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시작부터 좀 이상했다. 월요일 낮에 투병 중이시던 큰아빠의 부고를 받고 나를 뺀 온 가족이 시골로 내려갔다. 집 보면서 강햏이나 돌보라고 나를 두고 가주셔서 3일을 빈집에 혼자 있었다. 마침 강햏 구충제 받으러 병원가는 날이라 외출한 김에 편의점과 슈퍼에서 간식을 잔뜩 쟁였다. 그것들 까먹으면서 3일을 집에 박혀 지냈다.(우유 주머니에서 우유 가져오느라 집 밖으로 한 발국 나갔던 거 빼고) 끼니 때마다 뭘 먹고 있는지, 강아지는 잘 있는지 엄마와 동생이 감시를 했지만, 장례식장에서 낯선 친척들과 부대끼는 것보다야 훨씬 상팔자였다.

 

 낮시간이야 티비보다 낮잠자고 그럭저럭 보낼 수 있겠는데 밤은 좀 무서웠다. 원래 겁이 많고요^_TTTT 다운받아놓은 영화를 보다가 날이 밝아올 때쯤 티비를 켜놓고 잤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혼자는 못 살 것 같다.

 

 록스탁앤투스모킹베럴즈를 보고 더 과격하고 확실하게 재밌는 영화가 보고 싶어서 매드맥스를 이어봤고 펀치드렁크러브를 보다가 유쾌한 병맛이 보고 싶어서 아메리칸울트라를 봤다. 가이 리치 감독 영화는 맨프롬엉클 뿐이 안 본 상태였는데 록스탁앤...(제목 넘 길고요...)를 보고 다른 영화도 좀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감각있고 까리해서 나머지를 차치할 수 있었다. 매드맥스는 역시 존잼이고요, 2015년의 영화이며 존잘이십니다... 펀치드렁크러브는 아담 샌들러가 주연이라 유치하고 좀 귀여운 영화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한 걸음 더한 또라이가 주인공이서 보는 내내 피곤했다.(힐링물을 예상하고 실버라이닝플레이북을 보다가 급격하게 머리아파졌을 때의 감상과 비슷...) 생각없이 보려고 재생한 아메리칸울트라는 병맛이긴 한데 공감 안 가게 또 진지하게 우울해서 이것도 또 예상을 빗나갔다. 그렇게 진지하려면 좀 더 설득될 만한 얘기여야 하지 않나?

 

 이렇게 3일을 보내니 가족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헤이트풀8의 개봉일! CGV에서만 개봉을 한다는데 가까이 있는 CGV는 헤이트풀8을 스크린도 작고 좌석 수도 적은 관에만 걸어줬다ㅋ 단차가 적어 앞 사람 뒷머리가 보이고 그 때문인지 스크린은 높이 달려있고 작아서 기분도 덜 나는 관에서 영화를 봤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ㅠㅠ

 

 영화는 저수지의 개들 느낌이 낭낭했다. 종반까지 대사로만 극을 밀고 나가는데 좀더 완성도 높아진 저수지의 개들 같았다! 일단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니까 앉아서 입만 터는 데에도 완전 집중이 됐다.(크리스토퍼 왈츠 닮은 분 말고 진짜 왈츠가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고요ㅠㅠ) 장고나 바스터즈 같은 대놓고 통쾌한 맛은 적은데 선악 구분이 모호한 다 나쁜 놈들, 다 돌은 놈들의 이야기이니까 당연하다. 여기서 누구 편을 들 수 있겠어ㅋ

 

 잔인한 영화는 안 좋아하지만, 타란티노 영화는 좋아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바로 지하철을 타고 혜화로 갔다. 티켓링크에서 농구 예매하다가 연극 이벤트에 응모를 했는데 당첨이 됐고, 친구들이 바빠서 혼자 보러갔다ㅋ 동명의 셰익스피어 희곡을 원작으로 재해석한 끝ㅇ1 좋으면 ㄷr좋ㅇr라는 세미뮤지컬이었다. 극이 시작하는 첫날이라 후기도 못 보고 보게 됐는데 재해석에 아쉬움이 있었다. 남편의 사랑을 쟁취하려는 주인공에서 주체적으로 사랑할 대상을 선택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근대 신여성을 연상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는데, 배경이 바뀌었다면 그에 맞게 소재와 줄거리도 달라졌어야 한다. 붕 뜨는 대사와 상황 설정에 숙연해졌다.

