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 휴가로 강릉에 다녀왔다. 강릉은 당일치기로만 여러 번 다녀왔던 곳이라 숙소를 잡아 자고 바다를 오래 보는 건 처음이었다. 좁은 도시에서 2박을 하니 여유 있어 좋았다.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지금, 얼마 지나지 않은 휴가 때가 꿈만 같다. 개독 수꼴에 대한 피로에 엄마가 아픈 거까지 더해서 불안이 깊다. 다음 달은, 다가오는 가을은 또 연말은 지금보다 나았으면 좋겠다. 우울하다며 이 일기를 쓰는 지금이 경험한 적 없는 감정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떠나는 일요일, 서울은 비가 많이 왔다. 버스가 폭우를 뚫고 강릉으로 향했다. 다행히 강릉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비 오는 일요일 점심으로 뭐가 제일 먹고 싶을까, 고민해봤을 때 답은 장칼국수였다. 중앙시장 유명한 칼국수집들 중 줄 안 선 곳에 가기로 했다.

지영이네 칼국수에서 먹었다. 나는 바지락을 안 좋아하니까 바지락장칼 대신 그냥 장칼국수를 시켰다. 타님이 시킨 바지락장칼의 국물맛이 더 깊어 약간 후회가 됐다...

비엔나커피 존맛이라는 뉴욕커피로스터에서 커피를 마셨다.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바랄 정도로 맛있었다. 강추! 사장님께서 우리가 주문하지 않은 메뉴들을 샘플로 만들어주셔서 감동했다.

숙소 입실 시간 맞춰서 택시 타고 경포대로 향했다. 싸게 예약한 숙소에 짐 내려두고 조금 쉬다가 나왔다. 비가 그쳐있었다. 택시를 타고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이때 만난 택시기사님이 경포호를 바다로 착각한 연인들의 관한 넝~담ㅎ과 기사님 추천 맛집, 젊은이 핫플 맛집을 알려주셨다ㅋㅋㅋㅋ

인근 소나무밭을 걸으며 바다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날이 흐려 아쉬웠지만 덥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버거웍스에서 버거와 맥주로 저녁식사를 했다. 버거웍스 두 번 갔으니 단골이라고 해도 될까... 버거를 먹을 땐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바다를 보며 맛있는 수제버거에, 맛있는 맥주를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비가 그쳐 송정해변 소나무 사이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바다를 보며 음악을 듣는 나른한 시간이었다.

걷는 걸 좋아하니까 또 무식하게 존나 걸었다. 숙소까지 한 시간 이십 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걸었다. 경포호의 야경은 멋있었고 숙소에 돌아오니 피곤했다. 미드를 좀 보고 요즘 푹 빠진 강유미 ARMR를 보고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들었다.....


날이 밝고 아침...

아침식사로 든든하게 순두부 정식을 먹었다. 월요일 휴무가 아니며 안 기다리고 먹을 수 있는 곳을 고르니 농촌순두부였다. 정식이 1인분에 15,000원이니 이 밥상이 45,000원인 것... 잘 먹은 것과 별개로 서울에서라면 이 가격에 이거 안 먹을 것 같다... 관광지에서 유명한 음식 먹어본 값으로 친다...

식사 후 가고 싶었던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마셨다. 기와 카페에서 기와블렌딩을 마셨다. 커피 맛있고 분위기 좋고 사람도 없어 다 좋았다.

느긋하게 노닥거리다가 아이스크림 먹으러 나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천막 안에서 다소 불쌍한 상태로 흑임자 젤라또를 먹고 택시를 타고 엄지네식당으로 향했다. 사람들 말대로 포장하니 기다림 없이 금방 받을 수 있었다. 계속 비가 오는 상태라 근처에서 커피나 한 잔 더 마시기로 했다.


목공소와 겸하고 있어 나무 냄새가 나는 카페 우드바우어에서 빗줄기가 가늘어 지기를 기다렸다.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돌아오니 비가 그쳤다. 예정된 대로 경포대로 나갔다.



