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전 스스로를 위해 문화생활 선물이 하고 싶어서 국립극단에서 하는 연극 풍선을 봤다. 한겨레21에서 극 설명을 보고 강하게 흥미를 느껴 ㅇㅂㄴ를 꼬시고 관심을 보이자마자 그냥 예매를 해버렸다. 마침 첫 공연이라 반값 할인을 받았지만, 후기를 못 봤는데 그래서 인지 연극이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뭘 보든 첫째는 줄거리가 얼마나 탄탄한가, 인데 풍선은 미리 극 설명을 보지 않았더라면 도대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뭐였는지 알기 힘들었을 것 같다. '국가에 의해 억압당하는 개인'을 읽어내기엔 무리...

 탄탄한 구성보다는 감감적인 것에 더 주안점을 둔 걸 느끼긴 했는데 이건 내 취향이 가로 막았다. 짧은 바디수트를 입고 하는 행위예술에 뭔가를 느끼기엔 내 취향의 벽이 좀... 

 고환이 부풀어 오르고 거기서 만병통치약이 발견된다는 소재에 너무나 큰 흥미를 느낀 내가 잘못해써여... 

 

 ㅇㅂㄴ랑 나랑 둘 다 몹시 피곤했다. 좀 걷다가 집에 왔는데 렌즈도 안 빼고 코트만 벗은 채 그냥 두 시간을 자버렸다. 헐. 그냥 잠이 아니라 기진맥진해서 끙끙거리며 자는 잠이었는데 개꿈을 두어개 꾼 기억이 어설프게 났고 눈을 뜨니 개운하지 않고 되려 계속 피곤했다. 씻고 ㅅㄹㄷ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드라이피니쉬를 큰 캔을 하나 샀다. 과자랑 해서 한 캔을 먹으니 다시 잠 잘 수 있을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 잠 때문에 괴로웠지만 오늘만은 잘 자고 싶다. 몇 시간 후면 개강이니꽈ㅠㅠ

 나는 이제 4학년 1학기를 다니게 되고, 쉬지 않고 다닌 덕인지 탓인지 휴학하는 친구를 배웅하고 복학하는 친구를 맞이하게 된다... 늘 그렇듯 3월을 우르르 몰려다니는 신입생들로 학교는 시끄러울테고 난 한 달 내내 머리가 아플 거고 한 달이 정신없이 지나갈 거다. 4월은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어 바쁘고 힘들 것 같고 나머지 달들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거다. 관성처럼 눈 뜨고 학교 가고 수업을 듣더라고 내가 4학년이라는 자각만 갖고 있었으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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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주보러 가자는 친구들의 권유에 못 이긴 척 쫄래쫄래 따라갔다. 썩 좋아하지도 않고 그다지 믿지도 않지만 재밌으니까ㅋ

 강남역은 처음 가봤다. 화요일 대낮이라는 시간에도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에 놀랐고 얘기로는 들었지만 모든 매장이 큰 것에 또 놀랐다. 촌에 사는 것 아니지만, 내가 다니는 주로 돌아다니는 구리시, 광진구와는 다른 느낌이어서... 곧 사람들에 치이고 치어 주말 밤에 건대를 걷는 기분이 되었다. 아무 것도 모르니 친구들만 따라다니는 데에도 금방 지쳤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가기로 알아봐뒀던 곳은 웨이팅 시간이 너무 길어 그냥 포기. 차선으로 들어간 곳은 식재료가 떨어졌다며 손님을 받지 않아 못 들어감. 3차시도 만에 자니로켓버거라는 수제 햄버거 가게에 앉을 수 있었다... 마침 그 시간은 런치 타임을 8분 넘긴 때^_TTTT 그냥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 생각하며 넷이서 수제버거를 씹었다. 나는 메뉴 고르기가 귀찮아 오리지널을 시켰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좋아하긴 하지만 빅맥, 와퍼는 패티와 피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무조건 치킨버거를 먹는데 수제버거는 확실히 패티가 맛있었다. 고기다운 맛. 런치면 칠천원이니까 주변에 가게만 있다면 버거킹에서 와퍼세트 먹느니 여기 가겠다.

 햄버거를 밀어넣고 포만감을 느끼며 사주가게로 갔다. 친구가 인터넷에서 찾은 곳인데, 11번 출구 버거킹 근처에서 엔젤리너스 골목으로 들어가면 보인다. 유명한 곳이라 블로그 후기를 참고 했다. 나름 3시에 맞춰 간다고 갔는데 십 몇 분 늦었더니 벌써 손님이 있었다. 믹스 커피 한 잔 먹으며 기다렸다. 생각보다 곰방 차례가 왔고 우겨서 넷이 같이 남자분께 사주와 관상을 봤다. 음... 전반적인 감상평이라면 직관적으로 관상을 잘 맞추시는 것 같은데 사주는 잘 모르겠단 거?

