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동아리(회원 셋, 간헐적 모임) 횐님들과 1박 2일 경주를 다녀왔다.
19일 토요일 아침 동서울에서 출발해 점심 즈음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다. 5~6년 전쯤 횐님과 다녀온 적이 있어서 터미널 주변을 알 것 같기도 하고 괜한 기분 탓인 것 같기도 하고... 바로 택시를 타서 예약한 숙소에 갔다. 짐가방만 내리고 바로 불국사 가는 버스를 탔다. 여행의 첫번째 일정은 바로 함!!양!!집!!!!
경주에 가서 함양집 한우물회를 먹는건지, 한우물회를 먹으러 가서 경주를 관광하는 건지 그 순서가 헷갈릴 만큼 궁금하고 간절했던 한우물회!! 40분쯤 기다렸고 한우물회 하나씩에 치즈불고기, 막걸리 한 병을 먹었다. 셋 다 맛있게 먹었고 식당 크고 테이블 간격 넓어서 좋았다. 화장실도 크고 깨끗했다. 기다렸다 먹어도 화가 안 난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경주에서의 첫끼가 만족스러웠다.
불국사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택시가 오길래 운명처럼 느껴져 탔다... 기사님이 투머치토커라 내내 맞장구를 치느라 힘이 들었다. 그래도 아예 석굴암을 먼저 보고 불국사로 내려오라고 팁을 주셔서 수월했다.
지난번 방문 때에는 불국사를 둘러보고 나니 덥고 힘이 들어 석굴암을 아예 안 보고 내려갔었다^_TTT 이번엔 석굴암을 보고 내려와 불국사를 둘러보니 한결 나았다. 각자 주변에서 핫한 불륜 얘기를 털며 불국사를 돌고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또 할 수 없이 콜택시를 불러 타고 내려왔다. 불국사 왕복을 시작으로 이틀 간 택시비를 펑펑 쓰고 왔다...ㅋ
커피플레이스에서 아메리카노와 오늘의 빵을 먹었다. 브레드 몬스터에서 받는다는 오늘의 빵은 양파크림치즈?빵이었다. 이름부터 존맛이었고 실제로 존맛이었다. 생과일주스가 유명하다고 해서 커피 안 마시는 동아리회장님 수박주스 먹었으면 했지만, 수박주스는 없었고 천도복숭아주스를 고르셨다.
좀 쉬고 나와 대릉원을 걸었다. 비가 와서 운치있었다.
어둑해지니 오래된 g2는 모든 사진을 이렇게 수채화처럼 만들었다... 느낌은 있는데 선명함은 없다... 배롱나무가 탐스럽고 예뻤다.
횐님이 평하길 통통한 분홍소시지 같은 첨성대ㅋㅋㅋㅋㅋ 맛만 볼 요량으로 단석가찰보리빵 다섯개 짜리를 사고 나오니 이렇게 깜깜했다.
저녁으로 우동을 먹기로 하고 박ㅅㅇ제면소를 향해 걸었다. 걸으면서 여기가 어떻게 유명해졌을까, 왜 이렇게 외질까, 왜 사람들이 안 다닐까, 왜 경주고등학교 운동장은 전래 클까 불안했다. 그리고 식당 앞에 섰을 땐 그 불안이 현실로^^! 8시 20분쯤 되었었는데 우동집 마감시간은 8시였던 것ㅠㅠ 깜깜한 식당 앞에서 마침 오는 택시를 바로 잡아탔다. 차라리 안압지를 먼저 보고 밥을 먹자고 주장해서 안압지로 향했다. 이게... 잘못된...선택...
밤의 안압지를 보고 싶었던 게 큰 잘못이었을까... 좀 허기지고 힘들어도 안압지 한 바퀴 돌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괜찮았다. 나와서야 알았다. 9시 넘어 저녁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걸ㅠㅠ 차선으로 생각해둔 곳이 족발집이라 영업을 늦게까지 할거라 여겼지만 마감한 상태였다...ㅠㅠ 나름 번화가인 숙소 근처로 돌아가면 뭔가 나올까 싶었지만 마땅치 않았다.
숙소 코 앞에 있는 베트남음식점이 주문을 받아줘서 일단 들어갔다... 샌드위치와 불고기덮밥?, 월남쌈을 시켜먹었다... 인생 첫 반미 샌드위치를 경주에서 먹었다...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고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았다...ㅠ
생리 중인 회장님의 컨디션은 바닥을 쳐가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좁고 지저분한 욕실 때문에 편히 쉬지 못했다...ㅋ 흡... 저렴한 숙소는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ㅠㅠ 덕분에 숙소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아 다음날 빨리 일어나 빨리 나올 수 있었다. 지저분한 숙소가 부지런해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은 알쓸신잡에 나왔던 팔ㅇ정해장국. 저 안에 메밀묵이 들어있다. 국물은 심심한 해물육수고 콩나물이 아삭아삭하다. 밍밍하고 순해서 속이 편했다. 주인 할머니께서 힘이 들어 짜증내고 화낼 수 있다는 자녀분의 메모가 붙어있었다. 정말로 젓가락을 받으라고 팔을 찌르셔서 조금 놀랐다ㅋㅋㅋㅋ
금방 먹고 나와서 박물관을 가려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제대로 확인을 안 했더니 돌아가는 버스길래 그냥 분황사에서 내리기로 했다.
덕분에 예정에 없이 모전석탑과 황룡사지터를 구경했다. 전날 택시를 많이 탔으니까 슬슬 걷자고 박물관까지 걸었다.
운치있는 철로를 건너니 가로수가 늘어선 나무바닥 길이 이어졌다. 걷기도 좋은 길이었다.
경주국립박물관은 수학여행 이후 첫 방문이었다. 학생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지 기억에 남는 게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국보가 이렇게 많은, 천년의 고도를 몰라보고.... 국뽕이 차올랐다.
박ㅅ우 제면소에서 우동을 먹고 전날의 패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전화연결이 안 되는 걸 보면 휴무일인 것 같아 전날의 차안이었던 가마솥족발집에 갔다. 역시나 택시를 타고...
족발보쌈 세트와 쟁반막국수를 시켰다. 보쌈은 넘 살코기 위주라 그냥 그랬고 족발과 막국수는 맛있었다. 회장님은 경주맛집 1위를 함양집에 주었고 횐님은 족발집에 주었다. 나도 족발에 한 표...
점심을 먹고 황리단길을 가로질러 걸었다. 예쁜 밥집, 카페, 작은 서점까지 정말 경리단길같았다...
프리쉐이드에서 커피를 마셨다. 미루나무와 봉문이 동화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에서는 잘 안 느껴지지만... 커피 맛있었고, 회장님이 드신 차도 맛있었다.
가족들과 나눠 먹을 찰보리빵과 황남빵을 사는 것으로 경주에서의 일정이 끝났다. srt는 늦장부렸더니 예매를 못해서 구리로 바로 오는 시외버스를 탔다. 오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예정된 시간에 도착했다.
횟집비닐을 깐 관광지 맛집에서 벗어나(지난번엔 떡갈비와 쌈밥을 먹었는데 다...별루...ㅠㅠ 특히 떡갈비집은 파리가 엄청 엄청 많았던 기억뿐이 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으로 괜찮은 식사를 하고 와서 좋았다.
뭘 사와도 결국은 내가 거의 다 먹는데 찰보리빵과 황남빵은 가족들도 잘 먹어서 사온 보람이 있었다. 갓 구워서 따끈할 때 먹은 황남빵이 진짜 맛있었다. 다음이 있다면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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