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구의 결혼식을 보러 전주에 내려갔다. (친구 결혼식 때문에 두 달 사이 지방을 또 가다니!) 친구는 백설공주같이 뽀얗고 예뻤고 식장밥은 맛있었다. 갈비탕에 밥 한 공기 뚝딱 먹고 친구들과 한옥마을에서 커피 한 잔 마셨다. 폭우가 쏟아져 컨버스가 푹 젖었던 어느 여름의 전주가 생각났다... 횐님들과 같이 고생했던 전쟁 같은 전주가 맞냐 햇볕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전주에서 머물며 자는 친구도 있고 바로 올라간 친구도 있었다. 나는 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향했다. 바로 올라오기 아쉬운 마음에 근처 지역에서 하루 자며 관광하고 싶었다.



어둑해져 가는 저녁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터미널과 광한루원에 가까운 한옥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화장실과 욕실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쓰는 숙소에는 처음 묵어보았다. 걱정한 거에 비해 불편한 점 없이 잘 머물다 왔다.



가방만 내려두고 광한루원에 야경을 보러 나갔다. 7시 이후 무료 입장이 된다. 들어가자 마자 이런 야경이 보였다!





이 달 조형물을 손에 올린 것처럼 보이는 각도로 사진을 찍는 것이 국룰인 것 같았다... 가족 나들이를 온 분들 단체사진을 찍어드리고 그분들이 내 사진도 찍어주었지만, 손에 올리는 각도까지 봐달라고 하기엔 어쩐지 쑥스러워서 평범한 전신사진만 찍었다...



선선한 밤공기 속에서 계속 산책을 했다. 광한루원 바깥으로 천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밤에 보는 춘향이와 몽룡이는 쪼끔 무서웠다.



한옥카페 뜰아래에서 떡과 커피를 먹었다. 점심 때 갈비탕을 많이 먹어 저녁 생각이 없어 간식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편안한 밤 분위기가 좋아 야외 마루 자리에 앉았다. 핸드폰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우르르 들어온 아저씨 손님 일행이(카페가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어 거기 묵기로 한 손님인듯) 춘향이 타령을 해대며 큰 소리로 낄낄대기 시작했다. 기분이 잡쳐서 얼른 일어났다.


숙소는 5분, 10분 걸리는 가까운 거리인데, 골목길이 헷갈려서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ㅋ 그리고 열쇠로 대문을 여는 게 또 한참 걸렸다. 덜그럭 거리기만 하고 열리지는 않아서 식은땀을 좀 흘렸다... 다행히 주인아주머니를 부르기 전에 혼자 문을 열 수 있었다.
공용공간을 같이 쓰는 손님이 두 세명쯤 있는 것 같았으나 마주치지 않아 불편한 점은 없었다. 따뜻한 물도 잘 나왔고 늦은 밤부터 바닥 난방을 해주셔서 잘 때는 따뜻했다. 방음이 안 되긴 했지만 미리 고지가 돼 있어 묵는 손님들부터 알아서 조심하는 느낌이라 오히려 조용했다. 침투부 삼국지를 보며 잠을 청했다.



아침 먹고 빵착순에 참가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느긋하게 씻고 준비한 뒤 가방 챙겨서 마당에서 잠시 해바라기 했다. 떠나기 전 셀카도 찍고 발샷도 찍었다. 이 플랫 신고 토요일에 16,000보, 일요일에 20,000보를 걸었다... 신나서 돌아다닐 땐 몰랐고 월요일에야 근육통으로 앓았다...ㅋ



게하에서 5,000원을 내고 아침을 먹었다. 따뜻한 잔치국수에 주먹밥을 곁들여 먹으면서 아주머니와 돌아다닐 곳 얘기를 했다. 정보도 받았다.  



노출...콘크리트...인더스트리얼...인테리어...뭐시기... 미래의 카페 모습 같은 건물을 빵집 가는 길에 한 장 찍어보았다.



명문제과 오픈 30분 전에 도착했다. 하루 세 번 빵 나오는 시간이 있고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리는 게 좋다고 한다. 주말이라 부지런 떨며 도착해서 줄을 섰더니 18번을 받았다.



유명한 꿀아몬드, 수제햄빵, 생크림슈부르는 인당 3개로 제한됐다. 3종빵에 생크림꽈배기를 더 담았다. 빵과 짐을 맡기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공용터미널에는 물품보관함이 있다고 했지만 지금은 사용이 안 된다고^^; 친절한 직원분이 사무실에 맡아주셔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맡겼다.(사실 올라올 때는 공용터미널이 아니라 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 했는데 고속터미널은 관광지와 거리도 있고 물품보관함이 없다고 해서 일단 공용터미널에 맡기기로 정한 거였다. 예상과 달랐어도 종일 가방 안 들고 다닐 수 있어 감지덕지. 며칠 전에 예약하려니 KTX는 이미 매진이었다. 올라오는 길 차가 좀 밀려 4시간쯤 걸렸다. KTX 예대라도 걸어볼 걸 조금 후회...ㅠ)





카페 은달래에서 커피를 마셨다. 사장님 사정상 핸드드립이 안 돼서 먹고 싶던 맛있는 내린 커피는 못 마시고 콜드브루로 주문했다. 저 책 되게 웃겼다. 커피는 과일이고 암과 파킨스병을 예방하고 우울증과 간질환에 좋단다... 아침부터 만명통치약을 먹었넴... 아쉬운 마음에 드립백을 몇 개 사서 나왔다.



