 9시 사이, 스웨덴 기사 다 재밌다...

데버라 리비의 에세이 <살림 비용>을 읽다가 이런 쿠폰의 행운을 얻었다. 기뻐하며 사서쌤에게 교환 받아 지갑에 넣었지만 나는 연체를 안 하는 사람이라 쿠폰을 사용할 일은 아직까지 없었다. 에세이 재밌어서 이 작가가 쓴 소설도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출간이 안 된 듯...ㅠ

남들이 많이 읽고 극찬하는 신간들을 따라 읽기도 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후기들처럼 빌드업 미춌다ㄷㄷㄷ하면서 읽어내려갔으나 그 모든 것의 마지막이 한 여자를 만나 범주를 깨뜨리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는 것에 갸우뚱...? 그래요...행복하세요...하게 됨... <우리가 세상을 이해가길 멈출 때>도 후기가 너무 좋아 따라 읽었다. 실제 과학사에 상상력을 섞은 논픽션 소설인데 이과 문과 대통합을 이루었다. 모호한 진실과 문학적인 문장들 사이를 거닐었다.


빵은 맛있지만 커피는 엉망인 동네 카페에서 브릿 베넷의 <사라진 반쪽>을 읽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떠올리게 하는 작가라는 설명에 책 소개에 영업당했다. 읽어보니 오오, 정말 그런 느낌있었다. 다만 전개가 우연적이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보다 드라마틱한 느낌이 있다. 신간이 나온다면 읽어볼 의사 있을 유...

좀 더 나은 커피를 파는 동네 카페에서는 이디스 워튼의 <여름>을 읽었다. 절대 로맨스소설이 아닌 성장소설이었다. 순수의 시대도 그렇고 참 현실적이고 잔인한 구석이 있는 듯. 피할 도리 없는 운명으로 걸어들어갈 수밖에 없는 채리티가 안쓰럽고여...

여름과 더불어 비극적 결말로 충격을 준 소설은 메가 마줌다르의 <콜카타의 세 사람>이었다. 인도를 배경으로 기차역 테러사건이 벌어진 이후 발생하는 이야기를 등장인물 세 사람을 중심으로 다룬다. 누명을 쓰고 체포되는 젊은 여성과 그녀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녀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트랜스젠더 여성, 그리고 정치적 야심으로 위증을 일삼는 체육교사가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급박하게 전개 되는 비극. 소설의 톤을 읽지 못하고 나는 순진하게도 최악의 일이 벌어지지 않을 줄 알았다. 슬퍼서 오열했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소설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은 킬링 타임으로 읽기 좋은 재밌는 추리 소설이었다. 1920년대 인도를 배경으로 여성 변호사가 활약하는 게 이색적이고 당시 풍경을 볼 수 있는 묘사들도 흥미롭다. 머리 쓰는 치밀한 추리는 없지만 시선이 따뜻하다. 주인공인 퍼빈이 결혼해서 미친 시가에 갇혀 고통 받는 부분을 힘들게 읽을 가치가 있다. 부인은 생리한다고 격리 시키면서 남편은 바람피고 성병 걸리고 가지가지하지요?

늘 읽어봐야지, 생각만 했던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도 두 권 읽었고(<흉가>와 <멀베이니 가족>), <불복종>부터 <파워>까지 읽으며 나오미 앨더만이라는 작가도 알게 되었다. 아니 에르노의 <그들의 말 혹은 침묵>과 <사건>을 읽고 난 뒤 그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고, 정한아의 <친밀한 이방인>을 읽고 난 뒤 드라마 안나가 나와서 혼자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여성 작가들의 여성 서사 작품을 많이 읽은 한 해였다. ㅇㅂ쓰가 백인 중년 남성의 글을 많이 읽어 영향을 받았다고 나를 트랜스백인중년남자라고 놀리지만, 많이 교정이 되지 않았을까... 백인 중년 남성... 직업은 교수... 발기 부전이 있고 알콜 중독이며, 나이차 많이 나는 어린 여자와 불륜 관계인 그런 소설은 이제 너무 많이 읽었으니까... 보다 다양한 소설을 읽어보도록 노력하겠읍니다...



