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에서 만리포까지 단돈 만원!에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그 고속버스는 중간 중간 정차하는 데가 많다. 만리포에 가기 전까지 한 시간 정도는 그 근방의 좁은 길들을 오가며 마을 어르신들을 태우고 내린다. 우리가 시외버스로 탄 버스가 그 분들에게는 마을버스인 셈. 자칫 멀미나기 쉬운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돌아도 3시간이면 만리포 도착이라 견딜만 했다.
만리포 해수욕장이 보이는 펜션은 수영장까지 딸려있었고 겉보기게 예뻤으며 방 안도 겉보기에는 깔끔했다. 두번째날 밤 폭우가 쏟아질 때 벽 틈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만 보지 않았다면 좋은 펜션으로 기억이 남았을텐데...ㅋ
갯벌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서 일정이 많이 바뀌어서 완전 즉흥 여행이 됐다. 펜션에 짐을 풀고 수목원을 먼저 돌았다. 펜션과 관계가 있는 곳이어서 7000원의 입장료가 무료가 됐다. 올ㅋ 비가 온 후라 수목원은 젖어있었고 벌레가 많았고 어쩐지 정돈이 안 된 느낌이었다. 전망대 벤치에 앉아서 맞는 바닷바람이 좋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거세진 파도를 바라보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콜택시를 불러서 모항항 회센터로 가 저녁을 먹는 게 계획이었는데, 고작해야 삼사천원 요금의 거리를 담합해서 2만원을 부르는 바람에 멘ㅋ붕ㅋ8명이 타려면 택시 2대는 불러야 하는데 그럼 4만원을 콜비로ㅋ 바가지에 화를 냈지만, 바다 온 김에 안 먹고 갈 수도 없어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 횟집에서 한 마리 오만원 하는 광어를 먹었다. 도톰하게 썰린 광어회는 회를 초장맛으로 먹는 내 입맛에도 아, 이건 진짜 식감으로 먹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밤새 술 먹고 놀다가 이튿날은 느즈막히 일어났다. 컵라면과 직접 만든 주먹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본격적인 해수욕. 비가 오다 말다 해서 걱정을 했는데 딱 비 오지 않는 두 시간 잘 잡아서 뛰어 놀았다. 모래 사장은 촉촉했다. 그리고 모래가 촘촘히 얽혀 있어서 맨발로 걷는 느낌이 생소하면서도 너무 좋았다. 발을 내딛으면 모래사장이 통하고 발바닥을 다시 밀어 올려주는 느낌? 얌전히 발만 담구고 놀려고 했으나 놀다보니 격해져서 온 몸이 푹 젖게 놀았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바베큐를 준비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야외 바베큐장 차양 아래서 목살과 삼겹살을 먹었다. 바람이 난폭해서 몇 번을 꺅꺅해야 했지만 그래도 젖어가는 바다를 보며 밥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에 낭만을 느꼈다.
유람선과 놀이기구에 다들 뚱해서 아낀 돈으로 안주를 푸짐하게 사서 밤새 게임, 술, 대화를 했다. 이튿날은 정말 한숨도 자지 않았다. 비가 많이 왔고 빗소리에 나즈막하게 이야기를 하면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ㅋ 그런 상황이 좀 더 친밀감을 느끼게 했고 이튿날 밤 더 깊은 애기들이 많이 오갔었다. 스물셋, 이제 다 사학년, 우리가 다시 또 이런 여행을 갈 수 있을까 하는 말들이 우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번이고 다시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린 다 잘 될거니까.
마지막 날, 그래도 날이 맑아져서 오는 길이 험하지 않았다. 터미널에서 남은 돈을 정산하고,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회비가 남아 만원씩을 돌려받으니 공돈이 생긴 기분이었다.
여름의 끝을 만리포에서 좋은 친구들과 꿈같이 보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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