미술관 가는 길 춘향테마파크 근처에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이 있어 찍어보았다. 사또와 도령님 그리고 크고 작은 팬더...



지도상 거리가 가까워 그냥 걸어올랐다. 방문자 중에 나만 차 안 타고 걸어올라간 것 같다... 이런 가파른 언덕길인 줄은 몰랐다. 올라오다 천문대가 보여서 혹시 다음번에 남원을 방문한다면 별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건물이 예술이었다. 멋져멋져.



커플이 중앙길에서 셀카를 찍고 있길래 오지랖 떨며 사진 찍어드리겠다고 했다. 여기서는 건물 전경으로 전신 사진을 찍어줘야 하니까... 나도 찍어달라고 요청해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서로 만족할 만한 사진이 나왔다.



한복을 주제로 하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관이 아담하고 전시 작품도 적은 편이었다.





노리개 색감이 아름답다.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30대... 거울 셀카를 종종 찍기 시작했다...ㅋ 혼자 다니면 아무도 나를 찍어주지 않으니까...



미술관 안 카페 미안커피에서 잠시 쉬었다. 시그니처메뉴 중 하나인 서리태라떼를 주문했다. 고소하고 적당히 달달해서 맛있었다. 특히 위에 저 크럼블이 존맛탱. 바람 살랑살랑 부는 가운데 산과 멋진 건물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니 무릉도원이었다.



미술관에서 내려가는 길. 조용하고 풍경이 좋다. 구두가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간밤에 산책한 천변 길을 다시 걸었다. 옳게 된 봄날씨... 날씨가 너무 좋았다.



광한루원에 재방문했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낮에 본 달조형물은 보라색이었다.



연못에는 살찐 잉어들이 살고 있다. 잉어먹이를 사서 나눠주는 아이들 옆에 앉아 가성비 잉어 구경을 했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벤치에 앉아 멍 때렸다.



이 춘향쓰와 몽룡쓰도 어쩐지 무섭게 생겼어~~~~ 그네를 한번 타고 싶어서 얼쩡거려보았으나 어린이들만 줄 서 있고 어린이가 타면 부모님이 사진을 찍어주는 포토스팟 느낌이이기에 포기했다... 10년 전(정말 딱 10년 전이넴...ㅋ) 친구들과 들렀을 땐 그네 탔던 것 같은데...



광한루원 바깥 쪽으로 늘어선 관광상품도 구경하고(김부각을 살까 말까 하다가 가방 커지는 게 싫어 참았다. 사올 걸...) 예쁜 돌담길도 걸었다.





2시 조금 넘은 시간 늦은 점심으로 한우회관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10년 전 친구들과 우연히 먹은 광한루원 옆 육회비빔밥집이 기억이 안 나 그냥 유명한 곳에 들렸다. 돌솥밥을 주는 곳은 무조건 옳다... 선지 넣어주는 맑은 소고기국도 정말 맛있다. 허겁지겁 먹다가 배 불러서 숭늉 많이 남겼다. 흑
계산하고 나갈 때 혹시 전에 좌식 테이블 아니었냐고 여쭤봤더니 맞다고 작년에 내부테이블을 바꾸셨다고 했다. 이곳이 전에 먹었던 그 식당이 맞을까??? 일기든, 포스팅이든 열심히 써야할 이유...ㅠㅠ 기억이 너무 금방 날아간다.






광한루원 근처 한옥카페 예루원에서 백향과에이드를 한 잔했다. 남원시에서 하는 곳이라고 얼핏 본 것 같다. 아메가 2,000원으로 아주 저렴해 다른 메뉴를 시켰다. 광한루가 보이는 자리가 마침 비어있어서 차지했다. 아침 일찍부터 바쁘게 다녀 졸리고, 밥 먹은 뒤라 나른하고, 바람 솔솔 불어 편안해서 축 늘어져 있었다.



ㄴr는 가끔 거셀을 찍는ㄷr...이런 내 모습이 싫지 않ㄷr... 사진을 못 찍지만 시도해보는 건 좋은 거ya...




 
터미널로 가야 하는 시간... 괜히 아쉬운 마음에 골목길을 빙빙 돌아 걸었다. 담장 바깥으로 보이는 꽃에 카메라를 찰칵거리게 되는 나이~~~~ 높은 건물이 없고 빈 상가가 많아 안타까웠다. 요즘 관광지에 많은 그 흔한 소품샵, 그 흔한 독립서점 하나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공용터미널에서 맡긴 짐을 찾고 택시로 고속터미널로 이동했다.
남원 안녕~~~~~ 다음에 또 올게~~~~ 그땐 친구들이랑 와서 탕수육도 먹고 (친구들이 권한다면)추어탕도 먹고 맛있는 커피도 더 마시고 갈게~~~~~

다음 날 은달래에서 사온 드립백 커피를 내려서 명문제과 빵과 함께 먹었다. 마무리까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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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하기 싫고 커뮤에 들어가는 일이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날이라 일기를 써본다.
지난주 어릴 적 살던 동네를 걸었다. 지금 살고 있는 신도시의 빈약한 벚꽃나무와 비교해 이곳의 벚꽃은 벚꽃길을 이루며 풍성했다. 주말에 비 예보가 있었기에 올해 마지막 벚꽃이란 걸 알았다. 봄은 또 오고 꽃은 또 피겠지만... 내년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길 따라 고인 꽃잎과 나란하게 걸었다.



