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다. 어디 카페를 가서 과제를 하고 수업시연 준비를 할까 고민하며 집을 나섰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너무나 걷고 싶은 날씨라 좀 걸었다. 전에 한 번 온 조용하고 장사가 잘 안 되는 동네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맘은 콩밭이다. 누가 불러라도 주면 당장 나가 놀고 싶다.
교생실습 2주차가 지났다. 이제 우리반 학생들은 날 지나치게 편해한다. 우리반st.가 뻔뻔이기도 하지만 남자애들은 가끔 같잖은 짓을 한다. 내가 들고 있는 실습일지를 뺏어가 번쩍 들며 키 작은 나를 놀리려고 한다든가, 농구공을 나한테 던지는 시늉만 해서 내가 움찔하는 반응을 즐긴다든가. 하...ㅋ 가끔 아, 이건 한 번 혼을 제대로 내야할텐데 싶은 순간이 있다. 근데 그 방법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한번씩 날 욱하고 만드는 데에도 귀엽단 게 문제...ㅋ 몸은 다 컸지만 하는 행동이 어리고 빤히 보여서 나대도 귀엽다...
어제는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수업을 들어갔다가 쿨하게 말아먹었다...조례를 마치고 교무실에서 담당쌤과 수업시연 준비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2교시 수업 한 번 들어가볼래? 하시는 거... 준비가..;;아직...;; 오늘은 좀...;; 너무 이른...;;;;;;;으로 땀을 뺐는데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괜찮으니 시간만이라도 한 번 맞춰보자는 선생님 말씀에 삼십분만에 피피티, 유인물을 준비해 수업을 들어갔다. 일단 그 반에 인터넷이 안 되는 것으로 난 1차 멘붕이 왔다... 도와주러 옆에 있던 교생오빠가 사색이 된 나를 위해 테더링을 해줘서 위기는 넘겼는데 2차로 소리가 안 나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보여주려 했던 동영상을 짧게 제시하며 말로 해설해야 해따... 이게 므야... 다행히 아이들이 교생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어서 여기까지는 잘 따라와 주었다. 문제는 모둠토론을 시켰을 때ㅋ 담당선생님이 애들 수준이 생각보다 많이 낮을 거라고 걱정을 하셨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여섯 모둠 모두 토론 결과 사회적 쟁점에 대해 개인적 차원에서 적당히 해결을 보도록 하라는 결론을 내렸다T_T 나의 마지막 멘붕이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수업자료를 대폭 수정해 사회적 측면의 해결책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어교사셨다는 현 우리 학교 교감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교사들이 자기 계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아무리 높고 훌륭한 수준의 공부를 하더라도, 아이들이 이해를 못하면 본인에게는 의미없는 공부가 되어 안주하게 되고 자신의 수준도 아이들 수준에서 정체를 하게 된단다... 그 말을 실감했다.
어제는 아침부터 멘붕을 겪고, 아이들이 체력장하는 것을 통솔하고, 7교시는 대청소까지 잡혀있어서 그거 지도 돕느나 온 몸이 부서질 것처럼 힘들었다. 게다가 학급에 모든 문제에 끼어있는 ㅈㅎ가 또...ㅠ 그것 상담하는 것도 지켜보았더니 혼이 나갔다.
그래도 야자없이 일찍 끝나는 날이라 교생들끼리 단합을 가졌다. 얘기를 하며 멘붕이 좀 수습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특히ㅆㅗㅂ님까지 이사를 간 이후ㅠ) 동네 친구가 0이 됐는데 교생실습을 하며 만난 언니, 오빠들은 동네 친구라 인근에서 놀 수 있단 게 너무 좋았다. 한 달을 매일 볼텐데 5월이 되어 갑자기 못 난다고 생각하면 이상할 것 같단 얘기가 나왔다. 아이들과도 정이 들고 언니오빠들과도 벌써 정이 들었다. 하루 하루는 너무 길고 지루했는데 2주는 순식간에 지났다.
그건 그렇고 당장 나가 놀고 싶다. 몇 명의 손님이 왔다 갔고, 카페는 지금 나 혼자다. 커피를 리필해주셨고 배가 고파 치즈머핀도 하나 먹었다. 과제는 업로드했고 유인물도 수정했다. 피피티를 수정하고 실습일지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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