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바닥을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만큼 남의 바닥도 보고 싶지 않다. 그게 누구든 보고 나면 숙연해지고 서글퍼진다. 특히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더욱.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만한 깜냥의 사람은 세상에 없고요...
<''''''누군가를 보호하고 걱정하는 것,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정신적인 자유와는 거리가 먼 일임에 분명해 보였다. 어쩌면 그녀는 아이를 낳지 않는 쪽을 선택해 주변의 동정이나 부러움을 사는 여자들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읽다가 인상 깊어서 메모해놓았는데 반복해 읽을수록 마음을 때린다. 내가 걱정하는 사람이 같은 마음의 크기로 날 걱정해준다면, 그래서 서로 같은 정도의 정신적 자유를 가질 수 있다면 좋을텐데 화살표는 엇갈리고 저울은 늘 기울어져 있다.
우울은 너무 쉽게 전염되는 것 같다ㅠㅠ 남일이니까 거리를 둬야지...
주중에 짧게 일을 했는데 한남충의 전형이라고 할만한 남햏을 봤다. 와꾸와 멘탈 모두 와우... 몇 마디 대화로 멘탈이 파악된 이후 나는 단답과 무표정으로 말을 못 걸게 했는데 다른 여햏 두 명이 말로 한남충을 조져줬다. 맨스플레인만해도 짜증이었는데 편하게 취집하라는 얘기에 빡이 쳤다. 미친넘이 본인한테 상황이 불리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자기 정치성향이 진보적이라고 어필하기 시작했다ㅋ 어쩌라고ㅋ 첫날 초면에 커피사준다고 나대길래 제가 왜 얻어먹냐고 정색하며 거절한 게 넘 외모만 보고 나쁘게 대한 건 아닌가 싶었는데 잘한 짓이었다. 커피가 아니라 껌 하나도 얻어먹고 싶지 않다.
정신없었던 주중을 보상받고 싶어서 토요일은 문화생활로 보냈다. 조조로 아노말리사를 보고 교보문고 바로드림으로 책을 두 권 사서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좀 읽다가 하이라이즈를 봤다.
아노말리사는 독특한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노골적인 잤잤씬은 예상 못했던 터라 좀 당황했지만(인형이ㅠㅠ) 이 역시 새롭게 느껴졌다. 특별한 누군가를 찾아 사랑하길 원하지만, 특별함은 하룻밤 사이 보통의 것으로 바뀐다. 다른 누구와도 다른 너라서 좋다는 순간의 감정은 넘나 허무한 것. 외롭기 때문에 더 외로워지는 주인공을 봤다.
책은 이상문학상과 김경주 시집을 샀다. 괜히 핫트랙스도 한 바퀴 돌다가 맘에 드는 공책을 봐서 다른 색으로 두 권을 샀다. 늘 내가 버린 공책을 주워 써서 공책을 안 산다는 남동생에게 한 권을 나눔했다.
하이라이즈는 디스토피아, 설국열차, 계급갈등 등의 키워드가 뜨길래 좋아하는 분위기일 것 같아 보러갔는데 충격적으로 별로였다. 관 분위기도 숙연했다. 극도로 불친절해서 줄거리에서 따돌림 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와중에 폭력과 잔인함, 장면전환으로 있어보이는 척을 한다는 느낌까지 받으니까 영화에서 정이 떨어졌다. 원작 소설을 봤다면 모를까 이렇게 영화만 봐서는 진짜 모르겠다.
저번주?에 고사리님과 배트맨대슈퍼맨을 봤는데, 넘나 악평이 많아서 또 변호를 하고 싶어졌다. 왓치맨과 맨오브스틸을 재밌게 봤고, 뱃대슢도 나쁘지 않았다.(다만! 밴 에ㅍ랙이란 배우가 넘나 내기부않이다ㅠ 특히 텅 빈 눈과 체형...) 그냥 잭스나이더 스타일의 영화라고 느꼈고 타격감있는 액션씬이 좋았다. 계속 말해봤자 입만 아프겠지만 헨리 카빌 존잘ㅠㅠ 요즘 배우 중에 제일 잘 생겼다. 연기는 좀 못하지만 하면 늘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얼굴이 그런데 좀 못해면 어때ㅎ
요즘은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를 한 편씩 보고 있고(취향인 것도, 아닌 것도 있어서 아직 판단 못하겠다. 좀 더 보고... 데어윌비블러드는 넘 좋았다.) 레이먼드 카버 단편집을 조금씩 읽는다. 사둔 시집을 읽든, 도서관에 가든 시를 좀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야구가 개막했고 어쨌든 안 볼 순 없을 것 같다. 생활 밀착형 빠질은 탈빠가 불가능해... 새구장에 가보고 싶어서 두근두근한데 탈빠는 무슨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