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 날,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 내려갔다.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는 데 더해 간만에 친구들 얼굴보고 짧게나마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여행 느낌이 나서 설레는 맘도 있었다. 바로 집에 가고 싶지 않아 하룻밤 자고 둘러볼 곳을 찾았다.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며, 집에 올라올 때 교통편을 생각해서 제천에 가기로 결정했다. 제천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 내가 좋아하는 낯선 길을 걷는 느낌을 낼 수 있었다.
늦은 저녁, 버스에서 내려 빨간오뎅집에 들렸다. 제천을 검색하니 이 곳이 가장 먼저 나왔을 정도로 유명했다. 오뎅과 튀김을 포장해 숙소에 가져가 먹었다. 그냥... 매콤달달한 떡볶이 소스에 버무린 오뎅을 먹는 맛... 오뎅이 세 개에 천원이었고 튀김이 두 개 천원이었다. 2,000원으로 맥주 안주한 셈이니 불만을 가질 수는 없다.
다음 날은 종일 비가 내렸다.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 제천역에 갔다. 옷과 화장품 등 1박 할 물건이 든 짐가방을 맡기려 했다. 찾아보기로는 역에서 맡아준다고 했으나 공휴일(삼일절)이라 사무실 문이 닫혀있었고 코로나 때문에 물품보관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메모도 붙어있었다. 종일 짐가방을 들고 돌아다니긴 힘들 것 같아 역 앞 관광센터에 가서 부탁을 드렸다. 꺼려하셨지만 가방에 귀중품 없고 직원분들 퇴근 시간 전에 꼭 오겠다고 거듭 부탁드리자 맡아주셨다. 흑흑, 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감사하다.
가벼운 몸으로 아점을 먹으러 수가성에 갔다. 11시도 되기 전 이른 시간이라 내가 첫 손님이었다. 곱창순두부찌개를 시켰다. 곱창도 많이 들어있고 뭣보다 돌솥밥을 줘서 좋았다. 아침이라 다 못 먹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뜨신물 부어 돌솥 바닥을 박박 긁어먹었다. 비오는 날 숭늉을 먹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택시 대신 버스로 이동을 해보려고 했으나 버스 배차 간격이 넓어서 카카오택시를 불러 이동했다.
월요일 휴무가 아닌 예쁜 카페를 검색해서 찾았다. 고암스트에 앉아 창 밖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커피만 마시려고 했는데 오븐에서 빵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막 나온 따끈한 빵을 거부할 수 없어 생크림스콘도 하나 시켰다. 버터맛 많이 나는 평소에 먹는 스콘이 아니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의 스콘이었다. 오렌지마멀레이드도 맛있었다.
쉬다가 또 카카오택시를 불러 의림지로 이동했다.
누군가 의림지를 지베르니에 비유한 것을 보았다. 나는 지베르니를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넓은 저수지를 소나무가 두르고 있다. 비가 좀 내리긴 했지만 소나무 때문인지 오히려 청명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목폴라와 경량패쪼로 추위에 무장한 상태라 산책하기 좋았다. (마스크 속에서)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어드벤처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찍을 때 무서워서 바닥을 못 내려다보고 셔터만 눌렀더니 만족스럽지 않다. 그림자 안 지게 우산을 좀 젖힐 걸...
인스타에서 보니 여기서 포즈 잡고 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도 없고... 바위도 비에 젖어있고.. 쓸쓸히 지나쳤다.
의림지에 붙어있는 테마파크가 힙하다. 공휴일 때문인지 비 때문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이쪽은 또 열려 있었지만 사진 찍고 두리번만 거렸다. 저런 놀이기구들이라면 겁쟁이인 나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테마파크 뒤 쪽에 버려진 놀이기구들이 있었다.
의림지역사박물관에도 들어갔다 왔다. 월요일 휴무지만 공휴일이라 열려 있었던 것 같다. 관람료 2,000원을 내고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역사 박물관이자 생태 박물관이었다. 아이들이 오면 좋을 듯.
제법 걸었기 때문에 쉬러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아몬드크림화이트플랫을 주문했다. 고소한 크림이 맛있었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서 나오니 또 걷고 싶어서 의림지를 따라 시내 쪽으로 걸었다. 의림지를 벗어나니 슬슬 내리던 비가 폭우가 되어 정신이 없어졌다. 결국 또 어느 가게 차양 아래서 비를 피하며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시장 쪽으로 내려가 집에 들고갈 먹거리를 샀다. 우선 수연녹두전에 들려서 메밀전병과 녹두전을 포장했고, 송가네닭강정에서 순살닭강정도 한마리 포장했다. 예상하기로는 이쯤되면 배가 고파져 저녁으로 시장에서 무언갈 사먹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비 오고 정신 없어 입맛이 없어졌다. 힘이 들어 짐 찾고 쉬다가 KTX를 탔다. 한 시간 걸려 청량리역에서 내렸다. 지하철 타고 동네에 돌아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쥰내 추워서 깜짝 놀랐다. 혹시 몰라 챙긴 장갑을 끼고 집까지 뛰었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닭강정박스...ㅠㅠ 짐가방에 이거 쑤셔 넣고 들고 오는데 무거워서 몸살날 뻔했다. 닭강정은 딱딱하고 고소한 내가 딱 좋아하는 닭강정의 맛이었다. 지난번 영월 여행 때 사들고 온 일미닭강정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메밀전병도 굿. 엄마는 넘 맵다고 했다.
뚜벅이로 하루만 머무느라 아래쪽 청풍호는 둘러보지 못해 아쉽다. 날씨 좋을 때 친구들과 케이블카든 모노레일이든 타며 호수놀이를 즐기러 한번 더 가도 좋을 것 같다. 짧게 놀면 더 놀고 싶은 아쉬움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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