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텅 빈 것 같다. 가려움으로 인한 짜증과 예민의 시간이 지나면 약기운으로 몽롱했다. 이제 좀 가라앉은 것 같기는 한데, 아직 모르겠다. 여전히 귀 뒤 쪽이 가렵고 그래서 그곳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다. 뭘 해도 한 것 같지 않고 찝찝해서 이 시간이 빨리 지났으면 좋겠다. 개운하게 아침을 맞고 싶다.
모두가 아픈 때다. 토요일에는 ㅇㅈ이와 ㅎㅈ이를 만났는데, 셋이서 오랫만에 본 것치고는 너무 조용했다. 가장 큰 화제가 아픈 친구 얘기, 아픈 친구 동생 얘기여서 더 그럴 수도 있고...^_TTTT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고 하는 우리도 어딘가 안 좋아서 살이 빠져있었다. 끝 날 기약이 없는 고3 생활을 하는 듯하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아이스커피를 샀고, 얼음컵을 들고 걸었다. 봄 같지 않은 봄이 시작됐다. 봄 소식에 들뜰 기운마저 없지만, 하루쯤은 야외에 돗자리 깔고 누워 하늘을 보며 쓸 데 없는 말을 하고 싶다. 어느 봄처럼 어린이대공원에서 봄비를 보며 치킨을 먹어도 좋고, 또 달랐던 어느 봄처럼 뚝섬유원지에서 야경을 봐도 좋을 것 같다.
신경쓰이고 마음 아파하는 것도 결국 내 본위라는 걸 알아서 더 이상 어떻게 못 다가가겠다. 비슷한 일로 내가 힘들었을 때 드러내기 싫었고,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됐다. 시간이 지나고 괜찮아지를, 안 괜찮은 사람에게 괜찮냐는 위로를 하는 대신에 좀 괜찮은 사람에게 괜찮냐고 물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혼자 영화를 보고, 가보고 싶었던 밥집에 가고, 서점에 들러 책도 사고, 카페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일상을 보내는 데에도 일상으로부터 떨어진 느낌이 든다. 치열함이 없어서 그런지, 너무 자기 스스로에게 집중해서 그런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도 피곤하다.
어제 여기까지 쓰고 저장해뒀는데 오늘은 어제만큼 우울한 기분은 또 아니라 감정선이 잘 안 이어지지만^_TTTT
불닭볶음면에 꽂혔다. 소스를 다 넣지는 않고 2/3쯤만 넣어서 슬라이스 치즈 한 장 올리고 렌지에 돌려 먹는다. 매운 음식이 기분 전환은 되는 것 같다. 밥 먹고, 논현역에 알바하러 갔다가, 저녁에는 갑자기 ㅅㅇ이 병문안을 갔다. 오늘쯤 퇴원할 것 같다고 하더니 잘 안 되서, ㅅㅇ이는 우울해했다. 빨리 모든 게 좋아졌으면 좋겠다. 좋은 컨디션으로 토원하고 원하는 때에 시험봐서 모든 게 잘 풀리기를...ㅠㅠ
학동에서 병원까지, 다시 병원에서 역삼역까지 비오는 길을 좀 걸었더니 몹시 피곤했다. 집에 와서 대충 늦은 저녁을 먹으니 뒷골이 당겨서 훅 갈 정도로 피곤해서 한 시간 잤다. 오늘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이제 옷이 가벼워져서 몸도 덜 피곤할 거라고 위안삼았는데 지금은 더 무겁다.
ㅅㅇ이가 살인진드기때문에 안 된다고 잔디밭에서 치킨먹지 말랬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