 

 

 타란티노 뽕을 맞은 후이니까 아직 보지 않은 타란티노 영화를 더 다운 받아 볼이거고, 다음주에 오메기떡님, 야생고사리님과 농구도 한 번 더 보러갈 거고(올 시즌 직관 성적 3전 3승ㅋㅋ), 남동생님과 레버넌트를 조조로 볼거다. 백수의 문화생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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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 오지 않아 일기를 쓴다.

 

 오늘 친한 친구 몇 명과 송년모임을 가졌다. 늘 보던 학교 근처 말고 다른 곳에서 보자고 해서 강남을 나갔다 왔다. 강남역까지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으니까 경기도민 기준으로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데 너무 정신없는 곳이라 잘 안 가게 된다. 역 출구 앞에서 전단지 받는 것만으로도 기가 빨리고요...ㅠ 무튼 정말 간만에 강남에 나갔고, 처음으로 양꼬치를 먹어봤다. 막연히 냄새 날 거라 생각했는데 냄새는 안 났고 기름지고 맛있었다! 용기내서 시켜본 양줄기는 좀 냄새가 났다. 구운 통마늘과 함께 품었다. 양꼬치, 양줄기, 꿔바로우, 칭따오, 옥수수 국수를 먹고 후식으로 케잌과 커피를 조졌다. 편안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노는 사람들끼리 평일에 모여 맛있는 거 먹고 낄낄거리니까 영원히 일 안 하고 살고 싶어졌다ㅋ

 

 집에 와서 씻으니까 자정. 이제는 반쯤 습관이 돼서 서울 삼성 경기 결과를 확인해보는데 삼ㅋ십ㅋ점ㅋ차이로 졌단다. 놀라서 볼까 말까 하다가 배 좀 꺼트리고 자려고 풀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농구팬 친구가 있어서 얘기 듣고 경기장 다니면서 작년 시즌부터 조금씩 농구를 보고 있는데, 어쩌다 나는 서울 삼성에 꽂히게 됐다. 잠실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았고 그래서 자주 보다보니 다른 팀보다 선수들도 눈에 익고... 결국 어찌저찌 입덕은 아니지만 반쯤 걸쳐있는 상태가 됐다.1월 1일 경기를 특석으로 예매해 놓은 상태라 제발 좀 잘했으면 좋겠다. 새해는 승리하는 기분으로 맞이하고 싶다.

 

 어제, 오늘은 좀 춥지만 올 12월은 덜 추운 편이었다. 내킬 때마다 밤산책할 수 있어서 좋았고, 얇은 코트 입을 수 있어서 좋았다.

 

 스타워즈 시리즈 정주행을 마치고 에피소드 7을 영화관에서 봤다. 여전히 이 시리즈의 매력은 잘 모르겠지만, 한 솔로가 등장할 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올해의 영화관에서 3대 울컥 1.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대사 "난 늙었지만 쓸모없진 않아"  2. 백투더퓨처 재개봉 오프닝 영상에서 브라운 박사의 인사  3. 스타워즈 에피소드 7에서 한 솔로의 등장과... ㅠㅠ

 

 나는 시간의 흐름에서 느낄 수 있는 애틋한 정서에 약한 것 같다ㅠㅠ

 

 12월에 개봉작 중에 제일 재밌게 본 것은 이웃집에 신이 산다였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명확한 메시지과 보편적인 유머코드를 갖고 있다면 불어쓰는 영화도 즐겁게 볼 수 있구나 생각했다. (이 또한 취향을 타기는 하겠지만... 앞자리 커플이 서로 왜 이 영화 보자고 했냐고 책임을 넘기며 싸웠다...ㅠ) 그래서 같은 감독의 토토의 천국과 미스터 노바디도 보게 됐다. 감각적이고 좋은 영화였다. 그래도 그 중 최고를 꼽으라면 이웃집...이다. 전작들은 무겁고 복잡한데 이웃집...은 가볍고 비교적 단순하다.