 - 이 중 가장 조화로운 관상이니 성형하지 말라고 하심. 코, 턱, 눈 아무 것도 손대지 말라고 하심.........ㅜㅜ 손을 대서 보다 호감가는 얼굴이 된다면 그게 더 좋은 관상이지 않을꽈, 생각하는 나지만ㅋ 성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나의 핑계가 생겼다,
- 눈이 충분히 쎄니까 눈화장을 하지 말라고 하심. 아이라인을 언더까지 채우고 쎄게하고 갔는뎁ㅋ 눈이 강하단 얘긴 첨들어봤다. 이외에도 나에게 센 얼굴, 카리스마ㅋ 등의 어휘를 사용하셨는데 내가 생각하는 내 얼굴을 호구상이라 읭?싶었다. 내 얼굴... 길 묻기 쉬운 얼굴... 도를 아십니까가 잘 붙는 얼굴...
- 2014년, 15년이 좋음. 그 전까지 준비하면 그 때에 된다고 말씀하셨돠. 그 때 취직을 하는 것을까?? 애정운도 그 때... 같이 간 친구들이 20대 때 연애가 잔잔한 데에 반해 난 엄청난 연애ㅋ가 그 때쯤 있을 것 같다며...ㅋ 엄청난 연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 그 때 온다면 지금 당장 잔잔한 연애라도 있었으면 좀ㅋ
-  결혼 안 할거라고 했더니 그런 말 하지 말라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본인이 봤을 땐 할 것 같고(한 눈에 꽂히는 상대가 나타날 것이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안 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만약에 하면 민망하니까 생각은 가져도 입으론 내뱉지 말라고 하셨다. 난 확실히 안 할 것 같지만 선생님 말씀도 일리가 있으신 듯해 조언으로 받아 들였다.
- 집 안에 있는 타입은 못 됨. 회사 일에서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과는 성미가 맞지 않음. 돌아다니는 일 어울림. 언론 쪽 적성에 맞음.
- 혹시나 싶어 창조적인 일은 어울리냐고 여쭸더니 당연히 안...어울...린다고...ㅋ
- 고집 셈. 요즘 자기 고집 없는 사람이 어딨나 싶고, 같이 간 친구들도 다 들었던 얘기라 걍 듣고 넘기려고 했는데 친구들에겐 좀 굽히고 생각하라고 한 반면 내겐 넌 못 굽히는 애니까 그냥 그렇게 살라고 하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애할 때도 칼 같을 테니까 그냥 맞춰주는 사람 만나라고...ㅋ
- 가정적임. 특히 만약 결혼을 하더라도 엄마와 가까이 산다고 함!!!!! 이 말을 오늘 엄마에게 했더니 본인을 언제까지 괴롭힐 생각이나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 일 걱정하지 말 것. 알아서 잘 사는 애니까 내 걱정이나 할 것.
- 48세부터 쭉 좋음. 오래...산...다... 48세부터 카페나 음식적 사업 추천. 그래서 커피 만드는 법이나 요리에 대해 공부해두는 걸 추천하심. 직접 할 건 아니지만 사람을 부리려면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창업이나 사업은 전혀 관심 밖의 분야고 먼 일이기도 해서 이 부분은 잘 안 들었다. 그냥 좋다니까 좋아서ㅋㅋㅋㅋㅋㅋㅋ
- 돈!복!있!다!

 재미로 들었고 흘려들을 건 흘려보냈다. 여전히 눈화장을 할 거고, 매니큐어도 내 멋대로 칠할 거다ㅋ 몇 몇 가지는 정말 단호하게(예를 들어 친구보고 지금 남친과 헤어지라든가ㅋㅋㅋㅋㅋ) 말씀하셨는데, 전반적으로는 평이한 조언 같았다. 목소리 높고 조급한 친구에게는 톤 낮추고 한 번 생각하고 말하라든가 같이. 

 재미를 얻었고 이만원을 잃었다. 2~3년 후 이 일기를 다시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어디 한 번 보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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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하게 네이버 블로그를 하다가 별 계기없이 스스륵 접게 됐는데 이제와서 다시 내 공간이 필요한 생각이 들었다. 페북 말고. 누가 와서 보지도 않을테지만 걍 나 혼자 맘에 걸리는 몇도 있고, 남겨둔 글들이 좀 지긋지긋하기도 해서 여기로 거처를 꾸렸다. 근데 어려워...ㅋ 시간과 나의 성실한 블로깅이라면 낯설음과 어려움이 극복이 될꽈?

 갈아타는 기념으로 내 십대가 온전히 담긴 블로그 포스팅들을 훑어봤다. 그 때의 나는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그래도 보다 확신에 차있고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훨씬 강인했던 것 같다. 특히 누굴 좋아하는 데에 대해서는ㅋ 어쩜 그렇게 단호하게 내 오빠들을 좋아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 번의 연애를 해봤지만 연애보다 더 연애같이 좋아한 건 오빠들쪽이었다. 앞으로도 누구를 오빠들만큼 강한 확신을 가지고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좋은 시절, 내 제일 좋은 마음은 그 쪽들이 다 가져갔구나 싶다. 내가 행복하라고 몇 백, 몇 천번을 빌어주었는데 지금 오빠들은 행복한지 모르겠다. 나는 오빠들 때문에 많이 속상했고 어느 정도는 불행했다.

 그렇다고 그 시간들을 후회하는 건 아니고. 어떻게하면 보다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해보지만 늘 정답은 대체로 그 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 게 후회남지 않는 단 것이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돠. 그래서 대체로 내 욕망과 그 실현의 글들이 이 곳에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

 그 첫번째 욕망은 어깨가 안 아팠으면 한다ㅋ 통증이란 것들은 늘 이런 식이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가 극심해지고 병원이라도 다닐까 싶으면 또 견딜만 해지고. 한 일주일 정도 열심히 다녔던 한의원이 뼈도 맞춰주고 시원해서 제법 효과가 있긴 했는데 도저히 꾸준히 다닐 자신이 없다. 아직 덜 아픈 건가. 대체로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일상에 하루 한 시간 다른 일을 끼워넣기가 그 일이 뭐든 간에 탐탐치 않당... 그러니까 일과라고 볼 수 있는 티비보기, 컴터하기 시간에 폭풍스트레칭이라고 더 더 해야겠다. 내일은 놀러가니까 진짜로 아프지 않았음 좋겠다! 친구들에게 징징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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