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공주, 부여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수를 가고 싶었지만, 1박 2일 일정으로 여수는 힘이 들 것 같았다. 안 가본 멀지 않은 동네를 검색하다 공주, 부여로 정했다. 계획의 99%대로 이루어진 나름...성공적인...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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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셋 다 검정 운동화를 신고 와서 흑신회가 됐다. 이큅님, 테아님과 함께한 공주,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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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10분 동서울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에 나왔다. 동서울 터미널에 가려면 마을버스와 경기도 버스를 환승해야 한다...ㅠ 해가 뜨기 시작하는 새벽녘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었다.
동서울에서 공주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 잠을 쪼끔 자니 금방 공주였다. 계획대로 공산성터미널에서 내려서 공주산성부터 둘러봤다. 배가 좀 고팠지만, 오전에 공복으로 산책하니까 건강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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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시간이라 주변이 아직 푸른빛이었다. 공기가 맑아 산 너머 산 아주 멀리까지 보였다. 옛 백제 궁터가 생각보다 작아 놀랐다. 작은 절과 연못, 건물터들에서 복작 복작 살았을 옛날 사람들의 생활이 연상됐다. 친구형들의 배고프다는 원성을 무시하고ㅋ 활쏘기 체험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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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산책 후 숙소 가까운 진흥각에서 점심을 먹었다. 주문을 받는 대로 끓여서 내는 집이라 나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 짬뽕만 시키는 것보다 짜장을 섞으면 더 빨리 나온대서 섞어서 시켰다. 짬뽕은 개운하고 산뜻했다. 갓 튀겨져 나온 탕수육도 존맛...ㅠㅠ 다 맛있었다.
식사 후 길 건너 카페 바흐에서 커피를 한잔 하고 짐을 내려놓으러 숙소에 갔다. 천변 주변으로 오래된 상점들과 예쁜 카페들, 유유자적 사료를 먹는 길냥이들이 있어서 시간이 허락하면 골목을 누벼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공주에서 단 하루만 머무르는 관광객이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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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 호스텔에서 묵었다. 좁긴 하지만, 값이 싸고 실내가 요란하지 않고 무채색으로 깔끔해서 좋았다. 짐만 내려놓고 다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송산리 고분군을 돈 후 바로 옆 국립박물관에 가는 계획이었는데, 쩜 투머치토커였던 택시기사님이 박물관을 먼저 간 후 무령왕릉으로 내려가라고 해서 조언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기사님 말씀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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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아서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박물관 건물 앞에서 전통놀이와 전통악기를 체험해 볼 수 있게 되어있고 푸드트럭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아보였다. 박물관은 소장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유물과 전시 배경이 근사하게 어울렸다. 기단만 남아있는 불상의 사라진 부분을 영상을 띄워 마치 전체가 다 있는 듯 보이게 한 전시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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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군을 걸으며 다리가 아파졌다. 사진을 찍다보니 동네에 있는 동구릉이 연상되기도 하고, 종종 가는(작년에 포고 때문에 많이 간...) 올림픽공원이 떠오르기도 하고...ㅋㅋ 고분 안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지만 실내에 고분을 재현해놓은 전시실이 있어 체험이 가능하다. 무덤에 등불을 놓는 자리가 있다는 사실은 기분을 좀 이상하게 한다. 죽음 이후 아무 것도 없길 바라는 내 소망과 달라서?^_TTT
점심 때 먹은 음식이 소화가 덜 됐지만 짜여진 계획에 따라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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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가에서 석갈비를 먹었다. 갈비가 구워져 나와 좋았다. 돌 덕분인지 갈비가 끝까지 따뜻했고 푹 익은 양파를 잔뜩 먹을 수 있었다. 배가 별로 안 고팠는데 먹다 보니 다 들어가고요... 돌솥밥 숭늉까지 호로록 다 먹었다.
후식 들어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주대를 가로질러 걸었다. 명목은 푄티를 안 챙겨운 테아형의 푄티 사기 원정... 박명수가 팬티를 푄티라고 발음한 이후부터 푄티 농담은 내 웃음 지뢰다. 무도가 곧 끝이 난다니 기분이 이상해...
베그 방송을 보며 모 팀의 빠질을 시작한 테아형이 요즘 아프리카에서 유행한다는 저렴한 말투를 전파했다. ~하실?이라는 어미인데, 허쉴~?로 발음해야 한다...ㅋ 싼 티난다고 질색을 하다가 금방 전염되어 되려 친구형들을 질색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다른 주변인들을 만날 때는 절대 절대 쓰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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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목적은 백제 역사 알기가 아니라 공주부여 맛집투어였다...! 미세스피베리에서 딸기 와플과 커피, 밀크티를 먹었다. 효리네민박을 본 이후 와플이 계속 먹고 싶었다. 드디어...ㅠㅠ 제철딸기 넘 실하고 맛있고 얹어진 하겐다즈도 넘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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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쫌 쉬다가 김피탕을 시켜먹었다. 테이블 없는 숙소에서 깔끔하게 먹어보려니 저렇게 뿐이 안 돼^_TTTT 부끄러우니까 사진은 작게...ㅋ 김피탕 맛이 너무 너무 궁금해서 안 시킬 수 없었다. 새콤달콤매콤한 아주 맛있는 맛이었다. 알밤막걸리는 넘 달아서 다 못먹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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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밴드가 2만보를 걸었다고 알려주었다. 어쩐지 다리가 전래 아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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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보를 걸은 날, 깊은 수면을 20분 밖에 못했다...ㅋ 미밴드를 차고 제일 많이 걷고 제일 얕게 잤다... 내 방이 아닌 낯선 장소, 바닥에 자고 싶다는 테아형을 무시하고 자리를 자연스럽게 도적질...해서 눕게 된 딱딱한 잠자리, 자기 직전 본 심란한 내용의 닥터후가 숙면을 방해했다...