 

 요즘의 독서는 성공한 것이 없다. 책 고르기를 실패해서 취향에 맞는 독서를 못했다. 새로운 작가의 책들을 읽고 싶었는데 실패를 겪고 나니 사두고 안 읽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부터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는 도서관에 책만 반납하고 따로 빌려오지 않았다.

 

 노트북을 바꿨다. 오래 쓴 삼성 노트북이 서서히 맛탱이가 가고 있어서 힘들었는데 엄마가 즉흥적으로 새 노트북을 사줬다. 기계는 무조건 블랙으로만 사는데 엄마가 내켜할 때가 아니면 못 살 것 같아 나도 즉흥적으로 골랐더니 쌩뚱맞게 희고 큰 노트북이 생겼다. 윈도우10은 아직 적응이 안 되지만, 부팅 속도부터 다르니 삶의 질이 올랐다. 15.6인치라^^ 어디 들고 나갈 일이 걱정이 좀 되기는 한데, 사실 무게는 전에 쓰던 애랑 비슷하니까 못 들고 다닐 것도 없을 것 같다.

 

 저녁에 먹은 양꼬치로 아직도 배가 부르고, 잠은 올듯말듯 하다. 네 시도 훌쩍 넘어 다섯 시가 가까워오는데 언제쯤 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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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덕을 선언하고 박차고 나왔으니 내가 찬 건데 차인 기분이 자꾸 든다ㅋ 찬 거나 차인거나 그게 그거인 한데 생각이 날 때마다 기분이 넘 더럽고 아이돌을 못 좋아하게 된 현 상황이 짜증나고 그런다ㅋ 아이돌과 수니 사이에 있어야 할 예의나 신뢰같은 게 완전히 부정당해서 그 관계를 아예 믿지 못하게 된 상태가 된 것 같다고나 할까...ㅋ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쉬운 길로 가는 게 맞고, 한번 빠질을 시작한 이상은 관성대로 그 사람 계속 좋아하는 게 쉬운 것도 안다. 그래서 누군가는 계속 그 사람을 믿고 계속 좋아할 수도 있는 거란 걸 이해는 한다. 나보다 걱정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누군가를 절절하게 걱정하는 게 수니의 마음인데, 한번 마음주고 나면 이거보다 편한 애정의 종류도 또 없다. 조건 없이 좋아하고 또 좋아하고만 하면 되니까. 실망이란 걸 하게 되더라도 아이돌의 입장이 돼서 이해하고 노력하다보면 또 사람일이란 게 이해 못할 일이란 게 없다ㅋ 그러니까 범죄자도 계속 좋아할 수 있고, 탱큥으로 기만을 해도 계속 좋아할 수 있지ㅋ

 

 무조건적인 애정을 줄 수 있는 대상이란 게 그립긴 한데(사실 그때의 애정으로 가득했던 내 마음이 더) 그럴 가치 있는 대상이 세상에 없단 걸 두 차례의 덕질과 탈덕을 통해 배웠다. 아이돌은 수니맘 좇도 모르니까:) 알아달라고 바란 적도 없지만 그래도 그 관계에 예의란 게 있지 염병ㅋ 자본주의 사회에서 확실한 애정표현의 수단인 돈으로 표현 많이 했었다ㅋ 잘 먹고 잘 살아라...