더워서 잠시 들린 근처 카페 후디커피. 여기에 이런 곳이? 싶은 장소였다. 아아와 솔티드카라멜 휘낭시에로 힘을 냈다.



어릴 적 살던 골목을 걸으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저 계단으로 내려가지 않고 바로 뛰어내리는 게 유치원생의 익스트림이었다. 친구들끼리 꼭 그렇게 뛰어내리도록 응원하고 강요했었다. 타고난 겁쟁이인 나는 몹시 무서워했던 기억...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려다 보아도 무섭다.



오성쌀상회 옆에는 푸름슈퍼가 있었다. 사라진 것도 많고 사라지고 있는 중인 것들도 많아서 애틋한 맘이 든다. 어렸던 나와 젊었던 부모님 생각이 난다.



비 내리는 토요일, 리어왕을 보기 위해 국립극장에 갔다. 국립극장에 올라가는 길목에 선 벚꽃들이 바닥에 새로운 벚꽃나무를 만들고 있었다. 제법 비가 많이 왔지만 운치를 느끼며 걸어서 올라갔다.



젖은 가지 위로 흰 점처럼 박힌 꽃잎들. 사진 찍으며 천천히 걷느라 내 에코백이 이 가지만큼 흠뻑 젖어있었다...


 
타님, 찐님과 리어왕을 봤다. 긴 대사 홍수에서 잠깐씩 졸음에 잠겼다. 고전에 현대적인 무언가를 입힐 때 그게 뻘하게 느껴지지 않고, 잘 달라붙기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주연인 이언 매켈런 말고 다른 배우들은 연기를 잘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졸음과 위화감을 느끼며 빠른 걸음으로 국립극장을 나섰다.



예약해둔 황토집 묵은지닭한마리를 먹기 위해서... 세 명은 모여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약수역에서 셋이 만나는 날을 기다렸다. 묵은지 맛있었고 닭도 맛있었다. 가슴살이 뻑뻑하지 않고 부들부들한 것이 맛나맛나. 연극 보러 만는 게 아니라 김치찜을 먹으러 만난 것이었다.



화요일, 북서울미술관에 가는 길에 햇빛과 초록의 나무가 아름다웠다. 벚꽃은 졌지만 이 햇빛과 이 초록은 봄을 느끼게 해준다.


미리 예약을 하고 SF2021: 판타지 오디세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보았다. 인상적인 영상물이 몇 개 있었다.


루시 매크래의 고립연구소.



이건 그냥 귀여워서... 작품 일부만 확대해서 찍었다. 제목은 신성한 돌.



비치된 오디오 장비를 이용해 소리를 들어야 하는 작품이 많았다. 비닐장갑을 낀 채 헤드셋 커버를 끼웠다 벗겼다 반복해야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은 품이 들고 귀찮았다... 아이리버 엠피쓰리가 반가워서 찍었다. 나는 삼성yepp을 썼었다.



같이 열리고 있는 풍경과 정물이란 전시도 봤다. 봉투 안에 작품 엽서 두 장이 들어있어 기분이 좋았다... 무료 전시에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건지...



빙벽.


노란 꽃.



걷기로 마음 먹은 날이라 근처에서 약간의 쇼핑을 마치고(잠실 버터가 없어져서 노원 홈플러스 안에 있는 버터에 갔다. 여러 번 재구매한 작은 3단 우산과 바스락 거리는 반바지를 하나 샀다.) 공릉까지 걸었다. 노원의 차분한 분위기가 좋다.


 
공리단길 어느 카페에서 아인슈페너를 마시며 책을 좀 읽었다.

12시가 넘었고 이제 잘 수 있을 것 같다... 잘 자고 잘 살아보자...

 2021년의 1/4이 지났다. 3달 동안 뭘 읽고 뭘 보며 어떻게 사부작사부작 거렸는지 써본다.

 올해 첫 책으로 이언 매큐언의 스위트투스를 읽었다. 냉전 시대 M15에서 일하는 스파이 주인공과 그의 작업대상인 소설가라니, 설정만 봐도 재밌다. 백퍼센트의 확신을 갖고 책을 구입했다. 내가 기대했던 건 이노센트를 읽었을 때의 긴장과 충격이었으나 스위트투스는 그보다는 독서와 창작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 속에 짧은 단편들을 읽는 재미는 있었다. 다만 내용도 전개도 예상 밖...

 

  올리브 키터리지의 다음 이야기인 다시, 올리브도 읽었다.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를 본 이후 올리브가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얼굴을 한 구체적인 이미지로 상상이 되어 배로 감정 이입이 됐다. 늦은 밤 책장을 덮으며 눈물이 났고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늙는 것, 죽는 것 그저 누가 몇 걸음 앞서거나 뒷서거나 할뿐인데 왜 이런 슬픔을 느끼게 할까ㅠㅠ 나는 책을 읽으면서 여간해서 우는 일이 없는 차가운 심장인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은 나를 눈물 흘리게 한다. 감정의 공명이 맞는 것 같다고 (나 혼자) 생각하는 작가. 아직 읽지 않은 작품들을 아껴가며 보고 싶다.

 

 시녀이야기의 다음 이야기 증언들도 읽었다. 시녀이야기가 숨 막히게 갑갑했다면 증언들은 그 닫힌 세계 안에서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전복이 움트기 때문에 훨씬 읽기 수월했다. 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리디아아주머니의 목소리로 듣는 길리아드의 역사는 아주 오싹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자유와 평등이 언제든 후퇴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에 그러했다.

