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저로 떡볶이와 순대를 사와서 먹었다. 먹으면서 생각해보니 연휴 동안 떡볶이만 세 번을 먹었다. 추석 다음날 엄빠는 영화를 보러 가고, 동생은 외출해서 혼자 일 때 강아지를 산책 시킬 겸 나가서 라볶이를 포장해와 먹었고, 그 다음날 환경보호 동아리 횐님들 만나서 신전떡볶이를 먹었다. 오늘 집에 오는 길에 사온 떡볶이는 끈적하고 양념이 진한 시장 떡볶이st. 다 맛있어...
강릉을 다녀오는 것으로 긴 연휴를 시작했다. 감기가 들었다 나갔다 해서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잠을 많이 잤다. 임시공휴일에 엄마와 장을 보러 한번, 개천절에 횐님들과 영화보러 한번, 추석 다음다음날 만화방 가러 한번, 그리고 오늘 답답해서 한번 외출을 했다. 그래서 감기가 걸렸다 나았다 하는 것 같기도 하고^_TTTT
개천절에 횐님들과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봤다. 데이빗 린치의 영화를 본 게 없어서 그 전에 <블루 벨벳>이란 영화를 미리 봤다. 블루 벨벳은 기이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다룬다. 평범한 마을이라는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의아하고 역겨웠다. 그 상황이 극복이 되고 모두가 제 자리를 찾는 착한 해피엔딩 또한 동떨어지게 느껴졌다. 내가 샌디라면 제프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아...
<먼홀랜드 드라이브>는 오전 내내 전을 부치고 피곤한 상태로 봤다. 인과관계가 없어보이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곳곳에 있어서 그 의미가 뭘까 계속 생각해야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니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난해하지만 재밌었고, 보고 난 후 영화 속에 단서들로 해석을 할 수 있었다. 뭔소리야 싶은 예술영화 같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놀면서 <레이어 케이크>와 <블레이드 러너>를 봤다. 킹스맨 골든서클을 보고 감독의 맛탱이가 갔다고 확실히 느꼈는데 레이어 케이크를 보니 그냥 가진 깜냥이 그것뿐인 것 같기도... 손가락 콘돔으로 추적기를 단다는 골든서클 스포를 보고 블러디페미니스트 운운하는 인터뷰에 이어 한번 해보자는 기싸움을 하나 싶었다. 영화를 보니 그 외에도 크게 역겹고 불쾌한 장면이 있어서 이 사람은 젠더의식이 빻았을 뿐만 아니라 인간 존중을 모르나 생각됐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분위기와 톤이란 게 있는데 보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심지어 재미도 없어! 하드에 있어서 해치우듯 본 <레이어 케이크>는 가이 리치 다운그레이드, 재미없는 버전이었다.
슬프지만 <블레이드 러너>도 별 재미없었다ㅠ 며칠 후 개봉하는 후속작을 보기 전에 보려고 아껴두다 어제 봤다. 복제인간과 인간을 구분하는 방법이 질문을 통해 사유하게 하고 그 동공반응을 지켜보는 것이라는 설정과 내가 사실은 복제된 리플리컨트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통해 인간성을 고민해볼 수 있어 좋았으나 영화가 너무 집중이 안 되고 산만했다. 보다가 집중 못한 거 같아 뒤로 가서 다시 보고를 반복하며 겨우 겨우 봤다...ㅠㅠ 덧붙여 스타워즈의 한솔로를 좋아하지만 해리슨 포드가 연기 잘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매력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 영화에서는 그냥 그랬다... 리플컨트 로이배트 역할의 룻거 하우어란 배우가 인상적이었다. 데카드를 쫓을 때는 진짜 무서웠고 타임투다이를 말할 때는 몹시 쓸쓸했다.
이번주 개봉할 2049가 재밌기를 바란다.
횐님들과 신전떡볶이를 먹은 날은 한껏 연휴 기분을 내기 위해 만화방과 노래방까지 달렸다. 그 날 세븐시즈를 읽기 시작했다... 횐님들은 만화책 본 짬바가 있으니 볼 만화도 있고, 취향 맞는 만화를 잘 고르지만 난 취향이 없고 까다롭기만 해서 만화 고르기가 어렵다. 최근에 횐님들의 추천을 받아 헌터X헌터를 8권까지 봤지만 아직까지 모르겠다ㅠ 소년 만화가 취향이 아닌 건지도ㅠ 세븐시즈는 설정이 마음에 들어서 쭉쭉 읽다가 겨울팀 다카히로의 이야기가 너무 슬퍼 천장을 보며 눈물을 참았다. 완결까지 정발되길 기다렸다가 한번에 쭉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사랑타령하는 남녀가 답답하고 짜증이 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고교생의 너무 깊은 사랑은... 싸움 존잘인 헌터 어린이...만큼이나 이해가 안 돼...
연휴 마지막 날,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틈틈이 보는 트루먼 카포티 단편집도 읽은 겸 스벅에 갔다. 빈 테이블이 하나도 없어 한 바퀴 돌고 바로 나왔다. 근처 다른 카페에 앉았지만 그곳 역시 사람이 너무 많았다. 소음 속에서 화장실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아 핸드폰만 열심히 보다 왔다ㅋ 아직까지 덥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카페에서 다른 카페를 찾아 걸을 때, 떡볶이를 사들고 집에 올 때 땀이 난다. 진짜 가을 다운 가을은 며칠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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