 

 덕질에 바쳤던 시간이 뜨고, 거기에 쏟았던 마음이 뜨니 시간도 많고 심심하다. 남의 아이돌이 걔네 팬들한테 한 나쁜짓까지 내 현타로 돌아와서 괴롭기도 하고 아이돌 아닌 다른 마음 쓸 곳을 기웃거리고 있다.(야구는 망했다. 감독님이 안쓰럽고 오래 유지한 관성대로 내년 시즌도 그냥 저냥 보게 될 것 같지만 이건 내년에 생각할 괴로움이고..ㅜㅜ)

 

 7편이 곧 개봉한대서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운받아서 한 편씩 보고 있다. 에피소드 4,5,6을 봤는데 옛날 영화기도 하고 덕심을 자극하는 포인트도 모르겠고 잘 안 와닿았다. 99년부터 다시 이어진 에피소드 1,2,3을 볼 엄두가 안 난다... 재미가 있으면 쭉 보고 7편을 개봉시기에 맞춰 영화관에서 보고 스타워즈 덕질하는 글들도 좀 볼 예정이었는데 아직 미정...

 

 덕후들을 찾아 기웃대다 헝거게임 시리즈도 쭉 봤다. 막연히 메이즈러너 같겠지 생각했는데 메이즈 러너보다야 훌륭했다. 메시지도 훨씬 분명하고 원톱 주연 여배우가 연기도 넘 잘하고... 나도 다른 이들처럼 1편에서는 피타가 잘 안 받아들여졌는데 보다보니 캐릭터에 그 사람을 동화시켜 보게 되고 점점 좋아졌다.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ㅠㅠ 지켜줘야할 것 같은 남동생스러움이 있지만 캣니스가 지켜줄 수 있는 여성이니까 괜챠나... 은근 보채고 마지막에 뒤통수까지 후려갈긴 게일보다야 훨씬 낫고 멋있다. 나는 다정함에 약한 다정병자니까ㅠㅠ 1, 2편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봤고(설국열차, 꼬리칸, 혁명, 두근두근 이런 느낌...) 3,4편은 아쉬웠다.(입혁명? 갑자기? 뭔가 더 설명이 필요한 거 아니야?)

 

 그리고 ㅍㅍ을 읽고 있는데 이건 넘 부끄러우니까 여기 길게 못 쓰겠다ㅋ 쭈님의 세븐틴 얘기를 듣고, 쭈님도 내 ㅍㅍ얘기를 들어주고 계심ㅋ

 

 한 대상에서 뿌렸던 애정을 오만 것들에게 나눠주면서 나도 잘 먹고 잘 살거다ㅋ 돈은 전보다 훨씬 덜 쓴다.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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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에 비나 눈이 오면 망한 기분이 들고 넘 싫을 때가 있었는데 백수라 그런 기분이 안 들어서 좋다. 요 며칠 그칠 듯 말 듯 비가 계속 온다. 우산을 챙겨야 하는 건 귀찮지만 바지 밑단과 운동화 속을 적시지 않을 정도로 잔잔하게 내리는 비가 막 싫지는 않다. 그냥 저냥 견딜만 하다.

 

 월요일에 도서관에 가고 싶으면 그날은 꼭 휴관일인 이상한 징크스가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좀 떨어진 도서관을 갈 수도 있지만 또 그렇게까지 가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강햏이 밤새 이상하게 보채서 제대로 못 자고 11시 너머 정신을 차렸는데, 씻고 나가서 좀 걷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읽을 책 한 권만 가방에 챙겨 공원을 걸었다. 비가 내리다 말다 해서 우산을 쓰다 말다 했다. 무수히 많은 낙엽이 바닥에 깔려있는데도 또 여전히 많은 잎들이 가지에 달려 있었다. 비 때문에 더 진해진 흙 냄새, 낙엽 냄새를 맡으며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들었다. 아직은 가을 같은 가을이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카톡으로 주말 모임 장소를 정하고, 티몬에서 휴면계정 처리해놓은 아이디를 살리기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도 하고, 화장실도 두 번 가고, 다이어리도 쓰고) 일어났다. 내일 아침으로 버터프레첼을 먹고 싶어서 롤링핀에 갔는데 그 빵은 다 나가고 없어서 무화과가 들어간 건강해 보이는 빵을 샀다. 크림스프를 끓여서 같이 먹어야징...