나는 종아리까지만 물을 적셔도 물놀이라고 부르는데, 타님은 그건 물놀이가 아니라고 했다... 튜브를 타고 온몸이 젖어야 물놀이란다... 그래서 이 날 내가 한 것은 물깔짝.... 차가운 동해 바다에 발을 적시고 돗자리에 돌아와 눕고 다시 모래를 걸어 바다에 들어가는 일을 반복했다. 평화롭고 행복한 월요일 오후였다.



숙소로 돌아와 엄지네에서 사온 꼬막비빔밥과 중앙시장에서 사온 사임당닭강정을 펼쳐놓고 먹었다. 햇반을 하나 더 사 꼬막에 비비니 양이 맞았다. 꼬막을 안 좋아하지만 왜 인기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맛있었다. 참기름? 들기름? 양념이 맛있어...


배가 불러 소화시키기 위해 강릉시내로 나섰다. 물놀이 아니 물깔짝 할 때는 안 내리던 비가 이때 또 주룩주룩 내렸다. 새 샌들 때문에 발에 물집이 잡힌 타님을 위해 약국에 들리고 소품샵을 구경하다가 커피를 먹어야 할 것 같아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러시아식 케잌을 판다는 굴리아카페에서 커피와 케잌을 먹었다. 인테리어가 분홍분홍해서 입구에서 조금 놀랐다. 단 커피와 더 단 케잌으로 비가 뺏어간 기운을 좀 충천했다.

저녁으로 예정된 물회를 먹기 위해 소화가 필요해서 코노에 갔다. 처음으로 코노에 카드결제기가 달린 것을 보았다. 넘 좋았다... 각자 준비해 온 요즘 노래(요즘 노래 너무 몰라서 의무적으로 하나씩 연습해오기로 했다...ㅋ)를 부르고 소화를 돕는 걸그룹 노래를 부르다 목에 피맛이 났다.....



저녁으로 어화식당에서 물회를 먹었다. 택시기사님이 추천해주신 식당이었다. 가격에 비해 밑반찬이 좋고 깔끔했다. 만족스러웠다.

근처 소품샵 오리둥지에 들렸다. 여기가 강릉 소품샵 중에 제일 좋았다... 크고 구경할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뜬금없이 불꽃놀이....ㅋㅋㅋㅋㅋ 학생들이 불꽃놀이 하고 놀고 있길래 부러워했더니 친구들이 하게 해주었다... 바람이 불어 라이터로 불 붙이는 것부터 난관이었고 찐님의 폭죽은 불량이라 불도 안 붙고 라이터까지 망가지고, 바람에 불꽃이 날리는 게 무섭고 엉망진창 와장창이었다. 흑흑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숙소에서는 밤 늦게까지 케이팝 무대를 봤다. 노래방 뽕이 빠지지 않아 구케이팝 지킴이로서 추억에 젖었다. 어디서든 잘 자는 타님이 제일 먼저 스스륵 잠들고 불을 끄고 누웠지만 전날 보다 더 잠이 안 와 힘들었다. 밤새 굿와이프 보고 침투부 보고 체감상 두 시간은 잤을까 싶당...




비 오는 화요일 아침, 카페 플로리안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매일 아침 누가 이렇게 차려줬으면 싶다... 비 때문에 고민 좀 하다가 일단 가방 먼저 강릉역 사물함에 넣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역과 터미널에 각자 짐을 맡기고 터미널 근처 가보고 싶던 소품샵 겸 카페에 들렀다.


카페 살림에서 티와 스콘을 먹었다. 쉬다 보니 비가 그쳐 날이 오히려 너무 쨍쨍했다. 날이 맑으니 엄청 더워서 야외 활동할 자신이 없었다. 근처 미술관에 가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강릉시립미술관은 넓은 고등학교 옆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지대가 높아 전망이 좋았다.


