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님네 놀러가서 카레를 먹었다. 어머님이 많이 해놓으셨다고 해서 먹으러 가겠다고 주말에 한 말을 지켰다. 오랜만에 먹은 카레라 더 맛있었다. 후식으로 사 간 치즈케잌과 커피를 마시고 음방을 보며 한가롭게 오후 시간을 보냈다. 6시즈음 퇴근하는 동네횽에게 전화를 해서 같이 야구를 보자고 약속을 잡았다. 은지횽네 집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과 콜라를 마시며 야구를 봤다. 갈릭베이크도 맛있고, 매운바베큐 치킨도 넘나 맛있었다. 며칠 아침, 점심을 과자에 커피로만 때우고 저녁만 밥 먹는 이상한 절식 중이었는데 점심, 저녁을 다 낭낭하게 먹으니 배가 부르고 행복했다. 자칭타칭 선량한 야빠인 나는 야구를 열심히 보며 야구 얘기를 떠들었고, 쭈님은 요즘 파고 있는 세븐틴 얘기를 성실하게 했으며, 학부모 상담과 퇴근길 러시아워에 지친 동네횽은 기운 없어 하셨다. 동네횽이 글램핑 다녀온 얘기를 해줬는데 캠핑카에서 하룻방은 꽤 괜찮을 것 같고, 근처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도 한번쯤 더 가보고 싶고 그랬다.

 

 8회가 끝나고 치킨집에서 일어섰을 때 넥센이 9대5로 리드 중이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하니 두산이 11대 9로 그 사이 역전을 시켰다. 헐ㅋ 두산 추카하구욤, 엔씨와 치열하게 싸우고 올라와 주세여... 서로 예민해질만한 상황이 많았던 준플레이오프여서 야구 게시판 가기가 기 빨릴 정도였다. 여튼 이렇게 또 끝이 났지만은... 아, 내 팀이었다면 나도 어마어마한 감정 소모를 했을 것 같다. 뭐든 적당하게 거리두기가 이렇게 힘이 든당...

 

 손 씻고 렌즈빼고 눈화장만 지우고 누워서 강아지랑 놀다가 자정이 다 돼서 씻었다. 핑계를 대자면 생리가 시작돼서 몸이 무겁다. 지난 달에는 주기가 오십일이 넘더니 이번달은 또 삼십일만에 칼 같이 시작이 되고ㅠ 생활이 엉망이라 주기도 엉망인건지ㅠㅠ 주말에 마라톤 하는 날과 그래도 거리가 있어서 다행인가 싶다.

 

 일요일은 핑크리본마라톤 대회가 있다. 티와 아대, 실팔찌 같은 굿즈가 왔다. 티는 당연히 분홍색인데 나름 예쁜 분홍이고 굿즈들도 귀엽다. 상반기에 뉴발란스 십키로를 힘들게 뛰고 반년 만이지만 몸상태는 그때나 지금이나 거지같아 또 걱정이 된다. 앞으로도 일년에 한 두번은 십키로씩 뛸 것 같아서 핸드폰 넣는 암밴드를 샀다. 남이 쓰는 걸 보니 그럴 듯하고 좋아보였다. 가방은 맡겨도 핸드폰은 맡기기가 좀 그러니까. 혹시나 내가 평소에도 공원에서 뛰는 운동을 할 수도(!) 있고...쌀쌀해져서 러닝팬츠 아래 받쳐입을 레깅스도 샀다. 체력만 빼고 다 준비가 됐다. 극기로 뛰고 또 일주일은 근육통으로 고생일 것 같다...

 

 남일에 신경 덜 쓰면서 내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닥친 것들이 코 앞인데 의욕이 안 생긴다. 사람 구실하며 소박하게 삶을 꾸려갈 정도면 되는데 머리도 굳고 손도 굳은 것 같다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너무나 늦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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