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너 좀 꺼져...

 

 어제는 친구의 생일이었다. 늘 모이듯 모여서 13명 중 11명이 왔다. 간단하게 맥주로 1차를 하고 자리를 옮겨 2차로 소맥을 먹었다. 건대 술집이 단체로 생맥에 물을 타기로 했는지 1, 2차 다 맥주가 넘 싱거웠다. 새로 뚫은 룸식 술집은 실패였다. 집에 가기 싫은 날이라고 한 명, 두 명 3차를 조르기 시작했고 시간 안 되는 친구를 비롯한 몇 몇이 간 후, 강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먹었다. 모두가 고시로 갈아탄 뒤 맞이한 첫 학기라 힘든 맘을 이해했다. 집에 가기 싫은 것도 이해됐고. 순대볶음에 곱창까지 시켜서 그래도 나름 낄낄거리면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ㅋ 막차 시간 눈치 봐가면서 먹다가 할 수 없이 그 비를 맞으며 다들 안녕, 안녕 급하게 인사를 하고 갈 길을 떠났다. 흠뻑 젖어 버스를 타니 에어컨 바람이 너무 너무 너무 추웠다. 1시가 가까운 시간, 술냄새 풍기면서 비 맞고 귀가하는 딸을 위해 엄마는 버스정류장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무난하게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안 되나보다. 그럭저럭 공부해서, 그럭저럭 서울에 있는 대학교 왔고, 또 그럭저럭 공부하고. 그렇게 중간치의 성실함으로 비슷하게 살아온 우리들이라 고민도 비슷했다. 도저히 얼마만큼 치열해야 후회없이 잘 사는 걸까. 사실 이를 악물고 살고 싶지는 않은데. 그럭저럭도 너무 힘들었다긔... 사회에 의해 치열함이 강요를 받는 건지, 아니면 내 스스로 나를 마뜩찮게 여기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니예니예, 내일 펩시콘서트 스탠딩에서 낑기면 치열함이란 게 내 안에 생기겠지...

 

 하반기 롯데시네마 븨아피 쿠폰이 들어왔다. 늘 야무지게 못 써서 확인한 첫 날부터 막 쓰기로 했다. 본 레거시와 피에타를 봤다. 본 레거시는 3편까지 이어져온 본 시리즈의 정형화된 줄거리와 액션을 그대로 쫓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촉이 없는 나도 다음 상황, 다음 장면이 예상되는 그런 빤한 얘기. 젊은 맷 데이먼이 보고 싶다...

 

 피에타는 이정진이 연기를 너무너무너무너무 못해서 중반까지 도저히 애기에 이입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일상적인 장면들이 아니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작위적인 상황의 연속들이다보니 그 부자연스러움을 상쇄해줄 수 있는 흡입력 있는 연기자가 필요했다고 본다... 이정진이 욕 한 마디 할 때마다 내 뒤에 앉은 남성은 코웃음쳤다. 인간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이 버거워 눈물이 났다. 원망스럽지만 그리운 감정과 죽도록 밉지만 가엽기도 한 그 감정들에 깔린 기분이었다.

 

 쇠들이 마찰하면서 내는 기계소리가 소름끼쳤다. 영화를 같이 본 친구와 종일 붙어있었는데, 둘 다 반복되는 마찰음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피에타는 소리로 기억이 됐다...

 

 

 춥다. 이제는 아침에 추워서 눈이 떠진다. 고3 때도 시간이 흐르는 게 이렇게 무섭진 않았었다ㅋ 그래도 학교를 다닐 때는 그 바쁨의 치여 별 수 없이 잘 살아냈던 것 같다. 뭐든 학교에서 해결하는 게 버릇이 돼서 느낌만으로는 집보다 학교와 더 친했다. 그래서인지 방학을 보내고, 개강을 할 동안 한 번도 안 간 학교를 갔더니 기분이 이상했다. 나도 청춘인데 스물셋뿐이 안 먹었는데, 청춘의 기운이 낯설어졌다. 아...오...

 

 사물함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짐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아서 fail...친구야, 미안해. 조금씩 가져갈게... 전공책은 가져갈 엄두도 못 내고 책 뺨치게 두꺼운 파일홀더 3개만 가져왔다. 내 대학생활의 증명이자, 짐. 이걸 어디에 둬야할지도 모르겠다.

 

 위로 받고 싶긴한데 나를 돌볼 힘도 부족해서 남까지 돌아봐줄 여유가 없어. 연애는 당분한 못할 것 같다...고 여자 3차간 여자사람들끼리 결론....

'다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직히 체질인 것 같아 무서워.  (8) 2012.09.15
펩시펀타임 콘서트 후기 찝니당...  (3) 2012.09.10
영원이 없단 걸 알게 된 이후는  (2) 2012.09.04
간만에 편안한 밤이었다.  (6) 2012.09.02
정화 중  (2) 2012.08.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