 

 다른 작품이 더 읽어보고 싶어서 눈먼 암살자를 봤다. 액자식으로 구성된 세 편의 이야기와 중간 중간 삽입된 신문기사들 탓에 초반부에는 집중이 쉽지 않았으나 이내 상상을 능가하는 끔찍한 전개, 충격적인 반전 속으로 빠져들었다. 캐나다의 현대사, 한 가족의 가족사, SF소설 속 왕국의 역사가 얽히며 독자를 매혹적인 슬픔 속으로 데려간다. 넘 재밌었고요. 별이 다섯 개.

 

 찬호께이를 처음 읽은 것도 올해 초. 단편집 디오게네스 변주곡은 실망스러웠지만(작품마다 편차가 너무 심하고 추리, 판타지, SF, 미스터리 장르가 섞여있다. 이게 나에게는 좋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찬호께이는 홍콩 사람인데 홍콩이 문화적으로 일본 영향을 많이 받나? 일본 전대물을 컨셉으로 하는 단편도 있고, 등장인물의 외모를 비유할 때도 일본 아나운서, 연예인을 사용하기도 한다.) 장편소설 13.67은 재밌었다. 모든 부분이 재밌었던 것은 아니고 중반부 전혀 안 궁금한 내용들도 있었지만, 거기 견디니까 다 보고 자고 싶어서 잠 못 잘 정도로 재미졌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충격을 받고 다시 맨 앞 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좀 더 많은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서 쯔진천의 무증거범죄도 읽었다. 그냥 그랬다. 잘 짜여진 추리소설이 있으면 추천을 좀 받고 싶다... 날이 더워지면 다시 도전...

 

 한국 소설들 몇 권 포함해서 틈틈이 1분기 동안 스무 권 넘는 책들을 읽었다. 인상적이었던, 좋았던 소설은 마이라나 엔리케스의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맨디블 가족, 밀란 쿤데라의 농담 정도. (작년에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읽고나서, 안 읽히는 소설을 극복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이 들수록 좋아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기억력은 명백하게 떨어지고 있지만ㅠ 이해하는 게 나아졌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13.67을 읽고 가보지도 않은 과거의 홍콩에 대한 향수가 차있는 상태에서 왕가위 특별전을 보러 다녔다. 처음 보는 작품도 있고 어렸을 때 보고 다시 보는 작품도 있었다. 어렸을 때는 해피투게더가 제일 좋았고 다시 보니 화양연화와 중경삼림이 좋다. 타락천사는 과한 허세에 조금 놀랐지만 누구나 가슴 속에 중 2였던 시절이 있으니까 눈을 뗄 수 없었다. 허세도 뻔뻔하게 밀고 나가면 인정해줘야지. 그리고 나는 여명, 장국영, 금성무 보다는 양조위다. 금성무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가는 건 양조위야...ㅠㅠ 껄꺼찌시 쌜라다!

 프랑수와 오종 영화도 봤다. 인더하우스와 프란츠만 본 극호감인 상태에서 썸머85와 신의은총으로를 연이어 봤다. 재미없어서 깜짝 놀랐다. 판단하기 위해 다른 작품들을 좀 더 봐야 하는 건지ㅠㅠ

 볼 영화가 없을 땐 극장에서 재상영하는 오래된 영화를 봤다. 늑대와 함께 춤을, 람보를 상영관을 전세내고 혼자 봤다. 크... 고전 명작은 다 이유가 있었다. 특히 람보는 미국 국뽕 전쟁영화라고 근거 없이 유추했었는데 오히려 전쟁 PTSD를 다룬 반전영화였다. 제작 코멘터리와 함께 람보가 설득되어 투항하는 지금의 엔딩과 자살하는 원래의 엔딩을 같이 보여주었다. 후속편들에서 람보가 이용되는 걸 보면 그냥 1편에서 죽는 게 나았을 수도...ㅠㅠ

 

 소울은 좋았고, (현실이 아닌 과거 혹은 미래를 사느라 이 순간 느껴지는 풍부한 감각들을 놓치고 산다는 느낌을 다 갖고 있지 않을까?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괜히 하늘을 한 번 보게 되고 숨을 깊이 한번 쉬어보게 됐다. 그리고 피자를 사서 귀가했다ㅋㅋㅋ) 미나리는 모를...이었다.(독립영화 느낌으로 보면 된다고 하던데 요즘 한국 독립영화들도 그보다 짜임새 있고 볼만하지 않나... 밍숭맹숭함이 문제가 아니라 뻘하고 좀 이상하다. 연기도 모르겠읍니다... 특히 스티븐연 넘 별루...) 의외로 재미있던 영화는 북스마트였고(공감성수치 오질 걸 예상했으나 전형적인 하이틴 무비를 한번 꽈서 유쾌했다. 킬링타임으로 추천추천) 의외로 별로였던 영화는 퍼펙트케어였다.(로자먼드 파이크의 열연을 깎아먹는 어처구니 없는 황당한 전개가 가장 큰 단점이었고, 그 외에도... 좀 트위터발 주작 사이다썰 느낌이 났다. 특히 초반부 찌질해 보이는 남자가 주인공을 위협하며 더듬더듬 욕을 하고 거기에 주인공이 전혀 위축되지 않고 성적인 욕으로 한 방 먹이는 부분이 1오글...ㅠ 그리고 다 젖은 상태로 슈퍼마켓에 들어가 남자주인이 보고 있는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속옷 차림으로 서있는 부분이 너무 이상해서 기억에 남는다. 어느 여성도 그러지는 않을 것...)

