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로 순천, 여수를 다녀왔다. 가이드해주신 JJU님에게 ㄳ...
토요일 아침, 동서울 터미널에서 순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순천터미널에 도착하자 마자 다시 또 버스를 타고 광양으로 갔다. 불고기를 먹으러... 삼대불고집은 식당보다는 공장 같은 느낌이었고, 사장님이신지 직원분이신지는 모르겠으나 카운터에 계신 이모님이 성형외과 실장님 같았다...ㅋ 카운터에 있는 검은콩을 집어먹으며 잠시 기다린 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불고기와 그 외 반찬들은 의외로 간이 다 삼삼했고 입에 잘 맞았다. 휴게소에서 감자튀김 하나 나눠먹은 게 전부였던 터라 흡입하듯 먹었다.
순천으로 돌아와 역 근처에 방을 잡았다. 성수기 관광지 물가에 익숙해서 방값을 물어보고 너무 싸서 놀라 나오는 볍시니 같은 일은 저지른 후ㅋ 거북장에 짐을 풀었다. 식후 커피를 마시며 순천만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 인파와 함께 밀려 간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흠이지만, 갈대는 장관이었고 경치는 훌륭했다. 쭈님은 갈대를 보며 강아지꼬리 같다는 평을 남기셨다... 무튼 겨울이었음에도 갈대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일몰은 장관이었다. 1차원적인 평으로 해는 정말 동그랬고 금방 금방 져서 내려갔다. 해는 금방 사라졌지만 하늘의 색은 천천히 변해갔다. 너무 상투적인 말이지만 정말 가끔은 하늘을 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가 지면 급히 어두워지고, 무섭다는 쭈님의 말에 전망대에서 급히 내려왔다. 입구의 벤치에 앉아 별 구경도 했다. 날씨가 좋은 행운을 누린 날이었다.
에드워드권이 극찬을 했다는ㅋ 건봉국밥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그냥 평범하고 따끈한 국밥이었다. 나는 순대국밥을 시켰는데 순대는 당면순대였다. 테이블을 치우는 것도 손이 많이 가서 싫은지 반찬을 쟁반에 내리지도 않고 쟁반째로 테이블에 올려주는 건 쫌 그랬다. 세륜유명맛집... 이렇게 쓰니 맛 없어서 불평하는 것 같은데 맛있게 한그릇 뚝딱먹었다.
거북장으로 돌아와 씻고 골아떨어진 쭈님의 옆에서 폰을 만지작 거리다 깨어난 쭈님과 함께 마마 재방을 봤다. 너무 졸렸는데 하이라이트라는 케이윌 깽판무대를 보려고 악착같이 버텼다ㅋ 우래기들이 없는 시상식은 가치가 없다...
일요일 아침, 비가 내렸다^_T 일정을 걱정하며 순천의 동네빵집에서(빵이 맛있었는데 상호명이 기억이 안 난다능) 빵과 커피로 아침식사를 했다.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해서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오동도부터 가려는 일정을 바꾸어 벽화마을로 향했다. 벽화마을을 길 따라 돌면 진남관에 도착한대서 부지런히 골목 골목을 올라갔는데 표지판이 없어 길을 자꾸 잘못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진남관에 도착. 진남관은 웅장했다. 매화가 피는 계절에 보아도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도 아직 고프지 않고, 벽화마을 관광이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나서 오동도를 바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초입에 내려서 물품보관함에 백팩을 넣어두고 오동도를 향해걸었다. 방파제는 비바람이 몰아쳤다ㅋ우리가 여기서 왜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ㅋ 야상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모자를 뒤짚어 쓰고 장갑을 껴도 추웠다ㅋ
고생 끝에 도착한 오동도는 따뜻하고 평화로워 딴 세계같았다. 바다 건너 육지는 한 겨울인데 오동도는 입 넓은 나무들이 푸르렀다. 날씨가 온화해지자 마음도 온화해져서 비온 뒤 촉촉한 흙냄새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산책하듯 걸었다. 등대 아래서 파는 따뜻한 동백차도 마셨다.(내 입맛은 아니었다) 잘 꾸며놓은 전시관에서 쭈님은 거북선을 운전했고, 나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는 사방이 탁 트여 바다, 바다, 바다였다.