삼성라이온즈를 좋아하는 건 너무 즐겁고 고통스러워. 그래도 계속되길.

지난주 토요일을 끝으로 시즌이 끝났다. 왜 우리팀은 포스트시즌 못 하는 건데... 왜 나는 더 오래 야구 못 보는 건데...ㅠㅠㅠㅠㅠ 화가 나고 슬프지만, 후회는 내 몫이 아니고 그들의 몫이기 때문에... 난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최대한 뽑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잠실 경기를 즐기기 위해 이틀 연속 야구장에 갔다.



잠실 평일 경기는 일 끝나고 헐레벌떡 가는 날이 많아서 도착하면 늘 3회, 4회 중간일 때가 많았다. 이 날은 쉬어서 경기 시작 전 입장했다. 진지한 눈빛을 한 성인여성이 인형을 꺼내고 사진을 찍는 게 생각보다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시작 직전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져 잠시 정신 없었다. 비 오는 그라운드를 살피는 라팍이...



다행히 비가 그쳐 즐겁게 경기를 관람 중인 라팍이...



역전 당해서 맥주 한 잔 더 마시기 위해 편의점에 가러 나왔다. 그때 바라본 잠실 타워뷰... 휴... 승패가 중요한 경기가 아니라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감상은 별로 없었고 다만 이렇게 시즌이 끝나는 게 넘넘넘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음 날, 이 날은 ㅇㅈ가 같이 동행해 주었다. 오렌지석에 앉아 오렌지빛 석양을 바라보며 경기 시작 전 서브웨이를 함냐함냐 먹었다.


이 날은 승리요정 라팍이. 윤수와 병헌이 배터리 조합으로 시작 전부터 떨렸다. 윤수 너 혹시 선발 체질??? 직관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끝낼 수 있어 좋았다. 원 없이 소리지르고 응원하고 왔다. 이 재미난 걸 내년까지 못한다는 게 슬퍼서 마음 한켠이 허전했다. 흑흑. 허니단장님을 보러 배구라도 보러 거야 하나유?

  올 시즌 직관 4패, 직관 승률 0할로 시작한 기록이 시즌 마지막 17경기 7승 10패로 어찌어찌 4할은 넘었다... 아주 고오맙다...

삼성... 내년엔 잘하자... 가을야구 너무 보구싶다... 우승뽕에 취해보고 싶다... 내년엔 우승해주라...

잔여 경기 일정이 나오자마자 기차표와 호텔을 예약했다.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2박 3일 대구에 다녀왔다. 잠시 포스트시즌을 망상했으나 낮은 가능성에 기대면 나만 괴롭기 때문에...^_T 삼성...내년엔 잘하자... 나는 우승까지 본다...



SRT 안에서 자고 싶었으나 11시 다음주 잠실 두산전 예매가 있어서 제대로 못 잤다... 알람 맞춰 놓고 눈 감고 있어도 신경쓰이는 걸 어떡함...ㅎ 아무튼 오렌지석으로 예매 잘 했다... 12시 좀 넘어서 동대구역에 내렸다. 컬러풀대구 조형물이 사라져 있었다. 흙흙...



바로 지하철 타고 중앙로로...(이제는 두리번 거리는 것도 덜하고 길 쭉쭉 잘 찾아간다.) 도마29 앞을 기웃거려보니 웨이팅이 적었다. 냉큼 뒤에 줄을 섰다. 10분쯤 기다려 연어초밥을 먹었다. 절반은 굽고 절반은 생으로 주문했다. 구운 연어가 아주 기름지고 맛나서 오히려 생연어보다 맛있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토요코인호텔에 짐을 맡겼다. 다른 숙소도 찾아보았지만 가성비와 위치가 여기만한 곳이 없다... 혼자 자는데 1박 10만원 이상을 쓰긴 부담스럽다.



후식먹으러 오브너로~~~~ 무화과치케가 없어서 무화과생크림 케잌을 먹었다. 맛도 맛이지만 과일 듬뿍 들어간 비주얼이 넘 예뿌다. 배불러서 케잌 시트는 조금 남기고 과일과 크림은 다 먹었다.