 

 지난 근 일주일 동안 안 읽히던 책들을 마무리 지었고 007 시리즈를 정주행했다.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을 다시 앞으로 가서 첨부터 읽었고 같이 빌려온 픽터 빅셀의 계절들을 넋 놓고 읽었다. 작가들이 힘 주어 쓴 단편집인 올해의 이상문학상도 유난히 읽기 힘들어서 몇 작품 읽다가 몇 달을 손 놓고 있었는데 맘 잡고 마저 읽었다.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어 개운했다. 이번주는 잘 읽히는 책들을 골라 읽으려고 한다.

 

 007은 스펙터 개봉에 앞서 앞 내용을 복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카지노로얄, 퀀텀, 스카이폴을 차례로 봤다. 그리고 개봉 첫날 조조로 스펙터를 품었다. 이 작품을 좋아하는 팬은 아니라서 이번 편이 유독 망작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내가 007 시리즈에 느끼는 감상은 매끄럽지 못하고 뚝뚝 끊긴다, 차갑고 건조한 스파이물이 되기엔 허세와 치명적인 척이 넘나 과하다, 엮이는 모든 여자들과 자야 하나ㅋ, 영화 넘나 길다... 등 정도인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느꼈다. 남들 좋아하는 스카이폴보다는 카지노로얄과 퀀텀을 더 재밌게 봤다. 스카이폴은 다시 봐도 나홀로집에 같았다... 그래도 첩보 액션물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와챠 별점 4개를 줬다.

 

 007을 보고 오니 차갑고 건조한 스파이물의 지존이신 본시리즈가 보고 싶어졌다. 마침 저격자라는 우리 나라 제목이 붙은 텔레비전 영화 본 아이덴티티를 다운 받아 놓은 터라 그냥 쭉 봤다. 1988년이면 그렇게 옛날 영화는 아니었는데 텔레비전 영화라서 그런지 액션이 눈에 차지 않았다. 보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라고 하니 참고 봤지만 본도 내가 아는 본이 아니었다. 인질로 잡은 여자주인공을 드잡이 하고 머리채를 잡다니...ㅠㅠ 그리고 존나 쎄지도 않았다. 힘들게 3시간을 봤다. 왜 원래 책 제목이 잃어버린 얼굴이었는지는 알게 된 시간이었다...

 

 낮밤이 완전히 바뀌어서 좀 돌리고 싶은데 저녁잠이 쏟아진다ㅠㅠ 지난 주말엔 한숨도 못자고 점심약속에 나가기도 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날도 집에 가면 꼭 밤에 자야지 다짐했는데 버스 안에서 이십분 간 꿀잠을 자고 말똥해져서 피폐한 취미질로 밤을 샜다. 아 ㅍㅍ을 끊은 줄 알았는데 나이 먹고 다시 시작했고, 역시 bl은 끊을 수 없는 취미인가 싶거... 나는 한빙지옥에 떨어지기로 예정이 되어 있어서 하나도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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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일을 좋아하는 나에게 요즘은 딱 좋은 날씨다. 도서관 가는 길에 괜히 커피를 한 잔 사서 공원을 한 바퀴 돈다든가, 영화보고 집에 오는 길에 어릴 때 살았던 동네를 어슬렁거린다든가 하면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다. 추위가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티에 적당히 도톰한 가디건 한 장 입고 기분좋게 걷는 일을 좀더 오래할 수 있었으면...

 

 지난 주말에는 책 빌리고 받을 일이 있어서 쭈님을 만났다. 점심으로 내가 넘 먹고 싶었던 곱창을 먹고(우리 동네가 역시 값고 젤 싸고 양도 젤 많다. 야채곱창 넘나 맛있는 것ㅠㅠ) 커피 한 잔 들고 휘적휘적 동구릉으로 갔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청소년의 범주에 들어가서 무료입장이 됐고, 3개월 더 늙은 쭈님은 입장료 천원을 내야 했다. 기분이 좋아져서(ㅋㅋ) 청소년, 0원이 찍힌 티켓 사진도 찍고 즐겁게 동구릉을 산책했다. 저녁 즈음 또 다시 걸어 내려와 쭈님이 추천해주는 카페에 가서 라떼와 직접 만든 스콘을 먹었다. 잘 먹고 많이 걸었던 주말이었다.

