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커피를 마시면서 낯선 곳을 걷는 것이다. 연휴 동안 고사리님, 오메기떡님과 대구, 안동, 단양을 다녀왔다. 아메리카노를 하루 세 잔 마시며 열심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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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내려가는 길에 들린 휴게소에서 통감자를 먹었다. 휴게소 음식 중에 통감자가 제일 좋다ㅠㅠ 길은 좀 밀렸고 오메기떡님은 내내 주무셨다. 고사리님과 나는 내내 수다를 떨었다. 지금 안 자면 종일 피곤할 것을 알면서도...
숙소에 짐을 풀고 동성로로 나갔다. 동성로는 중국인이 적은 명동같았다. 미즈컨테이너에 웨이팅 명단을 적어놓고 한 바퀴 구경하다 돌아왔는데 이름이 지나갔다고 했다. 3~40분 걸린대서 20분 만에 돌아온건데^_TTTT 배도 너무 고프고 거길 꼭 가야할 이유도 없고 해서 근처에 비슷해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상호명은 링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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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메뉴를 시켜서 허겁지겁 먹었다. 콜라를 큰 컵에 줘서 메뉴를 다 먹을 때까지 콜라가 남아있어 좋았다.
양이 많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근대골목투어를 시작했다. 4번 코스를 기준으로 들릴 곳은 들리고 안 가고 싶은 곳은 안 가면서 적당히 적당히 걸었다. 작은 절과 오래된 교회를 봤고 서울에 힙한 골목 뺨치게 힙한 가게들과 오래되고 낡아서 오히려 더 힙해 보이는 건물들을 구경했다. 한 걸음 앞에 어떤 가게가 있을지 짐작할 수 없는 신기한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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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절, 관음사.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고 스님에게 혼이 났다. 연등 사진만 찍고 금방 나왔는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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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거리는 음악과 벽화를 제외하면 별로였다. 일본풍 가게들이 많아서 뭐야...싶었다. 문방구에서 고사리님과 뽑기를 하나씩 뽑았다. 나는 왕사탕을, 오메기떡님은 꾀돌이를 뽑았는데 둘 다 내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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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향교는 기대 이상 예뻤다. 잘 가꿔진 정원과 아담한 건물들, 달려있는 청사초롱이 다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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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기서 애교쟁이 냥형을 만났다. 다리 사이를 지나가고 발에 얼굴을 부비는데 왜 나는 냥형 줄 간식 하나 안 들고 다녔을까 반성이 됐다. 계속 사람들에게 애교 부릴 수 있도록, 오가는 사람 모두에게 사랑받으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야구 보러갈 시간이 돼서 야구장으로 향했다! 이번 시즌 야구보기 너무 힘들지만 새 구장은 너무나 가고 싶었다ㅠㅠ 야구 잘 하고 야구장 구린 팀에서 야구 못하고 야구장 개짱인 팀이 됐는데 10년을 좋아한 팬으로서 안 가볼 수가 없었다. 흥미는 없지만 계속 같이 야구봐주는 고사리님, 가자고 뽐뿌질하면 또 가주시는 오메기떡님 다 너무 감사한 것...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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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동선은 좀 이상하고 오메기떡님이 음료를 사려는데 삼성페이가 안 돼서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페이가 외않되???싶었지만 그래도 엄청 좋은 새 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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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이팅존 3연석 예매에 실패했고 내야상단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앉고보니 사람들 말대로 익사이팅존과 블루존은 단차가 너무 안 나서 야구보기는 내야상단석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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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식 세트와 맥주를 마셨다. 생각해보니 납작만두를 이때 처음으로 먹어봤다. 밀가루맛+기름맛었다. 두 맛 다 좋아하는 나는 맛있게 먹었다.
