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 한 자 적는 데 큰 맘이 필요해졌다. 포스팅 하는 느낌을 끌어 모아서 간만에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를 토독토독해본다... 유쾌하고 재미있게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시포요...
 
 2020년의 마지막 날, 1월 말까지 써야할 롯데시네마 쿠폰을 처리하기 위해 운디네를 봤다. 프란츠, 작가미상의 주인공과 인디에일의 주인공이 등장해서 반가웠던 마음도 잠시 베를린을 잘 몰라서 소외감이 들었고 그보다 몸과 맘을 흠뻑 적시고 숨을 막히게 하는 영원한 사랑을 더 몰라서 몰입할 수 없었다... 영화관에서 겉 돌다가 빵만 잔뜩 사서 귀가했다. 사랑은 몰라도 크로와상과 뺑오쇼콜라가 맛있는 건 RGRG
 
 안 끌리는 영화도 좀 보면서 꾸역꾸역 롯시 vip 골드 자격도 유지했고 야금야금 프리퀀시를 모아서 필사 노트로 쓰는 스벅 다이어리도 받았다. 올해가 다른 해와 다를 게 없다는 듯 이렇게 변함 없는 일들이 있단 게 우습다.
 
 가을에 엄마는 수술을 잘 마쳤고 경과도 좋았다. 간호통합병동에 입원해 있는 엄마 얼굴 보기가 힘들어서 병원 입구에서 간신히 들어갔던 것도 추억이 됐다. 대학병원 진짜 지겹지만 앞으로 약 먹고 계속 검사 잘 받기만 하면 된다는 거에 감사한다.
 

 가을, 병원에 있다가 찐님 생일 날에는 삼겹살을 먹었고 타님 생일 날에는 갈비를 먹었다. 엄마가 입원 중이라 뭘 잘 못 먹을 때라 셋이 만나 고기 먹었을 때 넘 맛있었다. 좋아하는 갈비집에서 갈비 먹고 공원을 산책 중에 꽃과 하늘이 너무 예뻐 한 장 안 찍을 수 없었다. 이 날 마음에 드는 새로운 카페도 한 곳 뚫었는데 이후로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_TTTT  상황이 좋아지면 같은 건물에 있는 함박스테이크 집에서 밥을 먹고 카페 정연에서 후식을 먹겠다.
 

 하늘이 높고 구름이 예뻐서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이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끼는 친구 한 명이 결혼을 했다. 식장에 50명만 들어가는 건데 성격이 급해 먼저 걸어들어갔더니 그대로 선착순이 돼서 홀에 앉아 식을 볼 수 있었다. 친구를 생각하면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활동하기 싫다고 못지 않게 단체 생활 싫어하는 내 손을 잡고 징징 거리던 게 선한데 흡...ㅠㅠ 화장실, 편의점으로 괜히 겉돌던 기억이 나면서 마음이 이상했다. 전혀 성장하지 않은 나와 다 커서 가정을 이루는 친구와의 간극이 느껴졌다. 섭섭하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국립극장에서 NT라이브도 혼극 두 번 했다. 코로나로 일정이 바뀌면서 예매가 취소되고 재예매 하느라 이틀 연속 국립극장에 방문을 해서 이제 혼자 잘 찾아간다... 버스도 있지만 날씨가 좋아서 걷고 싶었다. 두 편 다 격정적이라 보는 관객도 진이 빠졌다. 집에 와서 빵굼터에서 사온 빵을 급하게 먹고 앓아눕듯 잠에 빠졌다.

 시라노드베르주라크를 보기 전에는 커피그래에서 커피와 두툼한 쿠키를 먹었고

 예르마를 보기 전에는 커피파운드에서 커피와 휘낭시에를 먹었다. 휘낭시에 별루...
 에디터 존나 왤케 느림....;;;;;;; 사진은 폰에서 어플로 바로 올리고 익플로 포스팅 하다가 존나 느려서 크롬으로 바꿨다. 티스토리 몇 년을 써도 적응이 안 된다. 구려.
 

 이건 혼극 아니라 대학로에서 찐님과 둘이 봤다. 연극 보기 전에 책 다시 읽어봤다가 한 없이 우울해졌다. 사람이 사람이 아닌 처지가 되는 게 딱 한 계단이다. 나는 변신이 아니라 가치를 다 하지 못하니 병신쯤 될까?^_T
 

 병신도 밥은 먹어야 되니까 연극 보고 마라탕 먹었다. 
 

 생각 없이 응모한 강아지 간식 만들기 클래스에 당첨돼서 홍대에 갔다. 사전 정보 없이 갔더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만들기 보다는 화식에 대한 설명을 주로 들었다. 그래도 우리애 먹일 영양바 세 개 만들었고 홍대 나온 김에 겸사겸사 소품샵 구경도 해서 만족했다.
 

 소품샵을 돌고 허기져서 간단히 간식 먹을 곳을 찾아 들어갔다. 크로아상은 맛있는데 커피는 아쉬웠다...
 

