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정: 블로그가 너무 밀려 포스팅을 할 엄두가 나지 않을 때는 어디 갔다온 사진만 먼저 주르륵 올려놓으면 된다.
지난 2021년 삼성라이온즈 존나 사랑했다... 그 일 이후, 삼성이 가을 야구를 쭉 못하면서 야구 잘 안 봤다. 일 년에 한번 대구 친구들 만나러 놀라가는 겸 라팍에 한번씩 갔을 뿐 중계는 잘 안 봤다. 나는 존나 성적충이었다... 2021년 삼성이 야구를 좀 잘 하니까 다시 내 삼성 사랑해가 됐다ㅋ 가을, 우리팀이 1위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중요한 시점에 직관이 넘 가고 싶어 참지 못하고 대구에 갔다. 혼자 2박 3일을 보내는 계획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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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를 타고 대구역에서 하차. 반가운 컬러풀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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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덕후투어이기 때문에 뷰캐넌 추천 맛집 스노우피부터 갔다. 시그니처인 롤을 시켰다. 맛나 맛나. 다음번엔 친구랑 와서 연어초밥도 먹구 싶다...
동성로에 있는 숙소에 짐을 먼저 맡기고 후식을 털러 갔다. (온라인에서 혼자 야구보러 대구오는 여자팬 추천 숙소라길래 토요코인호텔을 예약했다. 위치 좋고, 깔끔하고, 가성비도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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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친구가 추천해준 휘낭시에 맛집 김샛별양과자점에서 휘낭시에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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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넘넘 사랑하는... 두 번뿐이 안 가봤지만 내적단골인 오브너에 가서 케잌을 조졌다. 무화과치즈케잌 넘 조아...ㅠㅠ 삼성라이온즈 속았지? 나는 사실 야구를 보러 대구에 온 게 아니라 오브너 케잌 먹으러 온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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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빠 현대인은 짧은 틈에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싶어 친구 추천 카페에 갔다... 인테리어는 좀 그렇지만 커피는 맛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잔에 저 아저씨 그림이 커피 맛을 떨어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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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사서 마킹하고 카톡 친추 이벤트로 주는 뱃지도 받고 포카도 뽑는 나름의 빡빡한 계획이 있어서 여유있게 라팍에 도착했다. 라팍 존예. 올드 한자 유니폼이 오프라인에는 있을까 싶어서 온라인에서 안 산건데 똑같이 작은 사이즈뿐이 안 팔았다. 흑흑 재입고 좀 해주셈... 할 수 없이 한글로 삼성 박힌 올드 어웨이 유니폼을 샀다. 마킹은 그냥... 습관대로... 21...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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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혼자 직관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가보면 나뿐인 기분? RG? 그래도 혼자 노는데 도가 터서 첫 혼자 야구보기도 성공했다.)
기억해... 2021년 10월 23일의 라이온즈 파크... 그 조명, 온도, 습도... 백정현의 호투와 구자욱, 강민호, 오재일의 홈런, 마무리 하러 올라오는 마흔살 마무리투수까지... 4대0으로 완벽하게 이기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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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겜해서 일찍 숙소로 돌아가 쉴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반월당 닭강정과 맥주 한 캔 사서 모든 스포츠채널 하이라이트를 다 보고 새벽에 풀영상까지 다시 봤다. 존나 행복했으니까. 짧고 강렬했던 1위팀 팬의 느낌... 예전엔 몰랐던 그 소듕함...ㅠㅠ
뽕 차서 일찍 일어나 조식 먹으러 갔는데 마땅히 땡기는 게 없어 커피만 따랐다. 어제 산 휘낭시에로 아침을 해결했다. 영주 안 찍고 바로 올라오는 거였으면 휘낭시에 더 사서 들고 왔을 것 같다. 대구에 맛있는 디저트 왤케 많냐...ㅠㅠ
대구 가는 김에 경북에 다른 도시 하나 더 돌고 오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안 가본 영주에 가기로 했다. 안동이나 경주도 가고 싶긴 했으나 부석사 가보고 싶은 마음에 영주로 결정...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영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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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는 숙소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위치가 좋고 후기가 많은 소백 게스트하우스로 예약했다. 체크인 시간 전이라 짐만 맡기고 바로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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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안 고픈데 뭘 먹긴 해야할 것 같아 간단하게 떡볶이. 랜드로바 앞 떡볶이라 랜떡이라고 한다. 오뎅 국물과 함께 함냐함냐 먹은 후 버스를 타고 부석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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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정류장에서 내려 커피 한 잔 때린 후 천천히 올라갔다. 단풍이 들기 시작할 즈음이라 아직 산이 울긋불긋해지지는 않았다. 사과를 파는 노점들을 지나(그런 곳에서 파는 사과들은 왜 그렇게 탐스럽고 예쁜지. 과일 안 좋아하는 나도 사고 싶어진다.) 따뜻한 볕을 쬐며 가벼운 등산을 시작했다. 오래 걷지는 않지만 계단을 올라야 해서 쫌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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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경이고여,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날이 맑아서 저 먼 데 산맥까지 탁 트였다. 가을 하늘 참 좋다. 절 초입으로 내려와 친구님덜 줄 기념품(행운팔찌...)를 사고 버스를 탔다. 소수서원도 가보고 싶었으나 가는 버스가 줄어서 시간이 안 맞았다. 다음을 기약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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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못 잃으니까 또 카페...플로우라는 곳에서 맛있는 과일 생크림케잌을 먹었다. 쉬면서 계속 야구 봐서 이럴 거면 걍 대구에서 2박을 하고 야구장을 이틀 연속 가지 왜 영주에서 이러고 있는걸까 잠시 생각함...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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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낯선 도시에 낯선 하늘을 보며 걷는 즐거움도 야구만큼 크다... 저녁 먹으려면 케잌 소화시켜야 하니까 근방을 정처 없이 걸었다. 낮은 건물들로 이어진 구도심이 주는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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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경양식당 아테네레스토랑에 들렸다. 메뉴판부터 전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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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 짱맛존맛. 바삭한 옛날식 왕돈까스......ㅠㅠㅠㅠㅠㅠ지금도 먹고 싶다! 다음에 영주에 갈 일이 있다면 또 아테네에서 돈까스를 먹을 것이다.