 

 왓챠가 해리포터를 데려와주어서 올초에는 해리포터를 몰아서 봤다. 3편부터는 약간 견디듯 봤다. 어둡고 푸르스름한 영상과 우울한 얘기들을 집중해서 보고 있기가ㅠㅠ 부모를 잃고 가족 같은 존재도 잃은 해리 너무 불쌍하고요, 두들리들 아동 학대로 다 빵에 가야 하고요ㅠㅠ 마법사 세계 너무 미개해서 곧 망할 것 같읍니다... 

 해리포터를 보며 선인장 화분 뜨는 연습을 했다. 인형류가 뜨기 어렵지는 않은데 완성도 있게 모양새 나게 만들기가 어려운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얼레벌레 막 하는 경우에는... 이게 1트라 젤 모양새가 별로다ㅋ

 해리포터는 편수가 많으니까~~~~ 2트까지 연습한 후에 선물용으로 더 떴다. 타님과 찐님께 이렇게 선물~~~~ 양 조절을 못해서 방울솜이 많이 남았다. 올해 안에 인형류를 뭐라도 더 떠야할 것 같다.

 찐님이 브로드처치 재밌다고 추천해줘서 찜만 해두었는데 3월 말에 넷플에서 내렸다. 그 전에 허겁지겁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내용인 줄 몰랐다. 사람이 싫어지는 기분^_T 역시 가만히 보기 어려워 남는 종이실로 꼼지락거렸다. 다이소에서 산 똑딱이 단추까지 달아서 카드지갑을 만들었다. 스티치 들어간 건 엄마 꺼, 안 들어간 건 내 꺼. 실사용은 아직 안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내 꺼... 브로드처치 시즌 3은 넷플에 또 없당. 3도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내용인지 궁금하고여...

 

 갑자기 프랑스 자수가 궁금해서 간보기 시작... 취미 간보기는 다이소만한 곳이 없다. 대충 내 눈에 귀여워 보이는 도안 사서 유투브 보고 따라해보았다. 꼼꼼하고 예쁘게는 못해도 키치한 느낌으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당근마켓에서 스타터키트를 구입하고 거기에 없는 철필과 먹지는 동대문 가서 구입했다. 그리고 2달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ㅋㅋㅋㅋㅋ 나는 그냥 넷플릭스나 왓챠 보면서 한 땀 한 땀 뜨고나 싶지 도안 옮기고, 실 나누고 정리하는 건 안 하고 싶다... 너무 손 가는 게 많아서 정말 하고 싶을 때까지는 보류...

 2월, 관람기간이 연장된 데이비브 자민전을 혼자 보고 왔다. 율동감 있고 스타일리시한 작품들도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를 충전했다. 혼밥이라 봉산옥 갈까 허수아비 돈까스 갈까 고민하다가 돈까스로 위장을 채웠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바로 다음 날 친구들이랑 앙리 마티즈 전을 봤다. 이 전시야 말로 얼리버드 관람기간을 연장해주고 또 연장해줘서 겨우 다녀왔다. 전시회보다는 간만에 삼성동 나들이가 설렜다. 다섯 개의 점심식사 메뉴를 제안했고 그 중 팀호완이 체택되어서(그냥 대만에 놀러가고 싶은 걸지도ㅠㅠ) 딤섬과 우육면을 조졌다. 그리고 관람~~~~ 라떼가 맛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너무 맛있었나보다. 사진을 이렇게 초점 없이 달랑 한 장 찍어버린 줄도 몰랐네ㅠ

 코엑스 구경하고 저녁까지 먹었다. 후무스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남겨본다. 건강한 느낌이었고 다음에는 튀긴 팔라펠도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샥슈카는 말모... 보이는 대로 그냥 맛있지... 

 

 타님이 여고추리반 영업해서 티빙 가입했다.(네이버플러스 1달 무료로 티빙까지 이용!) 그냥 아기자기한 맛으로 보다가 스케일 커지니까 역시 대탈출 느낌났다! 아니 오히려 대탈출보다 보기 편했다. 긴 생색 타임과 호들갑 타임이 없고 짜증나는 서열질이 없으니까. 무서워 하기는 하지만 다들 할 거 해서 보기 좋다. 애기처럼 구는 ㅇㄴ형이 장벽이긴 하지만... 귀척하는 ㅍㅇ도 견뎠으니 이겨내야지... 시즌 2 기다린다... 

 

 하오카 시즌 2보고 있고 굿와이프 시즌 4 다 봤다. 요즘 보는 영상물을 이 정도... 열심히 찾아보는 건 없다. 한동안 빠ㄷ너스, 피ㅅ대학 열심히 보다가 지금은 질렸다. 빠ㄴ보틀 여행 영상 좀 보다 말았고(재밌는데 몰아보게 되지는 않넴...)꾸준히 보던 브이로그 몇 개도 질린 상태... 새로운 거 추천을 좀 받고 싶어서 검색해보고 있다. 매일 저녁 7시 침ㅊ맨 유툽 업로드만 기다린다... 안 질려... 제일 재밌어...

 

 비오는 주말, 타님과 국립극장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봤다.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끼 많은 배우들의 개인기가 콸콸 쏟아진다. 동성애 코드의 성적인 유모어에 기겁하면서도 넘 웃긴 거! 뭔지 알거야 다들ㅋㅋㅋㅋㅋㅋ 성별 반전이 신의 한 수 였다. 저 공연을 실연으로 보는 관객들이 부러웠다. 