아메 한 잔으로는 카페인이 부족해서 근처 에쏘바에 들렸다. 딥커피로스터에서 에스프레소와 아라노를 주문했다. 우유 들어간 아라노가 맛있었다.



에쏘바 가면 이런 사진 찍는 게 국룰이니까...



야구 보기 전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대구미술관에 들렸다.



다니엘 뷔렌 전시를 봤다. 관람료는 천원!



커다란 블록 사이를 걸으니까 놀이터에 온 기분이 들었다. 줄무늬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한다.


반사가 되는 입체적인 작품이 많아 보는 시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게 재미있었다.



이렇게 셀카도 찍어보고요...

2층에서 하는 국내작가 전시도 연이어 봤더니 제법 피곤했다. 하루를 꽉 채워쓰려는 욕심 때문에 야구 보기도 전에 체력이 간당간당...



대구미술관과 라팍은 지척이다. 대공원역까지는 셔틀도 다닌다. 시간이 안 맞아서 걍 버스타고 왔다. 몇 달 만에 다시 만나는 라팍... 반가워...ㅠㅠ



어웨이유니폼에 현준이 마킹하러 팀스토어에 들렸다. 연패할 때 현준이 기록보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되고 낙이었다. 올 시즌 고생했으니까...현준아 중견수 꿰차줘서 고마워... 마킹하고 뭐라도 사고 싶어 스토어를 샅샅이 뒤져 보아도 귀여운 게 없었다... 라팍인형 가방고리를 들고 살말을 고민하다 내려놓았다. 못생겼다...
라온이 이모티콘 구매 인증하고 받는 뱃지를 수령하고 퇴근길에 전화한 ㅇㅂ쓰와 잠깐 수다 후 입장했다.



유명한 짬뽕만두가 궁금해서 줄 섰다. 메뉴판에 차븐물이 귀여워 찍어봄ㅋㅋㅋ


시작 전 두근두근. 목요일 평일 경기인데도 블존은 만석이었다.



배가 안 고파 짬뽕만두는 두 개, 맛만 보았다. 감칠맛과 불맛이 나는 만두... 맛이 없진 않은데 굳이 싶은??? 안 씹히는 힘줄이 많아 먹기 걸리적 거리고 딱딱한 뼈인지 뭔지도 하나 나와서 내기부않이었읍니다...ㅠㅠ (그치만 남은 만두는 숙소에서 야식으로 맥주와 함께 먹었읍니다...)



1회 이후 점수가 안 나 좀 쳐지나 싶었는데! 8회 재현이가 홈런을 뙇...! 재현이가 홈런 치자마자 아파트가 나왔다. 미쳐미쳐. 재현이는 스타고 나는 아파트 팡인입니다... 아파트 부르려고 야구장 가는 건데 올해 많이 못 불러봄ㅎ...
9회에 뷰가 계속 나오면서 완봉 보나, 이걸 직관 하나 두근두근했다. 결국 2아웃 잡고 안타를 맞으며 뎅으로 교체가 됐지만 뷰캐넌 사랑하고...우리 가족이고...ㅠㅠ



드디어 올 시즌 라팍 직관 1승!ㅠㅠㅠㅠㅠㅠㅠ 경기도 빨리 끝나서 곰방 숙소 들어가 맥주 마시며 우리팀 하이라이트, 연장 간 다른 팀 경기를 보았다. 행복한 밤...



아침... 조식을 먹었다. 밥과 반찬들, 모닝빵과 식빵도 있지만 아침에는 잘 안 먹혀서 씨리얼을 먹었다...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숙소에 느긋하게 큰일까지 보고(TMI) 나왔다.