강릉의 골목을 담은 따뜻한 일러스트가 전시돼 있었다. 우리가 가본 곳, 가보지 못한 곳, 아는 곳, 모르는 곳을 이야기하며 구경했다.



그리고 강릉에서 마지막 식사로 교동짬뽕을 먹었다. 군만두가 주문이 안 돼 아쉬웠다. 흑흑. 공기밥 시켜서 밥 말아 먹는 게 제일이었다.

여행지에서 빵 사는 걸 거를 수 없어서 근처 가배만쥬에 들렸다. 커피콩빵과 강릉단오빵을 샀다. 내 입맛은 강릉단오빵이었다. 견과류가 들어가 고소했다.

카페 노브일리에서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늘어졌다. 그때쯤엔 너무 졸립고 피곤해서(이틀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에...) 눈이 반쯤 감긴 채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냥 입 다물고 있어도 되지만 그 상태일 땐 또 왤케 입을 가만히 못 두는지........

시간이 돼 천안으로 출발하는 찐님과 헤어져 강릉역으로 향했다. 타님과 둘이 상봉까지 KTX를 타고 왔다. 시간도 덜 걸리고 구리까지 오기도 편해서 앞으로는 갈 때도 KTX 타기로 혼자 다짐했다.


다음에는 엄마와 같이 강릉에 가고 싶다. 시간이 지금의 답답함을 해결해주기를. 견디는 수밖에 없다...ㅠ

몇 년 동안 한번을 안 간 성수를 올 봄에만 두 번 다녀왔다. 먹고 마셨던 것들을 기록해본다...

3월 말, 타님과 둘이서 1차 성수 방문. 내가 찾은 식당과 카페로 움직였다. 메뉴는 우리 둘 다 좋아하는 푸팟퐁커리. 마하차이라는 곳에서 푸팟퐁커리덮밥과 오믈렛 팟타이, 롤을 시켰다. 가격 대비 훌륭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다음에 또 오자고 얘기했다. 셋이 가서 국물있는 쌀국수까지 시키면 완벽한 조합이 될 것 같다.


밥 먹고 커피 마시러 카멜커피에 갔다. 커피는 맛있었다. 테이블이 낮고 붐벼서 오래 앉아있을 곳은 못 되는 것 같아 셀카 찍고 커피 호로록 마시고 일어섰다.

인스타에서 많이 본 성수연방에 들렸다. 인증 핫플에서 남들 따라 사진을 찍었다. 사진 잘 나오더구만요... 포토스팟인 이유가 있었다. 소품샵과 서점을 둘려보았다. 규모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작았다. 둘러보는 시간이 금방 끝났다. 더 많은 소품가게를 구경하고 싶다...

내부가 넓고 테이블이 정상적인 높이인 카페를 찾아 한참 헤맸다. 유명한 오르에르에 자리를 잡았다. 아주 붐볐지만 넓어서 우리 앉을 곳은 있었다. 타님은 아이패드를 꺼내 그림수련을 하고 나는 책을 읽었다.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읽고 있었다. 절제된 감정으로 쓰여진 존재가 잊혀지고 신앙심이 지워지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비가 오는 베트남을 상상하며 읽었다...

저녁 뭐 먹지를 엄청 고민하다가 둘 다 만족하는 결론을 내렸다. 언제나 후회없는 선택, 서브웨이 샌드위치 먹고 귀가했당.

5월 초 타님, 찐님과 셋이서 성수 2차 방문. 이 때는 타님의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점심으로 성수다락에서 오므라이스, 파스타, 목살스테이크를 시켰다. 사진도 잘 나오고 음식도 맛있었다. 그러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웨이팅을 해야했다면 화가 났을 거다... 이 때는 다행히 가자마자 앉을 수 있었다.

이런 퍼포먼스도 남이 올려주는 것만 보다가 직접 보니 재밌었다. 인증샷 찍을 시간까지 알려주신다. 친절한 직원분들.

