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10년 만에 태안에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 아쉬워서 몇 달 뒤 바로 재방문했다. 붐비는 동해 관광지에 지쳤다가 상대적으로 한적한 서해를 가니 여유롭고 좋았다.


  
10월 말 동백여행사 당일치기 버스투어로 태안, 서산을 다녀왔다. 꽃박람회가 첫 순서였다. 단풍여행철이라 가는 길이 많이 막혀서 시간이 지연됐다. 아쉬웠지만 날씨가 좋은 게 어디냐며, 셀프위로 후 관람 시작. 꽃지해수욕장 옆에 박람회장이 조성돼 있었다. 푸른색, 보라색 꽃이 많아서 뭔가 분위기가 오묘했다... 음기가 느껴지던 꽃박람회...



꽃이라는 자연물을 활용해 최대한 인공적으로 꾸며낸 구조물들이 인상적이었다... 어른들은 이런 거 좋아하나...?



달항아리에 얹어진 갈대? 핑크뮬리?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 털모자?



꽃구경을 실컷하고 꽃지해수욕장으로 이동해 바다를 보았다. 커여운 갈매기들과 서해 바다가 가을볕을 받고 있었다.



굴삭기와 구름, 모래와 갈매기. 뭔가 미국같이 않냐고 동의를 구했지만 친구들은 모르겠다는 말만...



백사장항으로 이동해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들 메뉴가 다 비슷했고 걍 후기 괜찮은 곳으로 갔다. 새우장과 게국지를 시켰다. 인생 첫 게국지였다. 배추, 호박, 무가 들어가서 상당히 달달했다. 더 달달해진 꽃게탕맛? 예에에에에전에 1박 2일에서 봤을 때부터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니 이동할 시간이 돼서 너무 아쉬웠다. 꽃게다리도 못 올라간 본 게 한이 돼 담에 꼭 다시 오기로 다짐했다.




12월 마지막 주말, 눈이 펑펑 오는 날 아침 태안으로 떠났다. 아쉬움 없이 잘 쉬고 잘 먹으려고 2박 3일 계획을 했다. 연말연초를 서해 바다에서...



안면도터미널에 내리니 점심 때를 살짝 지난 시간이었다. 수1133이라는 중국집에서 짬뽕과 깐풍기를 먹었다. 바베큐가 가능한 펜션을 예약해두어서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봤다. 대학 때 이후 이런 경험은 첨이라 새로웠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과자보다 과일을 더 많이 고르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 딸기, 샤머, 체리로 과일 플렉스를 하고 삼겹살과 새우도 샀다. 가는 날이 마침 내 생일이라 케잌도 한 판 사서 펜션 사장님 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바다가 쪼끔 보이는 바다뷰였다. 픽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청결에 대한 극찬이 인상적이라 고른 펜션인데 만족했다. 침구, 화장실 다 깨끗. 쪼꼼 쉬다가 근처 카페나 걸어가 볼까 했으나 걸어 다니기엔 위험해 보이는 찻길이라 포기... 택시를 부르기에도 차 타면 1~2분이라 안 올 것 같고...ㅎ 뚜벅이의 설움을 삼키며 배민으로 1리터 아메리카노 두 통과 매실에이드를 주문했다. 커피가 있어야 맘이 든든하니까...



저녁으로 바베큐 파티를 했다. 바베큐장을 아무도 이용 안 해서 우리가 독차지..ㅎ 친구들이 고기도 구워주고 새우도 까줘서 냠냠쩝쩝 맛나게 먹었다. 장 보고 차리고 또 치워야 하고 하는 게 귀찮아서 무조건 식당 가는 걸 선호하는 편인 데에도 간만에 이러고 노니까 아기자기 재밌었다. 생일이라 칭구들이 파티 준비도 해줘서...ㅎ 인싸 머리띠, 인싸 안경 쓰고 사진도 찍었다. 친구들 생일에 되갚아 주고 싶다... 담엔 가을에 여행을...



다음 날, 카택을 불러 백사장항으로 이동했다. 터미널 쪽에서 버스타는 것도 고려했으나 시간 맞추기 귀찮아서 돈 썼다... 투머치토커 기사님을 만나서 기가 빨렸다. 한 사람이 세 명의 기를 앗아 가다니 대단쓰... 날이 흐리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 꽃게다리를 거닐어 보는데 머리카락이 솟구쳤다... 바닷바람과의 사투였다...



항구에 정착해 있는 작은 고깃배들을 보면 기분이 좋거든요...



생선 말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감성 사진 같다고 했으나 친구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느낌 있지 않나??


시장 구경은 제대로 못했다. 식당 주인들 호객에 기가 또 빨려서 소나무숲으로 이동했다. 산림욕을 하며 겨울 바다를 바라봤다. 날이 흐려서 쓸쓸한 분위기가 더했다. 크... 이게 겨울바다지...



이틀 연속 중식으로 점심 먹었다...ㅎ 중식은 중식?ㅋㅋㅋㅋ.... 호객행위 하는 식당에 질려서...ㅎ 걍 평점 괜찮은 중식집에 들어가 볶음밥과 쟁반짜장을 먹었다.(원래 골목식당이라는 짬뽕맛집을 가고 싶었는디 12월부터 영업을 안 한다구 해서 흑흑)



지난 번에 가서 만족했던 카페 오뚜기 재방문했다. 각자 할 거 하면서 시간 보내기로 했기 때문에는 나는 책을 읽었고 친구 하나는 그림을, 하나는 일(...)을 했다.



카페 오뚜기의 뷰가 좋아서 백사장항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건데 호객 때문에 좋았던 기억이 흑흑... 담에는 안면도 말고 위쪽 태안을 가보기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카택을 불렀다가 같은 기사님을 또 만났다. 안면도에 택시 기사님 한 분인지...?



저녁으로 네네치킨 시켜먹었다. 우리 동네 네네치킨은 걍 그런데 여기 네네는 맛있었다. 후식으로 과일, 과자 먹으면서 엠비씨 가요대제전 봤다. 집에 있었다면 절대 안 봤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엄근진하게 무대를 평가하면서 보니까 재밌었다. 이때만은 우리가 엔씨티즌이었다. 배기진스 언제 나오냐고, 잠들기 전에 엔씨티 보고 자야된다고...ㅋㅋㅋㅋ



다음 날, 일찍 눈을 떠서 대충 새해 일출 비스무리한 걸 봤다. 근처에 일출 명당이 있다는데 우린 몰랐고(퇴실할 때 사장님이 말해줌...ㅎ) 걍 숙소에서...



퇴실 전, 근처 방포해수욕장을 산책했다. 물이 빠져서 모래가 단단하게 젖어있었다. 젖은 모래가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고 절경이었다... 날이 따수워서 패딩도 벗어던지고 바닷가를 거닐었다. 조용하고 힐링되는 순간이었다.



퇴실 후, 펜션 사장님의 차를 타고 터미널 인근으로 왔다. 태안 안면도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행복식당의 부대전골로... 푸짐하고 행복한 맛이었다. 특히 밥이 존맛탱...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이디야에 갔다. 커피를 한 잔과 함께 여행을 마무리했다. 별 거 없이 편안하게 잘 쉬다 왔다.



안면도터미널에서 산 잉어빵 덕분에 올라오는 길 차가 막혀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고마워 따봉 잉어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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