228 공원에 금목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아침 산책 겸 찾았다. 구석진 곳에 있어서 못 볼 뻔. 향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아, 이게 금목서향이구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파워풀 대구ㅎ 구리다는 것만 알아둬라...
이틀 야구만 봐도 피곤한 건 맞지만 시간을 꽉 채워 안 쓰면 어쩐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어 뭘해야 하나 쥰내 검색했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와 경주최씨고택과 아니면 핫플 투어로 수성못 근처나 앞산을 돌까 고민하다가 커뮤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불로동고분군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급행버스가 와서 불로동고분군까지 금방 도착했다.



우산으로 철통방어한 자전거를 만났다.



30도 기온을 뚫고 시작된 불로동고분군 관람.



동구릉의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 어떤 묘와 릉을 만나도 동구릉이 제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는 분위기가 묘했다. 언덕에 고분이 군집해 있는 모양새라 느낌이 독특한 게 한국도 아니고 2022년도 아닌 낯선 시공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짱 큰 용설란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하고요...



미세먼지를 제외하면 날씨도 좋았다.



근처 디저트 맛집이라는 딥딥딥에 들렸다. 배는 안 고파서 막과룡 하나만. 시원한 아아로 땀을 식히고 중앙로로 돌아왔다.



미진분식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김밥 한 줄과 쫄면이 있는 세트B를 주문했다. 김밥도 쫄면도 크게 색다를 것 없는데 굉장히 맛있다. 쫄면은 매콤칼칼하고 김밥은 꼬숩다. 쫄면은 반쯤 먹고 김밥은 한 줄 야무지게 다 먹었다.



지난 번 숙소 바로 옆이었으나 시간이 안 맞아 못 가본 카페 어노잉에 들렸다.



내부가 예뻤다. 라떼 한 잔 시키고 자리에 앉으려니 창가 자리는 3인 이상 좌석이라 어두운 구석에 앉았다...



돈까스 포장하러 전원 돈까스에 갔다. 야구 끝나고 야식으로 먹을 것을 미리 준비...



호텔에 돌아와 돈까스 두 조각 맛만 보았다. 너무 맛있는 옛날 돈까스 맛이다. 저 포장용기에 밥도 한 가득 주시고 깍두기와 돈까스 소스도 동그란 국 포장용기에 잔뜩 넣어주셔서 만족스러웠다.



못 생겨서 안 살거라고 했지만 자꾸 눈에 밟히고 생각 나서 팀스토어에 들렸다ㅋㅋㅋㅋㅋ 나름 이목구비 젤 번듯하고 내 눈에 가장 귀여운 친구로 골라왔다. 시즌이 끝나갈 무렵 직관칭구친구가 생겼다...



포토스팟에서 친구 사진도 찍어주고...



경기 시작 전에도 한 컷... 이렇게 야무지게 찍을 거면서 왜 전 날 안 샀쥬...



이겼다, 또 이겼다! 1회부터 점수가 많이 나서 응원하기도 힘들었다ㅋㅋㅋㅋㅋㅋ내일은 없다는 느낌으로 올 시즌 마지막 라팍 응원석을 마음껏 즐기고 왔다. 점수 차이 많이 나게 이기는 경기 참 좋다. 영웅이 응원법도 첨으로 해보고 경산행으로 익숙한 병헌이 첫 안타도 보고 여러모로 즐거웠다. (옆자리에 중학생 남학생과 어머님이 계셨는뎁 혼자 온 내게 과자를 주시고 삼송빵집 빵도 주시려고 했다ㅠㅠ 흑흑 지난번에 스카이 상단 갔을 때 가방까지 들고 옮겨준 커플도 그렇고 라팍 혼플할 때는 좋은 기억이 많다. 하다못해 이날 귀갓길에 지하철에서도 남중생, 남고생 학생이 자리까지 양보해줬다. 나 힘들어 보였나??? 마음 속으로 응원가 부르면서 기분좋게 왔는뎁...ㅋㅋㅋ)



라팍이와 승리 인증 사진찍고 귀가~ 이 날은 경기가 늦게 끝나 전원돈까스로 늦은 야식을 먹고 맥주 한 잔 호로록한 뒤, 잠 자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날, 돈 내고 체크아웃 시간을 미룰까 말까 고민했으나... 참친구들이 날 제대로 파악해주어서...