헤이보울에서 스무디볼과 커피로 후식을 먹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차가운 스무디볼을 번갈아 먹으니 이가 아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일, 채소 같은 생음식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내가 찾아서도 먹는다. 취미로 시작한 비즈 악세사리 만들기를 멈출 수 없어진 탓에 만날 때마다 두 분한테 반지와 팔찌를 억지로 준다. 이 날도 억지로 선물을 하고 타님의 그림으로 뽑아 만든 스티커도 전달했다. 내가 소장할 우리 강햏 사진을 주로 뽑았다. 투명으로만 뽑았더니 붙이면 잘 안 보여서 투명하지 앉은 버전으로도 다시 출력해보아야 할 것 같다. 시행착오ㅠㅠ


후식까지 먹으니 또 막상 안 가면 섭섭할 것 같아서 성수연방 구경갔다. 또 소품샵 구경하고 서점도 한 번 들러봤다. 그리고 또 편히 앉을 수 있는 카페를 찾아 한참을 돌아다녔다. 1차, 2차 실패하고 3차쯤 성공한 곳은 바로 바로 바로...

카페포제인지 카페포즈인지 잘 모르겠다. 테이블 간격이 넓고 테이블 높이가 정상적이었다. 앙버터 스콘맛이 처음에 좀 심심하게 느껴지다가 은은하게 맛이났다. 각자 할 거 하자고 앉아서 그림 그리는 타님께 리퀘도 넣었다. 타님은 하다 하다 불교 설화 안수정등을 그려달라는 리퀘까지 받아 수행하셨다...ㅋㅋㅋㅋ 찐님은 논문 읽고 나는 켄트 하루프의 플레인송을 읽었다.

저녁 뭐 먹지를 결정해야하는 시간이 돼서 떡볶이, 부대찌개 등의 안이 나왔다 사라지고 마라탕으로 결론이 났다. 흑, 마라탕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건대까지 걸어 늘 먹던 그곳에 갔다. 여전히 맛있었다... 여기에 만두까지 시켜 먹었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강변역까지 골목을 골목을 거쳐 걸어갔다.

우리집 물은 순수돗물 100%가 아닌걸까? 성수탕의 홍보 문구가 성수동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찐님이 남양주로 이사를 가고, 내가 갈매로 간 뒤에도 구체적으로 어딜 가자고 정하지 않는 이상은 타님의 현 동네, 우리의 옛 동네에서 주로 만난다. 갈매에 놀러오라고 말만 몇 번 했었지 바라지도 바랄 수도 없었는데(나도 이 동네를 잘 모르고 재미가 없구...) 2주 전 평일 저녁, 막 면허를 따고 운전에 재미를 붙인 타님이 운전을 해서 우리 동네에 놀러오셨다. 마침 바쁜 일이 끝난 찐님도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환승해 합류했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서 만나서, 가보고 싶었으나 친구가 없어 못 갔던 즉석떡볶이집에 데려가 밥을 먹고, 또 다른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그 주말 답방 겸 멀리 안 나가고 새로운 기분 느끼고 싶은 욕심으로 찐님의 동네로 놀러갔다. 그리고 이하 찐님이 안내한 코스...

덕소역에서 만나 택시를 조금 타고 불고기집에 갔다. 유명한 곳이라 웨이팅이 있었다. 최대 한 시간쯤 걸릴 수 있다고 안내 받았지만 실제로는 30분 정도 기다렸다. 유명맛집 특유의 빠른 일처리로 안내도 빨랐고 음식 나오는 속도도 빨랐다. 불고기는 간이 세지 않아 맛있었다. 그리고 기본찬으로 나오는 청국장이 밥도둑이었다. 밥과 비빔국수까지 배 두둑하게 먹었다.

찐님이 알아온 카페에 가기 위해 좀 걸었다. 밭 옆을 걸으니 역 근처 아파트 단지들을 지나 금방 시골인 느낌이라 새로웠다. 하늘은 높고 날은 따뜻해서 평화로웠다. 어린 시절 시골에 갔다가 논에 빠져 못 나와서 큰아버지가 나를 들고 무 뽑듯 뽑아주었단 얘길했다.