게임은 점수가 엎치락 뒷치락하며 재밌었다. 상대선발이 김광현이라 반쯤은 마음을 비우고 갔는데 재밌는 게임, 그리고 이기는 게임을 봐서 좋았다. 최형우는 120억이 아깝지 않았고, 해민쓰도 직관하는 경기에서 잘 해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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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밖에서 볼 때 삼성이 이기고 있을 땐 푸른 조명이, 지고 있을 땐 붉은 조명이 켜진다고 한다. 나오는 길에 본 조명이 푸른 빛이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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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지막창에서 야식을 먹었다. 양념이 더 맛있대서 기본과 양념을 섞어 시켰는데 양념이 진짜 매웠다ㅠㅠ 그리고 나는 막창이나 대창이나 느끼해서 많이 못 먹는 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양배추, 깻잎, 당면 넣고 볶은 야채곱창이 더 입맛에 맞고요... 서비스로 계란말이, 소시지, 된장라면, 빙수를 주는데 된장라면이 맛있었다.
배가 불러서 숙소까지는 20분을 걸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돌아와 씻고, 자기 직전까지 핸드폰을 하겠다며 매트리스를 돌려 콘센트를 확보하느라 끙끙거리고, 가슴팍에 핸드폰을 두번 떨굴 때까지 안 자고 버티다가 잠들었다.
간밤에 편의점에서 사온 것들로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안동가는 버스를 탔다. 점심부터 먹기 위해 풍산읍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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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꽃이 피어있는 한정식집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지만 예약을 하지 않아 먹을 수 없었다... 안동의 낯선 마을을 괜히 구경한 셈이 됐는데 오전부터 방석집과 등이 두 개 돌아가는 퇴폐이발소, 커피배달 나가는 여자를 봤다. 헐... 택시타고 바로 하회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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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님이 관광지인 하회마을 앞 식당은 안 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셨지만 배가 너무 고파 어쩔 수 없었다. 구시장찜닭집 저도 가봤고요, 봉추찜닭도 좋아하고요... 찜닭은 다 맛있는 거니까 아무 곳에서 허기를 달랬다.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양이 많고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찜닭... 밥을 먹고나니 마실만한 커피 파는 곳이 없는 게 가장 아쉬웠다. 매점에서 편의점 얼음컵에 아무렇게나 타주는 아메리카노를 3000원이나 주고 사마셨다ㅠㅠ
하회마을은 몇 년 전 고사리님과 가보고 두번째 방문이었다. 그때 우리가 얼마나 어리고 용감했냐면 물품보관소에 가방 맡길 줄도 모르고 내내 무거운 백팩을 메고 다녔고 하회마을로 들어갈 때 셔틀버스도 타지 않고 걸어갔었다. 정말 더운 여름이었는데...^_TTTTT 좀 나이가 들고 겁이 많아져서 가방을 맡기고 셔틀을 타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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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대와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몇 번을 다시 와도 새롭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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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담장과 담장 아래 핀 꽃들. 짭시몽을 신고 이틀을 내내 걸었더니 물집이 잡히고 까지고 발바닥이 공사판처럼 난리였지만 그래도 걷고 또 걸었다.
누가 지나가든 말든, 사진을 찍든 말든 낮잠을 자는 동네개. 천장이 높은 집에 산다.
안동역 근처에 숙소에서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저녁 먹으러 나갔다. 쉬면서 뭐 먹을지 계속 고민했는데 결론은 갈비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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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갈비에서 생갈비와 마늘양념갈비를 먹었다. 갈비찜은 발라낸 뼈로 해주시는 서비스. 바쁘고 정신없어서 반찬셋팅부터 메뉴 나오는 것까지 다 느렸지만(냉면은 아예 안 된다고ㅠㅠ) 종업원분들이 친절하고 그래도 신경써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기분 나쁘지 않았다.
생갈비, 양념갈비 다 맛있었고, 갈비찜과 된장찌개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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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굳이 스타벅스까지 찾아서 커피를 사고 택시를 탔다.(그날 하회마을 입구 매점에서 마신 커피, 부용대 카페에서 마신 커피 다 진하지 않고 아쉬워서 익숙한 커피가 먹고 싶었다ㅠㅠ) 쌀쌀한 밤바람을 맞으며 월령교를 걸었다. 별 거 없지만 찾아올 수 있도록 잘 꾸며놨구나 싶었다. g2로는 이렇게 찍는 것이 최선이었다...
