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화장하고 가방 챙겨서 카페에 앉았는데, 야구가 낮경기란 사실을 알았다. 커피에 프레즐을 먹으면서 폰으로 야구 봤다. 와이파이가 있고 여분의 배터리가 있어서 아무 것도 무섭지 않았다. 쳐맞는 투수들이 무서웠을 뿐...ㅋ 7회까지 보다가 경건한 마음으로 박석민의 마지막 타석을 보기 위해 집으로 갔다. 중간에 신전 떡볶이에 들려 떡볶이를 사며 크보 어플로 확인을 했을 땐 8회 말이었다. 배달 주문이 좀 있어서 내 주문이 좀 늦게 나왔다. 그걸 들고 집에 도착해서 TV를 틀었는데도 아직 8회였다ㅋ 모든 중계투수들이 열심히 맞고 바뀌고 안지만까지 나왔다. 무튼 9회 첫 타자였던 박석민이 솔로 홈런을 치지는 못해서 싸이클링 홈런 기록은 못 세웠지만, 9타점이라는 신기록은 세웠다. 그럼 됐긔... 10타점도 꼭 해라...
엔씨가 넘 잘해서 무섭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정말 남은 경기 전승이라도 하실 것 같고 넘 대단한 팀이당...ㅠㅠ 삼성이 1위했으면 좋겠고, 엔씨가 좀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경기를 보니 피곤하다. 1위를 못하는 시즌이 올 거란 것도 알고 5위를 했을 때도 야구를 봤듯이 이기는 경기에 더 많이 기뻐하면서 보면 된다고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올해만, 또 내년까지만 하는 맘이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왕 시즌 막판까지 1위 경쟁하고 있는 거 1위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씻고 화장하고 가방 챙겨서 카페에 간 이유는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첫 문장 못 쓰는 남자라는 제목의 소설집을 읽고 있다. 각 단편들이 아이디어가 엄청 톡특하다거나 표현이 새롭다거나 하지는 않는데 아이디어를 나름 논리적으로 포장해서 독자를 현혹시키고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점이 재밌었다. 의심스러우면서 생각하게 되고 머리도 아파지고 하는 소설들이었다. 도서관에 있는 같은 작가의 장편 소설도 한 번 읽어볼 참이다.
저녁으로 신떡에서 치즈떡볶이를 사와서 먹었다. 신전 떡볶이가 동네에 생기고 그 집 떡볶이를 먹기 시작한 순간부터 치즈떡볶이 순한맛은 내 인생 떡볶이가 되었다. 차마 그 보다 윗 단계의 매운 맛은 시도하지 못하고 있지만 순한맛에서 느껴지는 낭낭한 후추맛으로 만족한다. 엇그제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백종원 아저씨가 떡볶이를 먹는 걸 봤을 때부터 먹고 싶었는데 드디어 먹었다. 행복한 맛이었다. 삼천오백원의 행복...
떡볶이를 먹고 좀 늘어져있다가 강형과 산책을 나갔다. 오늘은 근처 초등학교를 찍고 공원 쪽으로 내려갔다가 집으로 오는 코스였다.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안 들어가겠다고 버텨서 그냥 학교를 빙 돌아 후문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가 공원 쪽으로 걸었다. 공원 건너편 벤치에서 몇 번 앉아서 쉬었더니 또 쉬어가자고 강햏이 벤치에 앞발 걸치고 쳐다보길래 한 번 더 앉았다. 공원은 장난감차를 타는 작은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는 좀 큰 아이들, 배드민턴을 치는 어른들로 붐볐다. 아직 여름밤 같은 기운이 남아있었다. 내일도 덥고, 모레도 더울 수 있겠지만 괜시리 올해의 마지막 여름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냥...
산책을 마치고 목욕하는 날인 강햏은 목욕을 했다. 싫다고 찡찡거려봐도 어쩔 수 없이... 강햏 털을 말려주고 나는 벗겨진 매니큐어를 지우고 손톱을 더 짧게 깎았다. 씻고 나와 엄마가 새로 빨아준 이불에서 강햏과 뒹굴거리니까 청결하게 게으른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시점을 정해서 어느 시점 이전의 일기를 지우던가 비공개로 돌리던가 해야할 것 같다...ㅠ 그 이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다른 취향과 취미가 있었다. 돌이킬 수 없어져서 그걸로 검색해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내가 미안해질 것도 같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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