점심은 삼학집에서 해결했다. 서대회무침은 처음엔 맛있었는데 회에서 뼈가 씹히는 게 느껴질 때부터는 조심스럽게 먹게 됐다. 따뜻한 갈치구이는 생선은 별로 안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맛있었다. 갈치구이를 좋아하는 엄마 생각이 났다.
일정이 떠서 카페 한 군데를 잡고 죽쳤다...ㅋ 흔한 우원, 규원러와 니엘조, 허니엘러가 되어 여수의 낯선 카페에서 호모호모하게 노가리를 깠다. 와중에 모시드를 잠깐 했는데 가요대전 영상이 올라와 있는 거. 참지 못하고 카페에 비치되어 있던 컴퓨터로 영상을 봤다. 여행 중에도 빠질을 멈출 수는 없어... 잘 생긴 내새끼들 센터 흐규흐규...ㅠㅠ
배가 꺼지지 않아 걱정이었지만 일단은 간장게장을 먹으러 갔다. 유명한 몇 곳들 가운데서도 제일 붐벼 보이는 황소식당에서 게장백반을 먹었다. 게장은 달고 맛있었다. 배가 좀 덜 불렀더라면 밥을 리필해서 남기지 않고 다 먹었을 텐데 아쉬웠다. 밑반찬도 감자샐러드나 달걀찜처럼 좀 순하고 짠 입맛을 달래 줄 수 있는 메뉴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돌산대교까지 걸었다. 야경이 훌륭했다. 대교도 대교였지만 대교에서 바라보는 진남관과 그 주변의 야경이 더 훌륭했다. 그것은 폰카로는 담겨지지도 않았다ㅠㅠ 야트막한 언덕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수 특유의 풍경 속에서 진남관은 위풍당당했다.
향일암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안 그래도 손님이 적은 버스였는데 굽이굽이 어둡고 좁은 산길을 달리며 있던 손님들이 다 내리고 쭈님과 나뿐이 남지 않아 약간 무서웠다. 거기다 대우리 다음 정류장이 대우리, 그 다음 정류장이 또 대우리라는 안내방송 때문에 눙물이 날 정도 무서웠다... 그냥 대우리 다음이 또 대우리일수도 있는 거지만, 쫌 그렇잖아^_T 1, 2, 3로 넘버링이라도 해줄 수 있는 걸^_TTTT 공포에 떨며 무사히 향일암에 도착.
방 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해와 달 모텔에 묵었다. 씻고 과자를 까먹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일출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날이 흐려 떠오르는 해가 구름에 가렸다. 세륜구름을 외치며 테라스로 나가 일출을 감상했다. 해의 모습은 잘 볼 수 없었지만 같은 빛깔로 물들어 가는 바다를 본 것으로 만족했다. 2박 3일 동안 일몰도 보고 일출도 보니, 2012년이 끝난 기분이었다. 그래서 둘이 멋대로 한 해를 보내버렸다. 남은 한 달은 잉여로 주어진 시간처럼 막 살기로 다짐했다.
쭈님이 감기에 걸렸고, 나도 힘들어서 향일암을 오르는 일정은 포기하고 좀 더 잤다ㅋ 아마도 전국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편의점일 향일암 GS25에서 커피를 마시며 어촌마을을 눈에 담았다.
공포스러운 111번 버스를 다시 타고 시내로 나왔다. 기사님의 드라이빙b 아침으로 뭘 속에 안 넣은 게 정말 다행이었다. 보기만 해도 토 나오는 좁고 험한 길의 연속 흐규...ㅠㅠ
엑스포역 근처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핫바로 허기만 끄고 용산역으로 향하는 KTX를 탔다. 여행이 끝이 났다.
순천만만 여섯번 갔다는 친구처럼 순천만도 또 가보고 싶고, 여수도 너무 좋았다. 쭈님의 조언대로 얼른 남자친구를 만들어서 내년 여름엔 방죽포해수욕장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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