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액정이 나가고, 새로 산 패딩이 난로 열에 그을리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1월이 지나고 더 지독할 것 같은 2월이 왔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인 걸 알지만 심장이 뛰고 깊은 잠을 못 자겠다. 별 일 없이 잘 흘러가길.

 

 겪었던 모든 겨울 중 가장 추운 겨울이다. 작은 일에도 움츠러 들고 걱정이 많아진다. 징징거리지도 짜증내지도 말자... 단 거 먹으면서 커피 한 잔 마시자.

 

 지난 달 극장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렸더니 액정 중간 1/3 정도가 터치가 안 됐다. 3년 가까이 액정을 3번 갈면서(한번은 결함을 인정해줘서 무상으로 갈아줬고, 그 다음엔 파손보험으로 싸게 갈았고, 마지막은 사설에서...) 쓰던 g2와 급하게 이별했다. g6나 v20같은 나온지 좀 된 폰으로 싸게 바꿔보려했지만 정책이 어쩌구 하면서 v30와 가격차가 별로 없어서 강제 최신폰을 쓰게 됐다. 테크노마트에서 기계값을 완납하고 사본 건 처음인데 동네 대리점과 가격차를 알고 나니 아무리 할부가 된대도 대리점에서는 못 사겠다 싶다. 말 예쁘게 하는 판매원에게 잘 사고 왔다. 적정가를 알기 위한 뽐뿌 눈팅과 가격문의 과정에서의 기빨림 때문에 집에 와서는 몸살 걸린 듯 뻗었지만ㅠㅠ 판매원 대부분이 친절한 가운데 양아치 같고 말 무섭게 하는 사람이 있긴 있었다...ㅠㅠ 흥...

 

 밑단이 좀 그을은 패딩은 추위가 좀 가시면 AS 맡기기로...ㅠㅠ 추위에 동작이 둔해지고 감각도 둔해지는 것 같다. 내 바보짓을 내가 수습하려니 힘이 든다. 앓아누울 정도의 감기몸살은 안 걸렸지만 감기 기운으로 맑은 정신이 아닐 때가 종종 있었다.

 

 셰이프오브워터를 기다리며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전작들을 보고 있다. 판의 미로 말고 본 작품이 없어서 초기작인 크로노스와 악마의 등뼈를 봤고 최근작인 크림슨피크를 봤다. 기묘하고 괴기스러운 비주얼에 압도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줄거리가 넘 얄팍해서 중반을 넘어가면 이게 다야? 싶으며 무섭지 않아진다... 기다리고 있는 신작의 줄거리 역시 실험실 직원과 실험실에 갇혀있는 미지의 생물체와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ㅍㅍ으로 백만편쯤 봤다 싶었다. 시대적 배경과 주인공이 가진 장애까지 동일한 소설과 표절시비가 있을 줄은 몰랐지만...ㅋ 상반기 가장 큰 기대작이 이렇게...

 

 다키스트 아워는 시간이 안 맞아서 영화관에서 볼 수가 없었고, 월타에서 원더 휠과 올 더 머니를 연이어 봤다. 우디 앨런 영화는 딱 두 편을 봤다. 블루 재스민과 이레셔널 맨. 블루 재스민은 자존심 상할 만큼 넘 재밌었다. 이레셔널 맨은 그냥 그랬당... 원더 휠은 그 중간쯤 위치해서 그 중간쯤의 재미를 주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벗어날 수 없는 비참한 현실 같은 게 목에 치인다. 블루 재스민의 재스민에게는 샤넬 트위드 자켓과 에르메스 버킨백, 진주 목걸이가 남아있지만 지니는 그런 걸 가졌던 적도 없다. 주인공들이 길게 입 털 때 좀 닥쳤으면 바랐다는 게 세 편의 영화를 봤을 때 공통적인 내 감상평... 치부를 보는 게 싫다ㅠㅠ 그들의 치부는 사실 보편적이지도 않고 다 정신병적이다. 감독 본인의 결함처럼.

 

 올 더 머니는 개봉 전 주연배우 교체와 재촬영 과정에서 마크 월버그만 거액의 출연료를 받았다는 이슈가 있었다. 돈이 주제인 영화에서 배우가 그 탐욕을 잘 보여줬고ㅋ 세계 제일의 부자도 더 많은 부를 갖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회의감이 들었다. 탐욕은 수치를 모르게 하고(손자의 협상금도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만!) 끝없이 뻗어나간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부자로 사는 것이 더 힘들다는 오만한 대사에 코웃음이 나왔고, 세상이 얼마나 우스울까 싶었다.

 

 한번쯤 세상이 우스워 봤으면^_TTTT 내일은 은행가야 할 일이 있으니 겸사겸사 스벅 별쿠로 달고 따뜻한 커피도 마시겠다. 책을 읽고 싶은지만 생각이 자꾸 다른 곳이 튀어 집중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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