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 휴가로 강릉에 다녀왔다. 강릉은 당일치기로만 여러 번 다녀왔던 곳이라 숙소를 잡아 자고 바다를 오래 보는 건 처음이었다. 좁은 도시에서 2박을 하니 여유 있어 좋았다.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지금, 얼마 지나지 않은 휴가 때가 꿈만 같다. 개독 수꼴에 대한 피로에 엄마가 아픈 거까지 더해서 불안이 깊다. 다음 달은, 다가오는 가을은 또 연말은 지금보다 나았으면 좋겠다. 우울하다며 이 일기를 쓰는 지금이 경험한 적 없는 감정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떠나는 일요일, 서울은 비가 많이 왔다. 버스가 폭우를 뚫고 강릉으로 향했다. 다행히 강릉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비 오는 일요일 점심으로 뭐가 제일 먹고 싶을까, 고민해봤을 때 답은 장칼국수였다. 중앙시장 유명한 칼국수집들 중 줄 안 선 곳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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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이네 칼국수에서 먹었다. 나는 바지락을 안 좋아하니까 바지락장칼 대신 그냥 장칼국수를 시켰다. 타님이 시킨 바지락장칼의 국물맛이 더 깊어 약간 후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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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커피 존맛이라는 뉴욕커피로스터에서 커피를 마셨다.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바랄 정도로 맛있었다. 강추! 사장님께서 우리가 주문하지 않은 메뉴들을 샘플로 만들어주셔서 감동했다.
숙소 입실 시간 맞춰서 택시 타고 경포대로 향했다. 싸게 예약한 숙소에 짐 내려두고 조금 쉬다가 나왔다. 비가 그쳐있었다. 택시를 타고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이때 만난 택시기사님이 경포호를 바다로 착각한 연인들의 관한 넝~담ㅎ과 기사님 추천 맛집, 젊은이 핫플 맛집을 알려주셨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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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소나무밭을 걸으며 바다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날이 흐려 아쉬웠지만 덥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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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웍스에서 버거와 맥주로 저녁식사를 했다. 버거웍스 두 번 갔으니 단골이라고 해도 될까... 버거를 먹을 땐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바다를 보며 맛있는 수제버거에, 맛있는 맥주를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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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쳐 송정해변 소나무 사이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바다를 보며 음악을 듣는 나른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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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걸 좋아하니까 또 무식하게 존나 걸었다. 숙소까지 한 시간 이십 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걸었다. 경포호의 야경은 멋있었고 숙소에 돌아오니 피곤했다. 미드를 좀 보고 요즘 푹 빠진 강유미 ARMR를 보고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들었다.....
날이 밝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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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로 든든하게 순두부 정식을 먹었다. 월요일 휴무가 아니며 안 기다리고 먹을 수 있는 곳을 고르니 농촌순두부였다. 정식이 1인분에 15,000원이니 이 밥상이 45,000원인 것... 잘 먹은 것과 별개로 서울에서라면 이 가격에 이거 안 먹을 것 같다... 관광지에서 유명한 음식 먹어본 값으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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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가고 싶었던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마셨다. 기와 카페에서 기와블렌딩을 마셨다. 커피 맛있고 분위기 좋고 사람도 없어 다 좋았다.
느긋하게 노닥거리다가 아이스크림 먹으러 나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천막 안에서 다소 불쌍한 상태로 흑임자 젤라또를 먹고 택시를 타고 엄지네식당으로 향했다. 사람들 말대로 포장하니 기다림 없이 금방 받을 수 있었다. 계속 비가 오는 상태라 근처에서 커피나 한 잔 더 마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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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소와 겸하고 있어 나무 냄새가 나는 카페 우드바우어에서 빗줄기가 가늘어 지기를 기다렸다.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돌아오니 비가 그쳤다. 예정된 대로 경포대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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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아리까지만 물을 적셔도 물놀이라고 부르는데, 타님은 그건 물놀이가 아니라고 했다... 튜브를 타고 온몸이 젖어야 물놀이란다... 그래서 이 날 내가 한 것은 물깔짝.... 차가운 동해 바다에 발을 적시고 돗자리에 돌아와 눕고 다시 모래를 걸어 바다에 들어가는 일을 반복했다. 평화롭고 행복한 월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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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엄지네에서 사온 꼬막비빔밥과 중앙시장에서 사온 사임당닭강정을 펼쳐놓고 먹었다. 햇반을 하나 더 사 꼬막에 비비니 양이 맞았다. 꼬막을 안 좋아하지만 왜 인기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맛있었다. 참기름? 들기름? 양념이 맛있어...