7시 30분에 눈 떠서 핸드폰 잠깐 하고 걍 조식 먹었다. 더 누워있어봤자 못 잘 것 같아서... 전날과 샐러드 종류만 달라진 같은 구성... 씻고 화장하고 짐 챙기고 침대에 다시 누우니까 9시 15분... 침투부 보다가 시간 맞춰 체크아웃했다. 호텔에 가방 맡기고 나왔다.



약령시장에 금목서가 가로수로 있다고 해서 구경했다.



아름답고 향기 너무 좋고. 자꾸 킁킁거리게 된다. 문프도 이 계절 이 향기 맡고 계신지. 늘 평안하고 행복하셨으면...ㅠㅠ



빵집 가는 길 관광할 곳이 있어보여 들렸다. 해설해주시는 분이 대구 왜 놀러왔냐고 물어서 야구보러 왔다고 답했더니 어제 크게 져서 속상하겠다고 위로하셔서 ????였다. 서울에서 와서 두산팬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그래서 저 삼성팬이에여ㅎㅎㅎ하고 나왔다...


크로와상이 개맛있다는 윈드윈에 갔다. 10시 30분쯤 도착했으나 크로와상은 솔드아웃ㅠㅠ 아쉽지만 시나몬과 뺑오쇼콜라, 팥버터를 포장했다.(팥버터는 그날 밤, 뺑오는 다음날 먹어보았다. 많이 달지 않고 고급진 맛이었다.)



윈드윈이 청라언덕에 있어서 아침부터 이런 길을 걸으며 기분 좋게 산책했다.



2차 빵지순례 전 빵집 오픈 시간을 기다리며 더기커피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라떼가 맛있다고 들었지만 오전엔 아메리카노가 땡겨서...



커피 반쯤 마시니까 쇼케이스에 휘낭시에가 채워지기에 참을 수 없어 하나 먹었다.



2차 빵지 순례 장소는 달달한 디저트빵이 맛있다고 들은 레브슈크레.



에끌레어와 밀푀유를 포장했다. 잘 들고 오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들고 다니고 서울까지 동행했더니 둘 다 박스 안에서 쓰러져 있었다... 그래도 먹는 데는 무리 없으니까 냠냠굿...



지난 번 쓱 둘러보기만 했던 서점이자 카페 더 폴락에 들렸다. 패미니즘 서적이 제법 많아 다시 들려보고 싶었다.



이틀 간 너무나 도파민에 중독돼 살았기에 디톡스 좀 하려고 책을 사서 자리잡고 읽었다. 허랜드는 고전 패미니즘 소설인데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



나무 그늘 아래 살랑살랑 바람을 즐기고 있는데 귀여운 닥스가 두둥 등장... 모든 손님들에게 한껏 귀여움을 받고 내 발밑에 자리를 잡았다. 아니 원래 닥스형 자리에 내가 마침 앉아있는 걸수도??



잠시 후 옆으로 누워 본격적으로 자기 시작했다ㅋㅋㅋㅋㅋ
두 시 넘어서 까지 앉아서 책 읽다가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았다. 중앙로 인근 퀴어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예상 외로 시끄럽지도 붐비지도 않았다. 퀴어 반대 시위를 하는 인원들도 조촐... 그들을 지나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갔다.



동대구역 근처 사파키친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나시고랭도 넘 먹고 싶었지만, 밥이 땡겨서 쉬림프라이스로... 애매한 시간인 3시에도 웨이팅이 있어 15분쯤 기다려야 했다.(주말이라 그럴수도) 직원분들 다 넘 친절하고 음식도 괜춘.



후식으로 근처 헤이차일드에서 젤라또를 먹었다. 2가지 맛이 5000원이라 자두맛과 초코맛을 골랐고 맛보기 한 스푼을 덤으로 고를 수 있어 소금우유맛을 골랐다. 세 가지 맛 중에는 초코맛이 아주 꼬숩고 제일 맛났다.



커피 한 잔 하려다 SRT에서 푹 자려고 자제했다. 그러나 못 잤쥬... 또 내내 야구 중계 보면서 올라왔쥬... 경기 일찍 끝나서 이럴 줄 알았으면 토요일 경기도 보고 올 걸, 약간 후회했쥬...