 이번주 주말에는 역시 NT live로 리어왕을 본다. 이언 맥켈런의 연기가 기대가 되면서도 긴 공연시간이 걱정이 된다. 점심 든든하게 먹고 주머니에 사탕이라도 챙겨서 졸지 않고 열심히 보겠다...

 

 분기별로 일기를 쓸 자신은 없지만(별 것도 없는데 쓰는데 넘 오래 걸리네...ㅠㅠ) 재미있어서 공유하고 싶은 볼 거리, 읽을 거리가 생긴다면 포스팅을 해야겠다. 다이어리에 손으로 혼자 끄적거리는 것과는 느낌이 또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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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의 마지막 날,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 내려갔다.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는 데 더해 간만에 친구들 얼굴보고 짧게나마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여행 느낌이 나서 설레는 맘도 있었다. 바로 집에 가고 싶지 않아 하룻밤 자고 둘러볼 곳을 찾았다.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며, 집에 올라올 때 교통편을 생각해서 제천에 가기로 결정했다. 제천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 내가 좋아하는 낯선 길을 걷는 느낌을 낼 수 있었다.

 

 늦은 저녁, 버스에서 내려 빨간오뎅집에 들렸다. 제천을 검색하니 이 곳이 가장 먼저 나왔을 정도로 유명했다. 오뎅과 튀김을 포장해 숙소에 가져가 먹었다. 그냥... 매콤달달한 떡볶이 소스에 버무린 오뎅을 먹는 맛... 오뎅이 세 개에 천원이었고 튀김이 두 개 천원이었다. 2,000원으로 맥주 안주한 셈이니 불만을 가질 수는 없다. 

 

 다음 날은 종일 비가 내렸다.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 제천역에 갔다. 옷과 화장품 등 1박 할 물건이 든 짐가방을 맡기려 했다. 찾아보기로는 역에서 맡아준다고 했으나 공휴일(삼일절)이라 사무실 문이 닫혀있었고 코로나 때문에 물품보관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메모도 붙어있었다. 종일 짐가방을 들고 돌아다니긴 힘들 것 같아 역 앞 관광센터에 가서 부탁을 드렸다. 꺼려하셨지만 가방에 귀중품 없고 직원분들 퇴근 시간 전에 꼭 오겠다고 거듭 부탁드리자 맡아주셨다. 흑흑, 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감사하다. 

 

 가벼운 몸으로 아점을 먹으러 수가성에 갔다. 11시도 되기 전 이른 시간이라 내가 첫 손님이었다. 곱창순두부찌개를 시켰다. 곱창도 많이 들어있고 뭣보다 돌솥밥을 줘서 좋았다. 아침이라 다 못 먹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뜨신물 부어 돌솥 바닥을 박박 긁어먹었다. 비오는 날 숭늉을 먹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택시 대신 버스로 이동을 해보려고 했으나 버스 배차 간격이 넓어서 카카오택시를 불러 이동했다. 

 월요일 휴무가 아닌 예쁜 카페를 검색해서 찾았다. 고암스트에 앉아 창 밖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커피만 마시려고 했는데 오븐에서 빵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막 나온 따끈한 빵을 거부할 수 없어 생크림스콘도 하나 시켰다. 버터맛 많이 나는 평소에 먹는 스콘이 아니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의 스콘이었다. 오렌지마멀레이드도 맛있었다. 

 쉬다가 또 카카오택시를 불러 의림지로 이동했다. 

 누군가 의림지를 지베르니에 비유한 것을 보았다. 나는 지베르니를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넓은 저수지를 소나무가 두르고 있다. 비가 좀 내리긴 했지만 소나무 때문인지 오히려 청명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목폴라와 경량패쪼로 추위에 무장한 상태라 산책하기 좋았다. (마스크 속에서)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어드벤처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찍을 때 무서워서 바닥을 못 내려다보고 셔터만 눌렀더니 만족스럽지 않다. 그림자 안 지게 우산을 좀 젖힐 걸...

 인스타에서 보니 여기서 포즈 잡고 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도 없고... 바위도 비에 젖어있고.. 쓸쓸히 지나쳤다.

 의림지에 붙어있는 테마파크가 힙하다. 공휴일 때문인지 비 때문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이쪽은 또 열려 있었지만 사진 찍고 두리번만 거렸다. 저런 놀이기구들이라면 겁쟁이인 나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테마파크 뒤 쪽에 버려진 놀이기구들이 있었다. 

 의림지역사박물관에도 들어갔다 왔다. 월요일 휴무지만 공휴일이라 열려 있었던 것 같다. 관람료 2,000원을 내고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역사 박물관이자 생태 박물관이었다. 아이들이 오면 좋을 듯.