안동 시내 노래방에서 두 시간을 놀다 들어오니 또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지옥에서 온 노래방 매니아 고사리님의 소원을 풀어드렸다ㅋㅋㅋ
다음날 아침은 맘모스 제과에서 시작했다. 내 대구 방문의 목적이 야구장이라면 안동 방문의 목적은 맘모스 제과였다. 몇 년 전 그곳에서 먹은 마카롱과 커피가 정말 정말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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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하다는 크림치즈빵은 오히려 그냥 그랬고, 타르트류가 맛있었다. 특히 고구마 타르트 존맛ㅠㅠ! 커피는... 미리 잔뜩 뽑아서 통에 담아둔 걸 그냥 따라줬다. 내 추억 속에 진해서 힘이 나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도 빵은 만족스러웠다.
맘모스 제과에서 수다떨다가 기차를 타고 단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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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은 역에서 내릴 때부터 유쾌했다. 내 앞에서 먼저 내리시던 할아버지가 기차문을 늦게 여시는 바람에 내리고 타는 게 쪼끔 늦어졌는데 타려던 아저씨가 기차에 올라서며 늦게 내린다고 한소리를 하셨다. 그러니까 내 뒤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내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기다려야지 왜 그러시냐고 대꾸를 했고 순간 싸우시는 건 아닌가 겁이 났다. 그런데 아저씨가 나는 어제부터 기다렸다고 농담을 던지셨고 아주머니도 아이구 감사합니다~하고 웃으셔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그렇게 급하면 어제 출발하지 그랬슈, 하는 충청도 고전 농담이 생각났다ㅋㅋ
단양은 산과 남한강 덕분에 어딜 둘러봐도 그림이었다. 다만 대중교통 이용이 힘들었다. 버스가 번호도 따로 없고 거쳐가는 정류장도 써있지 않아서 외지인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물어서 버스를 타고 다누리센터에 간신히 내려 짐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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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시간에만 볼 수 있다는 인공폭포.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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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팔경 중 삼봉과 석문을 구경했다. 택시기사님은 쉬엄쉬엄 걸어서 20분이면 석문이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석문까지는 가는 계단 경사가 몹시 가파르다는 말은 안 해주셨다. 내려오는 길이 더 무서웠다. 고수동굴까지 보는 것이 예정이었지만 보수공사로 닫혀있대서 동굴은 못 갔다.
아침을 빵으로 해결한 터라 점심은 맵고 칼칼한 거 먹자는 데에 동의가 됐다. 나가는 길에 탄 택시기사님께 식당과 메뉴 조언을 구했는데 쏘가리 매운탕은 비싸기만 하니 빠가사리나 잡고기 매운탕을 추천하고, 졸을 수록 맛있으니까 나오자마자 먹지 말고 한참 두었다 먹으라는 중요한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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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박명수의 별명 같아 이름이 확 꽂히고 기사님들도 추천해주신 박쏘가리 식당에서 잡고기 매운탕을 먹었다. 매운탕도 밑반찬도 다 맛있었고 흡입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구경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마늘만두도 마늘순대도 마늘닭강정도 배가 불러서 못 먹었다. 다음에 단양을 방문한다면 시장에서 군것질로만 끼니를 해결해도 좋을 것 같다.
4시 30분 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돌아왔다.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쓰자 싶어서 포스팅 중이다. 더 쓸 말은 나중에 추가하기로 하고 피곤해서 오타가 자꾸 나니까 오늘은 이만... 여행 이후로 바람이 들어서 자꾸 나돌아 다니고 싶다. 서울이라도 커피를 마시며 낯선 곳을 걸으면 그것이 여행이니까 혼자라도 어디든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