삼성... 잘 하자...


야빠로서 이대호가 은퇴하기 전에 사직구장을 한 번 다녀와야 겠다는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내가 쉴 수 있는 날과 우리팀이 부산 원정 가는 날을 맞춰 8월 말 목요일 부산으로 향했다.


서울은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리고 서늘했는데 부산은 쨍쨍하고 더웠다. 성수기를 지난 평일이라 관광객이 적을 줄 알았것만 그렇지도 않았다. 붐비는 부산역을 나와 근처 본전돼지국밥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라 인근 직장인들과 관광객들로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기다리고 싶지 않아 짐부터 내려놓을 생각으로 호텔로 향했다. 역과 가깝고(부산은 크니까 어디서 묵든 이동거리가 다 멀 것을 감안해 가방부터 내려놓고 움직이고 싶었음) 깨끗하고 가성비 좋은 숙소를 찾다가 시티호텔이란 곳에 묵게 됐다. 룸은 선택지 없이 투베드여서 베드 하나는 수납용으로 썼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돌아온 후에도 본전돼지국밥의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 날 뭔가 몸이 허한 느낌이라 첫 끼로 돼지국밥이 꼭 먹고 싶어서 본전국밥 바로 옆 웨이팅이 단 한 팀뿐인 신창돼지국밥에 들어갔다. 국물이 맑고 독특한 맛이 났다. 입에 딱 맞지는 않았지만 돼지냄새 안 나서 만족했다. 고기국물 먹고 기운 났으면 그것으로 끼니의 목적은 달성한 것...



근처 창비부산과 카페가 한 건물에 있어서 쉴 겸 들어갔다.



윗 층 창비부산에 먼저 갔다. 처음 방문한다고 하니 직원분이 친절하게 공간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메모지와 파일을 주셨다. 책도 보고 북마크도 만들어보았다.



1층으로 내려와 카페 브라운핸즈에서 커피 한 잔했다. 이 날의 첫 커피라 카페인을 들이붓는 느낌이 감동적이었다. 한 잔 호로록 마시고 부산역으로 나와 용궁사에 가는 버스를 탔다. 못 앉을 것 같아 한 대를 보내고 눈치싸움 끝에 다음 버스를 탔다. 빠르게 버스 안을 스캔하고, 버스가 멈출 곳을 파악하고, 남들보다 빨리 타서 자리에 앉고 나니 스스로가 어찌나 대견스럽던지... 한 시간 넘게 타고 갈 거라 꼬옥 앉고 싶었다. 짧지 않은 시간 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부산의 풍경을 보는 게 또 하나의 재미였다.



부산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용궁사는 처음이다. 야구 보는 거 빼면 용궁사 가는 게 유일한 계획일 정도로 이번 여행의 핵심 관광 포인트...! 그러나 이 날은 너무 더웠다...



좁은 동굴 같은 길을 지나면 이런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와 맞붙어 있어 근사하다. 낙산사와는 또 다른 느낌.



그늘이 없는 곳에서 황금불상을 바라보고 서있으니 땀샘이 폭발했다. 얼굴땀을 닦으며 빠르게 용궁사 관광을 마치고 택시를 탔다.



해변열차 타라는 추천이 많아서 돌아가는 길만이라도 타보려고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앉다보니 어느 대가족들 틈새에 낀 요상한 꼴이었지만 머어땨용... 앞자리 사수하고 바다 더 잘 보면 됐지...



이런 풍경들을 고생 없이 편하게 앉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 개꿀입니다...



종점인 미포 정거장에서 내려 바로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당과 카페인이 다 필요해서 흑임자아인슈페너를 시켰다. 검색해보니 리베먼트라는 곳인데 커피는 쏘쏘였고 가게가 시원하지 않아 계속 더웠던 기억이 난다.