 

 제법 걸었기 때문에 쉬러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아몬드크림화이트플랫을 주문했다. 고소한 크림이 맛있었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서 나오니 또 걷고 싶어서 의림지를 따라 시내 쪽으로 걸었다. 의림지를 벗어나니 슬슬 내리던 비가 폭우가 되어 정신이 없어졌다. 결국 또 어느 가게 차양 아래서 비를 피하며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시장 쪽으로 내려가 집에 들고갈 먹거리를 샀다. 우선 수연녹두전에 들려서 메밀전병과 녹두전을 포장했고, 송가네닭강정에서 순살닭강정도 한마리 포장했다. 예상하기로는 이쯤되면 배가 고파져 저녁으로 시장에서 무언갈 사먹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비 오고 정신 없어 입맛이 없어졌다. 힘이 들어 짐 찾고 쉬다가 KTX를 탔다. 한 시간 걸려 청량리역에서 내렸다. 지하철 타고 동네에 돌아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쥰내 추워서 깜짝 놀랐다. 혹시 몰라 챙긴 장갑을 끼고 집까지 뛰었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닭강정박스...ㅠㅠ 짐가방에 이거 쑤셔 넣고 들고 오는데 무거워서 몸살날 뻔했다. 닭강정은 딱딱하고 고소한 내가 딱 좋아하는 닭강정의 맛이었다. 지난번 영월 여행 때 사들고 온 일미닭강정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메밀전병도 굿. 엄마는 넘 맵다고 했다. 

 

 뚜벅이로 하루만 머무느라 아래쪽 청풍호는 둘러보지 못해 아쉽다. 날씨 좋을 때 친구들과 케이블카든 모노레일이든 타며 호수놀이를 즐기러 한번 더 가도 좋을 것 같다. 짧게 놀면 더 놀고 싶은 아쉬움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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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글 한 자 적는 데 큰 맘이 필요해졌다. 포스팅 하는 느낌을 끌어 모아서 간만에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를 토독토독해본다... 유쾌하고 재미있게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시포요...
 
 2020년의 마지막 날, 1월 말까지 써야할 롯데시네마 쿠폰을 처리하기 위해 운디네를 봤다. 프란츠, 작가미상의 주인공과 인디에일의 주인공이 등장해서 반가웠던 마음도 잠시 베를린을 잘 몰라서 소외감이 들었고 그보다 몸과 맘을 흠뻑 적시고 숨을 막히게 하는 영원한 사랑을 더 몰라서 몰입할 수 없었다... 영화관에서 겉 돌다가 빵만 잔뜩 사서 귀가했다. 사랑은 몰라도 크로와상과 뺑오쇼콜라가 맛있는 건 RGRG
 
 안 끌리는 영화도 좀 보면서 꾸역꾸역 롯시 vip 골드 자격도 유지했고 야금야금 프리퀀시를 모아서 필사 노트로 쓰는 스벅 다이어리도 받았다. 올해가 다른 해와 다를 게 없다는 듯 이렇게 변함 없는 일들이 있단 게 우습다.
 
 가을에 엄마는 수술을 잘 마쳤고 경과도 좋았다. 간호통합병동에 입원해 있는 엄마 얼굴 보기가 힘들어서 병원 입구에서 간신히 들어갔던 것도 추억이 됐다. 대학병원 진짜 지겹지만 앞으로 약 먹고 계속 검사 잘 받기만 하면 된다는 거에 감사한다.
 

 가을, 병원에 있다가 찐님 생일 날에는 삼겹살을 먹었고 타님 생일 날에는 갈비를 먹었다. 엄마가 입원 중이라 뭘 잘 못 먹을 때라 셋이 만나 고기 먹었을 때 넘 맛있었다. 좋아하는 갈비집에서 갈비 먹고 공원을 산책 중에 꽃과 하늘이 너무 예뻐 한 장 안 찍을 수 없었다. 이 날 마음에 드는 새로운 카페도 한 곳 뚫었는데 이후로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_TTTT  상황이 좋아지면 같은 건물에 있는 함박스테이크 집에서 밥을 먹고 카페 정연에서 후식을 먹겠다.
 

 하늘이 높고 구름이 예뻐서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이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끼는 친구 한 명이 결혼을 했다. 식장에 50명만 들어가는 건데 성격이 급해 먼저 걸어들어갔더니 그대로 선착순이 돼서 홀에 앉아 식을 볼 수 있었다. 친구를 생각하면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활동하기 싫다고 못지 않게 단체 생활 싫어하는 내 손을 잡고 징징 거리던 게 선한데 흡...ㅠㅠ 화장실, 편의점으로 괜히 겉돌던 기억이 나면서 마음이 이상했다. 전혀 성장하지 않은 나와 다 커서 가정을 이루는 친구와의 간극이 느껴졌다. 섭섭하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국립극장에서 NT라이브도 혼극 두 번 했다. 코로나로 일정이 바뀌면서 예매가 취소되고 재예매 하느라 이틀 연속 국립극장에 방문을 해서 이제 혼자 잘 찾아간다... 버스도 있지만 날씨가 좋아서 걷고 싶었다. 두 편 다 격정적이라 보는 관객도 진이 빠졌다. 집에 와서 빵굼터에서 사온 빵을 급하게 먹고 앓아눕듯 잠에 빠졌다.

 시라노드베르주라크를 보기 전에는 커피그래에서 커피와 두툼한 쿠키를 먹었고

 예르마를 보기 전에는 커피파운드에서 커피와 휘낭시에를 먹었다. 휘낭시에 별루...
 에디터 존나 왤케 느림....;;;;;;; 사진은 폰에서 어플로 바로 올리고 익플로 포스팅 하다가 존나 느려서 크롬으로 바꿨다. 티스토리 몇 년을 써도 적응이 안 된다. 구려.
 

 이건 혼극 아니라 대학로에서 찐님과 둘이 봤다. 연극 보기 전에 책 다시 읽어봤다가 한 없이 우울해졌다. 사람이 사람이 아닌 처지가 되는 게 딱 한 계단이다. 나는 변신이 아니라 가치를 다 하지 못하니 병신쯤 될까?^_T
 

 병신도 밥은 먹어야 되니까 연극 보고 마라탕 먹었다. 
 

