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너무 길어서 피곤하다. 엘리자벳 보고, 상수역 가서 라빠레뜨에서 수선맡긴 가방을 찾고 친구 만나 홍대 노리타를 가고 크로우에서 피어싱을 사서 바꿔 끼고(관리 못해서 혼도 나고ㅋ) 반지 쇼핑도 하고 파워워킹을 했더니 졸음이 쏟아진다... 오늘 안 쓰면 까먹을 것 같아 꾸역꾸역 쓴다지만.
25일 낮 2시 공연 김선영, 김준수, 박은태, 민영기, 이태원, 김승대 캐스팅을 관람했다. 1층 vip석 표를 구하려 내가 한 노력은 길게 적지 않겠돠...그래도 원했던 김준수, 박은태 캐스팅을 구했고 봤다. 십삼만원이라는 큰 돈이 다시 들지 않게 또 보고 싶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1층 16열 왼쪽 자리였다. 시야는 괜찮았다. 확실히 오른쪽 보다는 왼쪽 무대에서 이뤄지는 장면이 많았고 단차가 적다고 느끼긴 했지만 10열 전까지 만하진 않아서 자리는 만족하며 봤다.
줄거리야 도무지 모르겠어서, 얼마쯤 포기하고 갔다. 몇몇 사람들이 한국버전과 비교해서 말하는 원작에서는 이 줄거리를 어떻게 잘 풀어갈 수 있었는지 상상이 안 간다. 이야기는 엘리자벳을 살해한 루케니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어린 엘지자벳은 순수하고 자유롭다. 그녀는 외줄타기를 즐기는데, 그러던 중 떨어져 죽음과 만나고 그에게 반하게 된다. 어찌 어찌 우연한 기회에 황제를 만나게 되었는데 둘은 첫 눈에 서로에게 반한다??(반하고 반한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엘리자벳은 자유를 얻고자 하지만, 왕실이라는 새 장에 갇혀 자유를 잃었다. 황제를 사랑하지만 대공비로 대표되는 왕실의 억압을 싫다. 권력 다툼을 통해 황제를 차지하지만, 대공비의 음모로 황제와 사이가 멀어진다. 엘리자벳은 황제 곁을 떠나 이곳저곳을 떠돈다. 그 사이 엘리자벳의 아들 루돌프는 장성해서 제국주의를 비난하고 자유주의를 외치는 일에 앞장 서 황제와 갈등을 빚는다. 루돌프는 어머니인 엘리자벳에게 사랑을 받고 싶지만, 엘리자벳은 거부한다. 루돌프는 죽고 엘리자벳은 슬퍼한다. 황제는 여전한 사랑을 고백하며 엘리자벳을 설득하지만, 엘리자벳은 그의 사랑 역시 거부한다. 그녀는 아나키스트인 루케니에게 살해당해 죽음을 맞는다.....라는 줄거리에 주인지 부인지 모를 죽음과의 로맨스?가 더해진다. 죽음이 엘리자벳을 사랑하고 그녀 주위를 떠도는 것과는 달리 엘리자벳의 인생에서 그의 비중은 딱히 모르겠다. 이 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기본 줄거리도 너무 약하다.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엘리자벳은 자유를 얻었나? 그렇게 해서 얻어야 하는 자유라면 엘리자벳에게 억압이란 건 삶의 굴레 그 자체였나??? 모를...
본래 엘리자벳과 지바고 중 볼 것을 고민했는데 일반 뮤지컬팬들 반응으로도 엘리자벳이 훨씬 더 좋기에 이런 납득 어려운 줄거리를 넘길 수 있는 뭔가가 있을 줄 알았다. 나는 또 속았다. 뮤덕들이 지나치게 관대하단 걸.
그들이 말하는 머글에 가까운 나는 큰 뮤지컬이라곤 모차르트, 햄릿, 영웅을 봤을 뿐인데 가장 꽂히는 곡이 없었다. 원래 보고 나오면 집에 가는 길까지 노래 한 두 곡이 입에 붙어 가사는 잘 기억이 안 나더라도 흥얼흥얼하게 되기 마련인데 안 그랬다... 샤토드가 부르는 마지막 춤이 어쩌고 하는 노래가 젤 신나고 좋긴 했다. 그 무대를 보며 울 오빠들 진짜 언제 어느 순간에도 아이돌 같다고 다시금 느꼈다.
다른 토드들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치명적이고 파멸적인 그 분위기는 김준수가 젤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섹시했다. 어제 '나 아파' 트윗 때문에 맘이 좀 찜찜했는데 확실히 목은 많이 간 것 같았다. 전부터 감정은 좋다고 느꼈고 연기도 크게 거슬리는 데 없었다. 생각보다 죽음의 비중이 많이 적었다. 죽음을 너무 엘리자벳을 사랑한 남성을 그린 건 아닌가 싶다. 죽음이 성별이 없고 좀 더 모호하고 신비스러웠다면, 엘리자벳의 곁을 좀 더 은밀하게 맴돌고 그녀의 삶의 영향을 주었다면 좀 더 줄거리 이해가 쉬웠을까. 아무튼.
은태찡은 뭐 내가 좋아하니까ㅋ 좀 더 오바하고 재간을 부려도 좋을 것 같다. 뭔가 더 팟하고 떠질 것 같은데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은태찡이 황실에 반하는 아나키스트여서 그녀를 암살했단 건 인물소개를 읽고 나서야 알았다. 이렇게 기본적인 이해가 안 돼서야...
김엘리 역시 거슬리는데 없이 극을 잘 이끌어 나갔다. 옥엘리를 더 많이 추천하는 것으로 안다. 노래는 옥엘리가 더 능할 것 같긴 한데, 어린 시설 순수와 자유로움을 지닌 엘리에는 김엘리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후반부 엘리에는 옥엘리가 더 잘 어울릴 것 같고. 사실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여자라는 게 누구하든 너무 어려울 것 같다. 더해서 주인공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미지도 많이 변하니까. 말을 타고 싶다고 징징거리는 소녀에서 머리 단장을 수시간 하는 사치스러운 왕후로의 변화는 갭이 컸다.
사실 뜻밖에 반하고 온 건 황제 역의 민영기. 이건 역할빨일텐데 다...정...해... 연기도 물론 다정하고 목소리도 따뜻하고 다정하다ㅠㅠ생김도 부잣집 도련님st. 이 사람에게 맘이 가니까 엘리가 하는 행동이 나쁘고 제 멋대로라고 느껴진 것이 함정.
의상과 무대가 화려해 볼거리는 풍성했다. 음향도 느낌상 쏘쏘. 전반적으로 극은 지루.
몇 번이고 가서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모든 배우들 건강관리 잘 해서 막공까지 좋은 연기 보여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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