해운대가 코 앞이지만 이렇게 스쳐만 지났고 바로 지하철 탔다...ㅋ 3일 동안 모래사장을 한 번 안 밟았당... 광운대교 야경을 볼까 말까 하다가 선발 매치업이 목요일 경기가 더 유리해서 걍 밤에 이틀 연속 야구 직관만 함...ㅎ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배민으로 이재모 피자를 시켰다. 배민에 있어줘서 넘나 감사... 치즈가 많고 토핑이 베이직해서 맛있다. 토핑 많은 도미노 피자도, 얇은 화덕 마르게리타 피자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재모피자도 가끔 생각날 듯.(걍 모든 피자 다 좋아하는 사람인가 봄...ㅎ) 저녁으로 두 조각 먹고 남은 조각을 3일 내내 아점으로 먹다 보니 다른 맛집들을 못 찾아간 것은 조금 아쉽다. 그치만 음식 남기는 게 넘 싫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3일에 걸쳐 먹고도 한 조각 남아 호텔 냉장고에 두고 온 나는 먹찌질이...



사직구장 예매는 인터파크도, 티켓링크도 아닌 롯데자이언츠앱을 통해 해야한다. 진입장벽이 좀 있다고 느꼈고(귀찮고 낯설다는 뜻), 롯데포인트 적립을 해줄거면 롯데 공용 아이디를 걍 같이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적립하려고 롯데포인트 카드번호 16자리 다 치고 있으니 현타 왔다...ㅎ 처음 가는 사직구장이라 대충 응원석 비슷한 곳으로 예매를 했다. 내 기준으로는 경기장과 너무 가까워서 시야가 답답했다. 그래서 경기 중에 금요일 경기 예매해둔 걸 취소하고 뒷 구역으로 다시 예매했다...ㅋ 관중석 짭허니의 지도 하에 설렁설렁 응원하면서 경기를 봤다. 원정경기는 서울로만 다니다보니 우리 팬이 압도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응원하는 기분을 처음 느껴봤다. 이색적이고 재밌었다. 롯데 응원가를 절로 따라부르게 된다ㅋㅋㅋㅋㅋ 롯데팬 친구와 홈팀 응원석에 앉아보고 싶다. 그리고 이대호 은퇴하지마...ㅠㅠ
이 날은 삼성이 무난하게 이겼다. 2002 올드 유니폼을 첫 개시한 날, 내가 마킹한 오승환 선수가 세이브하는 모습을 보고 사직구장 직관 승률 10할인 상태로 호텔로 돌아왔다. 귀갓길에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무계획의 둘째날. 아점으로 전 날 남은 피자를 한 조각 먹고 전포동 가는 버스를 탔다. 커피 마시고 소품샵 구경을 하자, 정도만 생각하고 나섰다. 베르크로스터스라는 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직원분들이 친절하고 공간이 독특하다. 추천해주신 커피를 주문해서 받고 윗층으로 올라가니 대합실처럼 의자를 배치해둔 공간이 나왔다. 여럿이 와서 오래 앉아있긴 별로일듯. 난 혼자왔기 때문에 노상관... 커피 맛있었다.



구름이 예쁘고 날씨가 좋았다. 잠깐 걸었을 땐 행복했지만 죽음의 소품샵 투어를 하니 넘 지치고 힘들었다. 전포동에 소품샵 쥰내 많다... 구경만 많이 하고 많이 사진 않았다. 내가 쓸 샤프와 소품샵 마다 있어서 궁금해서 사본 밤잼(선물도 할 겸 여러 개), 스티커 정도 샀다.



점심으로 점 찍어 둔 곳은 로위버거였지만 아점으로 피자를 먹어서 점심은 매운 게 땡겼다. 검색하다가 부산 왔으니 대표음식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본가밀면에 갔다. 비빔밀면 한 그릇 먹었다. 근처에 알라딘 서점과 예스 24 중고서점이 있어서 다음날 읽을 책을 사기 위해 방문했다. 알라딘 보다 예스24가 책 컨디션이 더 좋고 권수도 많았다. 말이 중고지 새책 같은 상태여서 여러 권 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신중하게 소설책 한 권을 구매했다.