일요일 아침, 공산성터미널에서 9시 12분 출발하는 부여행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 움직였다. 다음 버스는 12시에 있어서 강제로 부지런해졌다. 전날 밤 먹다 남긴 김피탕을 쫌 먹고 터미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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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간 이큅형을 기다리며 한 장... 밤빵을 안 먹어볼 수 없어(공주=밤) 하나 먹었다.
일요일 비 예보가 있었지만, 부여는 아주 맑았다. 완전 봄날씨에 공기도 맑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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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찍어도 하늘과 구름이 예술이었다. 장원막국수 가는 길 관북리유적지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를 했다. 전날 많이 걷고 일찍 일어나서 다들 피곤했다. 테아형이 이번 여행 중 벤치에 앉아서 졸 때 제일 행복했다고 했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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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막국수에서 막국수와 수육을 먹었다. 전날 과식을 해서 수육은 안 먹으려 했지만, 반만 시킬 수 있다길래 맛만 보려고... 막국수 면도 국물도 넘 맛있었다. 고추장아찌도 맛있었다. 왜 줄 서서 먹는지 넘나 넘나 알겠는 맛이었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먹고(인테리어는 예쁜데 커피는 영 별로였다...ㅠㅠ 그런...비엔나커피는 처음...ㅠㅠ) 구드래나루터로 내려와 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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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강 위에 둥둥 떠있으니 왜 옛날 방탕한 왕들이 배 위에서 술 쳐먹고 놀았는지 이해가 갔다. 기분이 좋아...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이 지적한 이후 유람선 내 안내방송이 수정되었다고 하는데, 가장 귀에 거슬렸던 정절을 가진 백제 여인을 안내로 맞은 우리는 행복한 남자라는 부분이 없어진 것 빼고는 뭐가 달라졌는지 모를 정도로 영 이상했다. 삼천궁녀에 대한 설이 있으나 역사적 사실은 아니라는 멘트로 바꾸는 게 뭐가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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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산까지 걷는 건 무리일 것 같아 고란사와 낙화암만 보았다. 고란사 약수물로 3년이 젊어졌다가 낙화암을 오르내리며 3년이 다시 늙었단 농담을 했다.
5시 25분 서울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나루터에 돌아오자 마자 택시를 타고 궁남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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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게 해달라는 이큅형의 요청에 따라 포룡정에서 10분 누워있었다. 연꽃 만개할 무렵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고인 물 위에 시든 연잎과 가지들이 둥둥 떠있는 모습은 좀 을씨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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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생가와 그 옆 문학관에 들렀다. 택시 타긴 애매한 짧은 거리들이라 계속 걷다보니 이 날도 거의 2만보 가까이 걸었다...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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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지에 들르니 구름이 많아졌다. 그러나 부여를 떠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정림사지 박물관이 의외로 너무 잘 돼 있었다. 불교 건축물, 특히 탑과 불상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고 좋았다. 피곤한 탓에 집중이 안 돼 글이 넘 안 읽혔던 게 아쉽다. 정림사지를 간다면 그 옆 박물관도 들려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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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부림 투어이기 때문에 저녁까지 꼭 먹어야했다. 시골통닭에서 통닭을 먹었다. 치킨 말고 이런 통닭은 얼마만에 먹어보는지. 1박 2일 실패한 카페는 있어도 실패한 끼니는 없었다. 그래서 과식을 안 할 수가 없었다ㅋㅋㅋㅋ
5시 25분 서울 가는 막차를 타고 돌아왔다. 두 손에 빵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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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팥 들어간 빵은 부모님이 넘 좋아하신다. 백제향에서 연꽃빵을 한 박스 샀다. 나도 맛 보고 싶어서 낱개로 안 파시냐고 물었더니 친구형들과 맛 보라고 세 개를 주셨다. 후한 인심에 감동...ㅠㅠ 연꽃빵은 들고 들어간 당일 가족들이 다 먹었다. 그리고 부여시외버스 터미널 앞 에펠제과에서 산 파운드 케잌은 다음 날 아침 식사로 내가 제일 맛있게 먹었다.
비슷한 코스로 여름에 다시 가도 좋을 것 같다. 연꽃이 필 때, 연잎밥도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 간다면 조금 덜 걷고 좀 더 깊게 잠들었으면 좋겠다. 3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다리가 아프고 여독이 풀리지 않는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