카페 비요에서 커피와 당근케잌을 먹었다. 첨부한 사진은 커피가 곧 쏟아질 듯 위태롭지만, 카페는 예쁜 곳이었다. 앉은 곳 뒤쪽으로 거울과 커튼, 테이블이 예뻤고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 더위를 식히며 타님은 그림을 그리고 나와 찐님은 노가리를 깠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와 동네를 산책했다.

초등학교 벽에 그려진 곰이 유독 완성도가 떨어지고 멍충해보여 안 찍을 수 없었다...



절대 이 곳에 주차를 해서는 안 돼...

처음 걸어본 길이지만, 내가 태어난 동네 같다는 기시감이 들었다.

쥬시에서 음료를 하나씩 마시며 코노에 갔다... 찐님은 노래방 중독자여서 만날 때마다 노래방을 가자고 하는데, 최근 몇 달 간 노래방 갈 분위기가 아니라 자제를 했었다. 나는 사실 케이팝 지킴이를 관두고 새로운 레파토리가 쌓이지 않으니 매일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게 지겨웠다. 그렇다고 또 신곡을 듣지도 않음ㅋ 그래서 몇 주 전 셋이 탑골힙합으로 레파토리를 늘려 보자고 합의를 했다. 그래서는 나는 비케이러브를, 찐님은 몽환의 숲을, 타님은 외톨이를 각자 연습하기로 했다. 그리고 셋 다 제법 진심으로 연습을 했고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고 강렬한 노래방 시간이었다. 근 몇 년 간 제일 재밌었던 노래방이었다. 흑...


에리어에서 한강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덕소 놀이를 마쳤다. 노을 일품이었고 랩을 너무 열심해서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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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본 이후로 한 달 간 영화관을 안 갔다. 헉. 영화관 VIP 유지는커녕 쓰라고 준 쿠폰도 못 쓸 상황이 됐다. 끌리는 신작도, 재개봉작도 없었다. 어젯밤 그래도 영화 한 편 보러 가자는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 눈 떠서 컨디션이 좋으면(독하고 슬픈 영화를 견딜 수 있으면) 패왕별희를 보고 그렇지 않으면(짧고 편한 영화를 보고 싶으면) 우디 앨런 신작을 보기로 결심했다. 오늘 아침에 눈 떠서 아점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졸립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드물게 컨디션이 괜찮은 상태였다. 지금 보려고 그 동안 패왕별희를 보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예매...

데이가 우희와 스스로를 겹쳐보았듯 내 눈에도 장국영과 데이가 겹쳐보였다. 섬세한 예술가와 무너지기 쉬운 그의 삶을 그려본다. 그 지독한 몰입을 이해할 수 없지만 경지를 엿본 관객으로서 가슴이 시리다. 또한 훈련과 폭력을 견디는 아역배우들의 눈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데이와 도망을 쳤다가 다시 돌아온 소년이 무서움을 이기지 못하고 소원하던 빙탕후루를 급하게 먹고 목을 맨 장면이 너무 충격이었다. 유년을 견디고 경지에 오르고 스타가 되었지만 데이는 우희가 아닌 삶을 사는 법을 몰랐고 야만적인 현실에 적응하는 법도 몰랐다.
급변하는 시대 배경에서 강한 여성 쥬산이 등장한다. 샬로와 데이를 멀어지게 하는 장애물로만은 볼 수 없는 인물이다. 쥬산은 위태로운 그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뛰고 아편에 중독된 데이를 어머니처럼 안아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샬로와 세상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했다. 그래서 공산당원 군중들 앞에서 샬로가 데이를 비판하는 것은 시대의 비극으로 볼 수 있었지만 부인인 쥬산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때는 놀랐다. 샬로는 경극을 연습하던 소년 시절 자꾸 실수해서 혼이 나는 데이를 혼나지 않게, 더 이상 틀리지 않게 하기 위해 곰방대로 데이를 아프게 했던 그대로였다. 그 순간을 모면하고 자신과 쥬산 둘 다 살기 위한 선택이라해도 마음은 무너지는 것이다.