 

 수요일에는 쭈님과 동네 시립도서관에서 작가가 오는 독서토론회를 참여...관람했다. 내가 전부터 좋아하던 소설가님이 오신대서 같이 가자고 꼬셨다. 얼굴도 안 보이는 맨 뒷 자리에 앉아 쭈님과 필담을 나누며 듣기는 했지만, 작품에 이해도도 높아졌고 작가가 보다 친근하게 느껴지게 됐다. 토론회가 끝나고 책에 싸인도 받았다.

 

 어제는 알람을 안 맞춰놓고 자서 예상보다 한 시간 이상 늦게 일어났다. 예매놓은 조조를 못 볼 위기였는데(동네도 아니고 잠실로 예매해놔서ㅠㅠ) 오히려 약간 침착해졌다. 일단 준비하고 버스타보고 시간 안에 못 갈 것 같으면 버스 안에서 취소하고 교보문고나 가면 되지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 외출준비를 한 시간, 한 시간 반 잡고 하는데 삼십분 만에 씻고 화장하고 엄마가 텀블러에 커피를 준비해줘서 후다닥 뛰어나갔다. 버스 타이밍도 좋았고, 정류장에서 영화관까지 초행이 아니라 운 좋게 광고 상영 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노력해서 본 영화는 맨프롬엉클ㅠㅠ 보려고 마음 먹었더니 동네에서는 이미 상영이 끝났다. 킹스맨보다 재밌게 봤고요... 어차피 개연성이 맛탱이고 비급유머와 비주얼로 승부하는 거라면 헨리 카빌을 품갰읍니다... 맨오브스틸 때도 고전배우처럼 잘 생겼다고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기는 했으나 금새 잊었는데 다시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일리야 역을 맡은 아미 해머도 완전 다른 느낌의 잘생김으로 나를 행복하게 했다. 여배우도 존예여서, 존잘과 존예가 파티를 벌였다. 영상도 음악도 다 재밌었다. 줄거리의 허술함을 상쇄할 오락성은 있는 것 같은데 잘 안 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ㅠㅠ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고 교보문고에서 책을 한 권 샀다. 이번 달 안에 쓰지 않으면 포인트가 소멸이 된다고 해서 내년 다이어리를 살까 하다가 벌써부터 고르는 게 머리 아파져서 읽어야지 맘 먹었던 소설책으로 대신...

 

 그리고 연이어 스파이 브릿지를 봤다. 어쩌다보니 냉전 시대 스파이 관련 영화 두 편을 같은 날에... 동베를린 풍경을 보면서 얼마전 읽었던 이언 매큐먼의 이노센트가 생각이 많이 났다. 황폐한 거리, 허름한 집, 그리고 그 추위까지...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휴머니즘 가득한 인물은 사람을 좀 울린다. 러닝타임도 길고 초반에 좀 집중이 안 되긴 했는데 배경이 베를린으로 바뀌고 본격 협상에 돌입하는 순간부터는 피곤하지도 졸립지도 않았다. 엔딩에서는 많이 울었다. (스포주의) 안아주지 않고 뒷자리에 앉히는데 아마 아벨은 그 순간에도 걱정한다고 달라질 건 없을 거란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아이러니한 시대적 상황에서 사람이 사람답기는 얼마나 힘이 든지...ㅠㅠ 소련 스파이를 미워하고, 그 스파이의 변호인을 미워하고, 자폭하지 못해 적에게 잡힌 자국 군인을 미워하는 사람들조차 체제에 의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진 희생양이지만...ㅠㅠ  요즘들어 부쩍 제 정신으로 살아야지, 정신차리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오늘 한번 더 했다.

 

 컨디션이 괜찮으면 재상영하는 아마데우스까지 1일 3영화를 때려보려고 했는데 스파이 브릿지의 여운이 길어서 이어폰 꼽고 생각하면서 집에 왔다.

 

 날이 밝으면 영 진도가 안 나가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마저 읽을거다. 오늘은 피곤해서 생각하는 활동은 더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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