 여름부터 코바늘로 티코스터와 파우치를 떠서 주변에 선물하곤 했다. 딴 거 뜰 생각도 안 하다가 찐님이 수세미는 안 만드냐고 요청을 해서 집에 굴러다니는 수세미실로 간단한 호빵 수세미를 뜨기 시작했다. 코가 잘 안 보이는만큼 실수도 티가 안 나 만족스러웠고 쓸모가 있다는 거에 꽂혀서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식빵과 계후 수세미로 공장을 돌리고

 발바닥과 하트수세미로 또 공장을 돌렸다. 쿨타임이 돼서 친구들이 나눠준 수세미를 다 쓰면 아보카도 수세미를 뜰 계획이다. (아이디어스 느낌으루다가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바닥에 깔 흰 천과 예쁘게 비춰줄 조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벨벳실을 산 김에 가방도 떠 보았다. 봉다리 가방에서 손잡이를 길게 떠보았더니 비율이 영 별루... 풀고 다시 뜨고 싶은데 만사 귀찮아서 그냥 두었다. 그냥 코바늘 취미로 가방 하나는 떠보았다는 자기 만족이당ㅋ 개똥손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할만한 취미인가! 균일한 땀으로 예쁘게 뜨는 건 다른 얘기지만...ㅠ
 
 왓챠만 보다가 하반기에 넷플 파티에도 끼면서 넷플에서 취향 맞는 컨텐츠를 뿌시고 있다. 주로 코바늘 하면서 본다. 마인드헌터(데이빗 핀처는 미친놈(좋은 뜻)), 퀸즈갬빗 재밌게 봤고 기묘한 이야기도 좋았다. 친구들 추천으로 본 남부의 여왕은 답답해서 시즌 2까지만 보고 접었다. 아이티크라우드와 브루클린나인나인은 첨엔 잘 모르겠었지만 볼수록 재밌었고 최근엔 킬링타임용으로 러브앤아나키도 몰아서 후루룩 봤다. 뭣보다 넷플은 범죄다큐가 많아서 좋았다. 보고 싶던 이블지니어스와 타이거킹을 시작으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마라, 계단 아내가 죽었다를 차례로 봤다. 그알과 사건의뢰로 알게 되는 범죄는 피해자가 한국인이라 가깝게 느껴져 흥미롭게 본다든가 호기심을 갖는 게 죄스러운데 미국 범죄는 심리적 거리를 갖고 바라볼 수 있어서 다큐로 봐도 괜찮다...
 

 11월 어느 평일, 둘 다 시간이 괜찮아 콧바람 쐬러 부암동에 다녀왔다. 최근에 먹은 햄버거 중 가장 맛있는 버거를 먹었으나... 찐님이 시킨 웨지감자가 나오지 않았고 금방 가져다 준다더니 다음 손님 메뉴가 나올 때까지도 안 줬다. 햄버거를 다 먹고 다시 한번 카운터에 왜 안 나오냐고 한 마디 한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맛있어서 용서했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샘플로 다양한 드립 커피를 마셔볼 수 있어 좋았고, 열심히 골라서 시켰는데 샘플보다 훨씬 연한 커피가 나와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같은 날 서촌에서 갑자기 겨울용 코듀로이 에코백을 충동구매하고(잘 산 것 같다. 매일 들고 다녀서 후회없다... 색도 칙칙한 하늘색으로 잘 고른듯. 갈색이나 카키색이었으면 같은 색 골덴바지 입을 때 신경쓰였을 것 같다.) 광화문으로 내려와 지난번엔 사람이 많아 못 갔던 커피스트에서 커피를 마셨다. 유명하다는 비엔나커피는 오히려 그냥 그랬고 찐님이 마신 레몬에이드가 달지 않고 진해서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뒤죽박죽... 단풍놀이 못하는 한을 동네 동구릉에서 풀었다. 비가 와서 많이는 못 걸었지만 엄마와 산책을 했다. 
 

 한동안 점심식사로 샐러디 웜볼만 조졌다. 모든 웜볼 메뉴를 다 먹어보고 칠리베이컨이 으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4~5년 동안 매해 크리스마스를 농구장에서 보냈다. 올해는 그럴 수 없고 얼굴 보고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은 해야하니까 동네 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어랑추의 고등어김치찜과 고기완자전... 밥에 김치찜 얹어 한 숟갈 먹으면 너무 맛있다... 밥 먹고 갈 데 없어 마트 들려서 거기서 선물 교환식을 하고 스벅에서 커피 테이크아웃해서 동네 걷다가 볕이 드는 놀이터 잠깐 앉았다. 참 기분 안 나는 크리스마스, 기분 안 나는 연말이다.
 
 2019년에 살고 있는 나에게 2020년이 이럴 것이라고 설명한다면 감히 이해할 엄두도 내지 못하지 않을까. 세상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걸 실감한 한 해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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