이 길고 슬픈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아서 다행이다. 혼자 다운 받아 봤다면 견디지 못하고 여러 번 끊어보았을 것ㅠㅠ 도서관에 들리고 햄버거를 먹고 저녁잠을 잠시 자고 일어나 취미생활인 비즈팔찌 만들기를 하는 늦은 밤까지도 먹먹하다. 오늘밤은 일초라도 함께 하지 않으면 평생이 아니라고 말하는 데이의 비현실적인 집착과 더 이상의 삶을 견딜 수 없었기에 내렸던 장국영의 선택을 생각하며 우울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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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카페에 한 켠에서 비즈꽃반지를 팔고 있길래 반지 좋아하니까 하나 샀다. 딱 마음에 드는 색조합이 없어서 더 사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비즈반지를 찾아보니 취미로 직접 만드는 사람이 많아보였다. 유투브를 검색해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차근차근 따라하면 나같은 똥손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는 그냥 마음에 드는 반지를 돈 주고 사라고 했지만... 모든 인간이 가진 손가락 꼼지락 욕구에 반지를 많이 갖고 싶은 욕구가 더해져 <이렇게 된 이상... 동대문으로 간다...> 가 되어^^ 동대문으로 갔다. 살까 말까 이틀을 고민했고 당장 사서 당장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배송을 기다릴 수 없었다...

온라인 상점도 운영하는 안공사에서 대충 눈팅을 하고 동대문에 있는 오프라인 상점으로 직접 갔다. 딱 이만원만 쓰자고 다짐해서 이것저것 이만원 어치 비즈를 담고, 우레탄줄 더해서 삼천원을 더 썼다. (색깔은 빨, 주, 노, 초, 연두, 파, 하늘, 연보라, 흰펄, 파스텔톤 믹스, 원색반짝 믹스, 무광 믹스, 유광 믹스로, 사이즈는 주로 2mm로 샀다. 만원 단위부터 서비스 비즈를 고를 수 있게 해주어서 믹스 비즈를 더 받았다.)

데이지비즈님의 유투브를 보고 고대로 따라하면서 꽃반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땀이 나고 손이 자꾸 미끄러져서 자꾸 영상을 멈춰야만 했다. 이틀을 만들어본 후에야 손에 익어 동영상 없이 딴 짓 하면서 만들 수 있게 됐다...ㅋㅋㅋ

 

갖고 싶었던 초록 꽃반지를 제일 첨으로 만들었다. 마무리 단계에서 접착제를 왈칵...해버려 비즈에 묻고 손에도 묻고 난리였다...ㅋ 초록색이 좋은데 초록색 2mm 작은 비즈가 없어서 그 점도 아쉬웠다. 그래도 첨 만든 내 반지...

 

타르트지님이 요청한 색조합으로 만들었다. 가진 비즈를 다 보여주고 색 조합에 센스 없으니 꽃중심, 잎, 받침 다 정해달라고 해서 만들었다.

 

이것은 찐스콘님의 요청에 따라 만든 것... 오른쪽 작은 사이즈 반지는 내 것으로도 만들어 끼고 다닐 생각...

 

엄마가 요청한 조합...

 

무난한 파, 노, 흰 조합으로 만들어보았읍니다...

 

친구들이 젤 예쁘다고 한 조합... 요 색조합으로 공장 돌리는 것처럼 많이 만들어야 겠다.

 

내가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조합... 더 많은 비즈를 갖고 싶다...

 

투명, 무광 믹스를 사용해보고 싶어서 만들어 보았지만, 영 별루... 이 비즈들은 어떻게 활용해야 예쁠지 아직 모르겠다.

 

 

 

무도나 오피스, 모팸 틀어놓고 우레탄줄에 실 꿰고 있으면 시간이 살살 녹는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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