카페 오프커스에서 달달한 디저트와 커피를 한 잔했다. 긴 소품샵 투어의 피곤과 밥을 먹고 난 식곤증으로 몹시 졸렸다. 호텔로 돌아가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언제 다시 올 수 있을 지 모르는 사직구장을 가봐야 하니까... 시간 맞춰 나와 사직구장 가는 버스를 탔다.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여러 대 있어서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탔는데... 가는 길이 험하고 기사님의 운전도 거칠어서 멀미가 났다...ㅠㅠ



생애 두번째 사직구장 방문. 이 날은 하늘이가 선발이라 큰 기대 없이 봤다. 그러나 이대호가 하늘이 상대로 만루홈런을 치는 걸 볼 줄을 몰랐지...ㅜㅜ 이대호 서타다 서타... 은퇴하지 마세여....ㅠㅠ 부산팬들이 이렇게 이대호를 사랑하는데 왜 은퇴하시는 거예여...ㅠㅠ 나중에는 삼성 응원팬석에도 다 같이 이대호 응원가 부르고 정줄 놓고 관람했다ㅋㅋㅋㅋㅋ 사직구장 직관 승률은 이제 딱 오할...
호텔로 돌아와 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유투브를 봤다. 잘 못 먹는 게 아니라 군것질을 많이 하넴...

마지막 날, 이제는 조금 지겨운 피자로 아점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일단 무거운 짐가방을 부산역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그리고 흰여울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다.(버스 안에서 그 다음주에 있는 잠실 두산전을 예매했다...ㅎ 야구 보러 가서 야구를 예매하는 삶... 하루 하루가 예매인 삶...ㅎ)



흰여울마을이 지난번에 갔을 때 너무 좋아서 또 가고 싶었다. 이렇게 건물들 사이로 한뼘씩 보이는 바다가 운치있고 좋다.



날이 흐려 바다의 반짝거리는 느낌이 덜해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분위기 있었다.



감성 포토스팟은 못 지나치고 지나가는 여성분께 부탁해 사진도 찍었다. 지금, 여기, 우리 흰여울...



대도시와 넓은 바다를 한번에 느낄 수 있는 게 부산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언제와도 좋겠지만 여름보단 겨울이 더 좋다... 너무 더웠으니까...



카페가 몇 군데 더 생겨서 선택권이 많아졌다. 에테르라는 곳에서 아아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왠히괜지 바다를 보며 책을 꼭 읽고 싶었다. 그런 여유를 부려보고 싶었음ㅎ) 책은 전날 산 그레임 맥레이 버넷의 블러디 프로젝트. 살인사건 그만 좋아해야 하는데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보면 읽고 싶어서 못 참겠다...
책 조금 읽다가 남포동에 가서 시장 구경을 했다. 친구들과 같이 갔을 땐 시장구경이 재미났지만 혼자 구경하니 영 흥이 안 나 빨리 접었다.



테이블링 예약해서 웨이팅해야 하는 신발원 말고 그 옆에 마가만두에 갔다. 십 분 기다리니 자리가 나서 군만두와 새우찐만두를 주문했다. 흑흑 너무 맛있었다. 군만두 세 개, 찐만두 세 개 먹고 남은 만두는 포장을 했다. 혼자 여행은 여러 메뉴 다양하게 못 시키는 게 아무래도 젤 아쉽당...



떠나기 전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려고 바우노바백산에 갔다. 드립커피 넘 맛있다. 드립 원액도 맛 보라고 주셔서 먹어보았다. 진한 초콜렛 같은 맛이 나서 카페인이 퐉 오르며 기분이 좋아졌다.

잘 쉬고 땀을 식히고 나왔다. 부산역까지 지하철 한 정거장이라 지하철 타기도 뭐해서 걸었다가 다시 더워졌다...ㅎ 삼진어묵에서 모듬어묵 하나 사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서울 간다고 하니 아이스팩 포장을 해주셔서 아이스팩 포장된 어묵과 짐가방과 만두와 밤잼과 양장소설책으로 어깨가 부서질 듯 무거웠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SRT에 올라 자야한다는 강박감으로 ASMR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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