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고 sf뽕이 찼다. 원작 작가의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필립 k. 딕의 단편집 한 권과 장편소설 한 권을 샀다. 소설을 읽고 그 소설을 영상화한 영화들을 찾아봤다. 문학과 영화가 있으니 아이돌과 야구를 잃어도 심심하지는 않아...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블레이드 러너보다 더 좋았다. 상영시간이 넘 길어서 엉덩이가 아팠지만 지루하진 않았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는 감정과 판단을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이 영화 역시 황폐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불확실한 도전에 직면한 주인공을 차갑고 건조하게 바라볼 뿐이다. 주인공 K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자신의 근원에서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좌절을 겪는다. 리플리컨트의 좌절이 그 어떤 인간의 죽음보다 슬펐다ㅠㅠ 정체성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가에서 구하고 싶다... 인간에게만 있다는 soul 타령도 영화 속 미래에서는 공허하게 느껴진다. 사랑도 리플리컨트가 하고 존재를 건 자기 희생도 리플리컨트가 하고 있다.

 

 감흥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봤다. 줄거리와 장면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본 적 없지만 다 본 것 같아 볼 마음이 안 들었던 영화를 드디어...ㅋㅋ 예언을 통해 범죄가 일어나기 전 예비범죄자를 처벌한다는 설정만 원작 소설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는 재밌었고 톰 크루즈보다 콜린 파웰이 매력있었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승리한 후  존은 부인과 세 예지자들은 그들끼리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의 마무리는 좀 실망스러웠다.

 

 단편집 <죽은 자가 무슨 말을>을 포함된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와 두번째 변종을 읽고 각각을 영화화한 토탈리콜과 스크리머를 봤다. 토탈리콜은 주인공이 여행 기억을 사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특수요원이었다는 게 드러난다는 설정만 원작과 같을 뿐 대결과 반전이 다르게 펼쳐진다. 지배계급과 돌연변이 하층민들과의 대결,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고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반전을 더해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반면 스크리머는 두번째 변종을 그대로 영상화한 것에 지나지 않아 늘어졌다. 변종과의 러브라인과 곰돌이의 반전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일까. 재미없었다^_TTT

 

 지금은 유빅을 읽고 있다. 우울한 분위기와 빠른 호흡, 상상력과 냉소적 성찰 같은 이 작가의 특징들은 좋은데, 문장이 별로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도매가로 기억을 삽니다 같은 제목을 보며 문학적인 문장을 기대해서일까. 아님 사람들의 평처럼 다작을 했기 때문에 한편 한편의 문장이 훌륭하지는 않은걸까ㅠㅠ

 

 더 많은 sf를 읽고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뜨던 초, 중학교 때 나무, 개미, 뇌 정도 읽었을 뿐 sf문학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 시작하려니 너무 어렵당. 리스트를 짜서 도서관에 가야겠다. 조금 읽어보고 책을 빌려 보든가 알라딘에서 사든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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