식사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7시였다. 하루를 일찍 마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빡빡한 여행설계자는(몇 달째 주5일 출근하면서 꽤 피곤한 상태였으니까 영주에서 첫 날은 부석사, 둘쨋날을 무섬마을에 가고 나머지 시간은 쉬면서 편하게 보내자고 여행 전에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근처에 롯데시네마가 있다는 걸 떠올리고 듄을 예매한다...
영주 롯데시네마 리클라이너관에서 일요일 밤에 혼자 듄을 봤다... 관에 나 혼자뿐이라 영화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올 때 조금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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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때 소음 때문에 잠 설치는 것과 욕실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게 제일 신경이 쓰였는데, 내가 제일 늦게 들어가 제일 늦게 씻고 제일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씻어서 해당 사항이 없었다. 내가 남의 잠을 깨우는 편일수도...?
월요일 아침, 오픈 시간에 맞춰 태극당에 갔다. 유명한 인절미카스테라와 부모님이 좋아하는 황남빵, 내가 아침으로 먹을 크로아상을 사서 게하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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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원두를 갈아 내려 마실 수 있어서 커피와 함께 크로아상을 먹었다. 식사하는 곳에 다른 손님이 있어서 별로 안 추운 척 야외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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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에 가려고 버스타는 곳(종점)에 갔는데 시간이 돼도 출발하는 버스가 없었다... 알고보니 내가 타려고 했던 시간대 버스가 없어진 것...ㅠㅠ 시간표 확인한다고 했는데 흑흑...ㅠ 오전 시간이 붕 떠서 오후에 가려고 했던 카페에 먼저 들렸다. 딱 봐도 핫플인 곳...하망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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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이라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정원, 1층, 2층, 옥상 돌아다니면서 셀카를 찍어 갈겼다. 1년 동안 찍은 셀카보다 여기서 30분 사이 찍은 셀카가 더 많은 듯...ㅋ 덕분에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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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은 이런 외나무다리로 유명하다. 강이 마을을 휘감고 도는 모양이 하회마을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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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너비가 좁아 막상 걸으면 좀 무섭다.(내가 쫄보라서 그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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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이 따뜻한 날, 작은 한옥마을을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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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완전 가을 이미지의 정석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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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떨어져 카페에 앉아 아이스초코 한 잔 먹었다.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어떤 아저씨가 같은 버스를 타고 들어왔다며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마을 안에서도 계속 동선이 겹쳐서 설마 나 따라다니나 생각했던 아저씨가 친근하게 말 붙이며 갑자기 다음 일정을 묻고 숙소를 물었다. 존나 불편하고 싫었다. 친절 강박이 있어 매몰차게는 못 대하고 얼버무리며 자리만 피해 거리를 뒀다. 버스 시간 때문에 같은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니까 또 그게 신경쓰여 부러 버스도 사람들 다 타고 나중에 타서 혼자 앉고 시내 종점에 도착해 다들 내릴 때도 제일 늦게 내렸다. 내린 사람들이 다 횡단보도 건너 사라지는 걸 보고 혼자 배회 좀 하다가 천천히 목적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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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드리 쫄면에 들어가 쫄면과 튀김을 시켰는데, 불편했던 그 아저씨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버스 내리고 횡단보도 건널 때 두리번 거리던 모습이 생각나 찝찝하고 무서웠다. 이걸 빨리 먹고 나가야 하는지 천천히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지...또 말 시키면 어떻게 먹금을 해야 하는지... 와중에 친구가 여행 잘 하고 있는지, 간 밤에 자기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는 전화가 왔다. 친한 친구 목소리를 들으니까 와중에 안심이 됐다...ㅠㅠ흑흑 전화도 하고 메뉴 나와서도 나답게 존나 천천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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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로 돌아와 차 마시러 쉬러 가는 길에도 또 마주칠까봐 경계하게 됐다. 으...내가 순간이라도 겁 먹은 게 너무 싫고 남의 불편함은 아랑곳 않는 사람도 너무 싫다...
KTX를 타고 청량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2박 3일 여행을 마무리했다...
삼성은 타이브레이크 패배로 정규 시즌 2위가 됐고 포스트시즌에서도 2경기를 졌다... 11월 잠실야구장의 바람은 너무 차가웠다...ㅠㅠ 나는 그날 눈물을 흘리며 돌아왔지만 이제 10월의 라팍만 기억 속에 남기고 잊으려구 한다...ㅠㅠ 그래도 21년은 희망을 봤고 선발 야구 너무 달았다. 올해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안심하고 유니폼에 자욱이를 마킹할 수 있으니까 나는 참 행복한 삼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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