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시작부터 좀 이상했다. 월요일 낮에 투병 중이시던 큰아빠의 부고를 받고 나를 뺀 온 가족이 시골로 내려갔다. 집 보면서 강햏이나 돌보라고 나를 두고 가주셔서 3일을 빈집에 혼자 있었다. 마침 강햏 구충제 받으러 병원가는 날이라 외출한 김에 편의점과 슈퍼에서 간식을 잔뜩 쟁였다. 그것들 까먹으면서 3일을 집에 박혀 지냈다.(우유 주머니에서 우유 가져오느라 집 밖으로 한 발국 나갔던 거 빼고) 끼니 때마다 뭘 먹고 있는지, 강아지는 잘 있는지 엄마와 동생이 감시를 했지만, 장례식장에서 낯선 친척들과 부대끼는 것보다야 훨씬 상팔자였다.
낮시간이야 티비보다 낮잠자고 그럭저럭 보낼 수 있겠는데 밤은 좀 무서웠다. 원래 겁이 많고요^_TTTT 다운받아놓은 영화를 보다가 날이 밝아올 때쯤 티비를 켜놓고 잤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혼자는 못 살 것 같다.
록스탁앤투스모킹베럴즈를 보고 더 과격하고 확실하게 재밌는 영화가 보고 싶어서 매드맥스를 이어봤고 펀치드렁크러브를 보다가 유쾌한 병맛이 보고 싶어서 아메리칸울트라를 봤다. 가이 리치 감독 영화는 맨프롬엉클 뿐이 안 본 상태였는데 록스탁앤...(제목 넘 길고요...)를 보고 다른 영화도 좀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감각있고 까리해서 나머지를 차치할 수 있었다. 매드맥스는 역시 존잼이고요, 2015년의 영화이며 존잘이십니다... 펀치드렁크러브는 아담 샌들러가 주연이라 유치하고 좀 귀여운 영화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한 걸음 더한 또라이가 주인공이서 보는 내내 피곤했다.(힐링물을 예상하고 실버라이닝플레이북을 보다가 급격하게 머리아파졌을 때의 감상과 비슷...) 생각없이 보려고 재생한 아메리칸울트라는 병맛이긴 한데 공감 안 가게 또 진지하게 우울해서 이것도 또 예상을 빗나갔다. 그렇게 진지하려면 좀 더 설득될 만한 얘기여야 하지 않나?
이렇게 3일을 보내니 가족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헤이트풀8의 개봉일! CGV에서만 개봉을 한다는데 가까이 있는 CGV는 헤이트풀8을 스크린도 작고 좌석 수도 적은 관에만 걸어줬다ㅋ 단차가 적어 앞 사람 뒷머리가 보이고 그 때문인지 스크린은 높이 달려있고 작아서 기분도 덜 나는 관에서 영화를 봤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ㅠㅠ
영화는 저수지의 개들 느낌이 낭낭했다. 종반까지 대사로만 극을 밀고 나가는데 좀더 완성도 높아진 저수지의 개들 같았다! 일단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니까 앉아서 입만 터는 데에도 완전 집중이 됐다.(크리스토퍼 왈츠 닮은 분 말고 진짜 왈츠가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고요ㅠㅠ) 장고나 바스터즈 같은 대놓고 통쾌한 맛은 적은데 선악 구분이 모호한 다 나쁜 놈들, 다 돌은 놈들의 이야기이니까 당연하다. 여기서 누구 편을 들 수 있겠어ㅋ
잔인한 영화는 안 좋아하지만, 타란티노 영화는 좋아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바로 지하철을 타고 혜화로 갔다. 티켓링크에서 농구 예매하다가 연극 이벤트에 응모를 했는데 당첨이 됐고, 친구들이 바빠서 혼자 보러갔다ㅋ 동명의 셰익스피어 희곡을 원작으로 재해석한 끝ㅇ1 좋으면 ㄷr좋ㅇr라는 세미뮤지컬이었다. 극이 시작하는 첫날이라 후기도 못 보고 보게 됐는데 재해석에 아쉬움이 있었다. 남편의 사랑을 쟁취하려는 주인공에서 주체적으로 사랑할 대상을 선택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근대 신여성을 연상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는데, 배경이 바뀌었다면 그에 맞게 소재와 줄거리도 달라졌어야 한다. 붕 뜨는 대사와 상황 설정에 숙연해졌다.
타란티노 뽕을 맞은 후이니까 아직 보지 않은 타란티노 영화를 더 다운 받아 볼이거고, 다음주에 오메기떡님, 야생고사리님과 농구도 한 번 더 보러갈 거고(올 시즌 직관 성적 3전 3승ㅋㅋ), 남동생님과 레버넌트를 조조로 볼거다. 백수의 문화생활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