 생각 없이 응모한 강아지 간식 만들기 클래스에 당첨돼서 홍대에 갔다. 사전 정보 없이 갔더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만들기 보다는 화식에 대한 설명을 주로 들었다. 그래도 우리애 먹일 영양바 세 개 만들었고 홍대 나온 김에 겸사겸사 소품샵 구경도 해서 만족했다.
 

 소품샵을 돌고 허기져서 간단히 간식 먹을 곳을 찾아 들어갔다. 크로아상은 맛있는데 커피는 아쉬웠다...
 

 여름부터 코바늘로 티코스터와 파우치를 떠서 주변에 선물하곤 했다. 딴 거 뜰 생각도 안 하다가 찐님이 수세미는 안 만드냐고 요청을 해서 집에 굴러다니는 수세미실로 간단한 호빵 수세미를 뜨기 시작했다. 코가 잘 안 보이는만큼 실수도 티가 안 나 만족스러웠고 쓸모가 있다는 거에 꽂혀서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식빵과 계후 수세미로 공장을 돌리고

 발바닥과 하트수세미로 또 공장을 돌렸다. 쿨타임이 돼서 친구들이 나눠준 수세미를 다 쓰면 아보카도 수세미를 뜰 계획이다. (아이디어스 느낌으루다가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바닥에 깔 흰 천과 예쁘게 비춰줄 조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벨벳실을 산 김에 가방도 떠 보았다. 봉다리 가방에서 손잡이를 길게 떠보았더니 비율이 영 별루... 풀고 다시 뜨고 싶은데 만사 귀찮아서 그냥 두었다. 그냥 코바늘 취미로 가방 하나는 떠보았다는 자기 만족이당ㅋ 개똥손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할만한 취미인가! 균일한 땀으로 예쁘게 뜨는 건 다른 얘기지만...ㅠ
 
 왓챠만 보다가 하반기에 넷플 파티에도 끼면서 넷플에서 취향 맞는 컨텐츠를 뿌시고 있다. 주로 코바늘 하면서 본다. 마인드헌터(데이빗 핀처는 미친놈(좋은 뜻)), 퀸즈갬빗 재밌게 봤고 기묘한 이야기도 좋았다. 친구들 추천으로 본 남부의 여왕은 답답해서 시즌 2까지만 보고 접었다. 아이티크라우드와 브루클린나인나인은 첨엔 잘 모르겠었지만 볼수록 재밌었고 최근엔 킬링타임용으로 러브앤아나키도 몰아서 후루룩 봤다. 뭣보다 넷플은 범죄다큐가 많아서 좋았다. 보고 싶던 이블지니어스와 타이거킹을 시작으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마라, 계단 아내가 죽었다를 차례로 봤다. 그알과 사건의뢰로 알게 되는 범죄는 피해자가 한국인이라 가깝게 느껴져 흥미롭게 본다든가 호기심을 갖는 게 죄스러운데 미국 범죄는 심리적 거리를 갖고 바라볼 수 있어서 다큐로 봐도 괜찮다...
 

 11월 어느 평일, 둘 다 시간이 괜찮아 콧바람 쐬러 부암동에 다녀왔다. 최근에 먹은 햄버거 중 가장 맛있는 버거를 먹었으나... 찐님이 시킨 웨지감자가 나오지 않았고 금방 가져다 준다더니 다음 손님 메뉴가 나올 때까지도 안 줬다. 햄버거를 다 먹고 다시 한번 카운터에 왜 안 나오냐고 한 마디 한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맛있어서 용서했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샘플로 다양한 드립 커피를 마셔볼 수 있어 좋았고, 열심히 골라서 시켰는데 샘플보다 훨씬 연한 커피가 나와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같은 날 서촌에서 갑자기 겨울용 코듀로이 에코백을 충동구매하고(잘 산 것 같다. 매일 들고 다녀서 후회없다... 색도 칙칙한 하늘색으로 잘 고른듯. 갈색이나 카키색이었으면 같은 색 골덴바지 입을 때 신경쓰였을 것 같다.) 광화문으로 내려와 지난번엔 사람이 많아 못 갔던 커피스트에서 커피를 마셨다. 유명하다는 비엔나커피는 오히려 그냥 그랬고 찐님이 마신 레몬에이드가 달지 않고 진해서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뒤죽박죽... 단풍놀이 못하는 한을 동네 동구릉에서 풀었다. 비가 와서 많이는 못 걸었지만 엄마와 산책을 했다. 
 

 한동안 점심식사로 샐러디 웜볼만 조졌다. 모든 웜볼 메뉴를 다 먹어보고 칠리베이컨이 으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4~5년 동안 매해 크리스마스를 농구장에서 보냈다. 올해는 그럴 수 없고 얼굴 보고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은 해야하니까 동네 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어랑추의 고등어김치찜과 고기완자전... 밥에 김치찜 얹어 한 숟갈 먹으면 너무 맛있다... 밥 먹고 갈 데 없어 마트 들려서 거기서 선물 교환식을 하고 스벅에서 커피 테이크아웃해서 동네 걷다가 볕이 드는 놀이터 잠깐 앉았다. 참 기분 안 나는 크리스마스, 기분 안 나는 연말이다.
 
 2019년에 살고 있는 나에게 2020년이 이럴 것이라고 설명한다면 감히 이해할 엄두도 내지 못하지 않을까. 세상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걸 실감한 한 해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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