배가 불러 소화시키기 위해 강릉시내로 나섰다. 물놀이 아니 물깔짝 할 때는 안 내리던 비가 이때 또 주룩주룩 내렸다. 새 샌들 때문에 발에 물집이 잡힌 타님을 위해 약국에 들리고 소품샵을 구경하다가 커피를 먹어야 할 것 같아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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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식 케잌을 판다는 굴리아카페에서 커피와 케잌을 먹었다. 인테리어가 분홍분홍해서 입구에서 조금 놀랐다. 단 커피와 더 단 케잌으로 비가 뺏어간 기운을 좀 충천했다.
저녁으로 예정된 물회를 먹기 위해 소화가 필요해서 코노에 갔다. 처음으로 코노에 카드결제기가 달린 것을 보았다. 넘 좋았다... 각자 준비해 온 요즘 노래(요즘 노래 너무 몰라서 의무적으로 하나씩 연습해오기로 했다...ㅋ)를 부르고 소화를 돕는 걸그룹 노래를 부르다 목에 피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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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어화식당에서 물회를 먹었다. 택시기사님이 추천해주신 식당이었다. 가격에 비해 밑반찬이 좋고 깔끔했다. 만족스러웠다.
근처 소품샵 오리둥지에 들렸다. 여기가 강릉 소품샵 중에 제일 좋았다... 크고 구경할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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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뜬금없이 불꽃놀이....ㅋㅋㅋㅋㅋ 학생들이 불꽃놀이 하고 놀고 있길래 부러워했더니 친구들이 하게 해주었다... 바람이 불어 라이터로 불 붙이는 것부터 난관이었고 찐님의 폭죽은 불량이라 불도 안 붙고 라이터까지 망가지고, 바람에 불꽃이 날리는 게 무섭고 엉망진창 와장창이었다. 흑흑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숙소에서는 밤 늦게까지 케이팝 무대를 봤다. 노래방 뽕이 빠지지 않아 구케이팝 지킴이로서 추억에 젖었다. 어디서든 잘 자는 타님이 제일 먼저 스스륵 잠들고 불을 끄고 누웠지만 전날 보다 더 잠이 안 와 힘들었다. 밤새 굿와이프 보고 침투부 보고 체감상 두 시간은 잤을까 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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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화요일 아침, 카페 플로리안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매일 아침 누가 이렇게 차려줬으면 싶다... 비 때문에 고민 좀 하다가 일단 가방 먼저 강릉역 사물함에 넣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역과 터미널에 각자 짐을 맡기고 터미널 근처 가보고 싶던 소품샵 겸 카페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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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살림에서 티와 스콘을 먹었다. 쉬다 보니 비가 그쳐 날이 오히려 너무 쨍쨍했다. 날이 맑으니 엄청 더워서 야외 활동할 자신이 없었다. 근처 미술관에 가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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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립미술관은 넓은 고등학교 옆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지대가 높아 전망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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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골목을 담은 따뜻한 일러스트가 전시돼 있었다. 우리가 가본 곳, 가보지 못한 곳, 아는 곳, 모르는 곳을 이야기하며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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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릉에서 마지막 식사로 교동짬뽕을 먹었다. 군만두가 주문이 안 돼 아쉬웠다. 흑흑. 공기밥 시켜서 밥 말아 먹는 게 제일이었다.
여행지에서 빵 사는 걸 거를 수 없어서 근처 가배만쥬에 들렸다. 커피콩빵과 강릉단오빵을 샀다. 내 입맛은 강릉단오빵이었다. 견과류가 들어가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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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노브일리에서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늘어졌다. 그때쯤엔 너무 졸립고 피곤해서(이틀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에...) 눈이 반쯤 감긴 채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냥 입 다물고 있어도 되지만 그 상태일 땐 또 왤케 입을 가만히 못 두는지........
시간이 돼 천안으로 출발하는 찐님과 헤어져 강릉역으로 향했다. 타님과 둘이 상봉까지 KTX를 타고 왔다. 시간도 덜 걸리고 구리까지 오기도 편해서 앞으로는 갈 때도 KTX 타기로 혼자 다짐했다.
다음에는 엄마와 같이 강릉에 가고 싶다. 시간이 지금의 답답함을 해결해주기를. 견디는 수밖에 없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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