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싸 앞두고 되게 가기 싫고, 어쩐지 찝찝했던 그 맘은 결국 이럴까봐서였던 것 같다. 좋지만, 일상 속에 너희만한 행복이 없는 것도 맞지만, 그렇게 가까이서 느끼고 싶진 않다. 그냥 무대 위와 무대 아래 같은 거리감이 딱 좋은데 어쩌다 붙어서 안 갈 수도 없게 돼서...ㅠㅠ

 

 너무 '뽀꼬싶다'고 말해주어서 고마운 한편, 그게 나의 보고 싶음과 같을까 하는 괴로운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주는만큼 못 받는 거 당연하니까 억울하다고 생각한 적 없고, 너희가 감사하는 마음만 가져준다면 고생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 허한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이란 게 감정이 있잖아요...마음이 있잖아요...

 

 스밍, 투표에 열 올리느라 너무 집 안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 친구들도 만나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고 내 삶을 시작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왔다. 일단 너희 1위부터 시켜주고 나서...

 

 

 ㅌㅌ 존멋 존잘이라는 빤한 얘기는 접어두고 ㅎㄱ를 써보겠다... 잊어버리기 전에...

 

 토 나올 것 같이, 손 끝이 달달 떨리는 흥분을 간만에 느끼며 팬싸인회 장소로 갔다.

 

 준비물: 완전 내 취향으로 준비한 책 선물

 민슈-새벽 세 시의 사자 한마리/문지사/남진우, 모렐의 발명/민음사/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차니-농담하는 카메라/문학동네/성석제

 허니- 달과 6펜스/민음사/서머싯 몸,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안도현 (나 나름 이병헌빠인데 허니한테 줄 책을 고르는 게 제일 막막하고 어려웠다ㅠㅠ 저걸 읽겠어... 하는 생각으로 그냥 지르고 냄비받침으로라도 쓰라고 전할 생각으로 담아 넣었다. 그냥 내가 허니 나이였을 때(그리 오래 전은 아니지만ㅋ) 읽었던 것들 뒤적뒤적 찾아보며 그래도 마음을 담아 골랐다)

 니에리- 차가운 피부/들녘/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이건 나도 사놓고 아직 안 읽은 책인데 그냥 만약 니엘이가 읽어준다면 같이 같은 책을 읽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ㅋ)

 창혀니- 인간적이다/문학동네/성석제 (나 ㅌㅌ빠보다 먼저 성석제빠였으니까...)

 종혀니- 포옹/창비/정호승, 속눈썹/마음산책/김용택 (종혀니는 예쁜 것만 봤음 좋겠다.)

 

 한 장 반에서 두 장씩 꼭꼭 채웠쓴 편지와 ㅌㅌ 로고같은 왕관 모양의 북클립 끼워넣어서 줬다.

 

 꼭 존댓말로 해야지, 다짐하고 입안으로 '안녕하세요' 연습하면서 갔다. 마침 종혀니도 존댓말로 하자고 제안했고 다시 또 입안으로 안녕하세요를 열심히 연습, 연습...ㅋ

 

 허니, 창혀니, 차니. 니에리, 종혀니, 민수 순... 사실 책 꺼내주고 애들이 책 한 번 보는 거 기다리고 하느라 정신없어서 뭔 말 했는지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ㅋ

 

 허니는 고맙고 잘 읽겠다고 했고, 포스트잇 질문에도 잘 답해줬다.(결국 그때 피자, 치킨은 안 쏜걸로ㅋ) 니엘이 드라마 시사회장 화장실 앞ㅋ에서 만날 얘길했는데 기억 안 난다고 미안해했다. 기억 안 나는 게 당연하지... 나도 놀라서 암말도 못하고 걍 스쳐지났는 걸. 왜 혼자 다녀요, 물으니까 혼자 다니는 게 좋다고... 말투,눈빛 말도 못하게 따뜻하다. 진짜 망상병 걸릴만도 하겠네... 이엘조어빠, 수니 영업 최고시긔...ㅠㅠ 이엘조는 나를 똑바로 보는데 나는 이엘조를 똑바로 못 봤다...

 

 창혀니랑은 최근에 본 영화 얘기했는데 파파로티를 봤단다. 재밌었냐고 물으니 음...하며 표정으로 재미없었단 표현을 했다ㅋㅋㅋ 스토커, 제로다크서티 보라고 오지랖을 폈더니(존나 영화 홍보하고 다니네..ㅋ) 스토커는 나이 땜에 못 봤고 기대도 안 했던 제로다크서티는 봤단다. 올ㅋ창혀니 올ㅋ 스펙트럼 올ㅋ 진짜 영화 많이 보나보다 우리 애기.

 

 차니는 책 올려놨더니 펼쳐보느라 부산을 떨어서 북클립도 떨어지고...ㅋ 다시 주워서 책 사이에 넣어줬다. 재밌어요? 재밌어요? 무슨 내용이에요? 무슨 내용이에요? 두번씩 물어보는데 혼이 나갔다... 어쩌다 종현이 친척형 됐냐고 종혀니 왜 때문에 그러냐고 포스트잇에 적어갔는데 읽어보고는 쌩뚱맞게 자기 종현이랑 친하다고ㅋㅋㅋㅋㅋㅋ 내가 안 친하다고 안 그랬는데ㅋㅋㅋㅋㅋㅋㅋ 눈 땡그랗게 뜨고 말하는 게 흡... 씹귀 줄귀........차니야....

 

 니엘이도 선물한 책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아...그거 아직 나도 안 읽었쉬먀...ㅋ 뭔가 곤란한 표정이 절로 나왔던 거 같은데 먼저 센스있게 잘 볼게요 하고 넘어가줬다. 정적이 뜨니까 치고 나와주는 그런 류의 센스였는데 아 안다니엘어빠...ㅠㅠ 다니 메뉴추천해달라니까 다~라며ㅋ 굳이 한번 간다면 늘 그렇듯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오겠지만 그래도 오빠 혹시 모르잖아ㅠㅠ

 

 종혀니는 꼭 하고 싶은 해야할 말이 있어서 책 주자 마자 밥 먹었어요, 부터 물었다. 먹었대. 지금도 너무 말랐어요, 굶으면서 다이어트 하지 마요ㅠㅠ, 하니까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해줬다. 민수로 넘어가기 전까지 잘 먹으란 얘기만 내내했다. 종혀니도 딱히 대꾸할 말이 없는지 네, 네만 하는 데에도 그냥 계속 그랬다... 짠내 났지?ㅠㅠ 그래도 그게 누나 맘이야.... 백번이고 천번이고 지금 충분히 멋있고 예쁘다고 말해줄 수 있어. 종현아, 살빼지마...ㅠㅠ굶지마ㅠㅠ

 

 민수는... 앉아있을 때도 그냥 계속 민수한테만 눈이 갔다ㅠㅠ 오늘 청순한 듯 이쁜 듯 멋있는 듯 혼자 다해서... 아, 왜 이렇게 잘 생겼져...ㅠㅠ 컨디션도 기분도 좋아보여서 나도 좋았다. 선물할 책을 꺼내놓으니까 모렐의 발명을 보고 어려워 보인다고, 못 읽을 것 같다고 이실 직고ㅋㅋㅋㅋㅋㅋ 얼른 시집을 보여주니까 아, 이건 읽을 수 있다고ㅋㅋㅋㅋㅋㅋㅋ귀요미 오늘은 말도 이쁘고 착하게 하더라. 손 잡는데 설렜다. 남자 손 얼마 만에 잡아보져... 쇼케이스 때 잡은 ㅌㅌ 손 이후로 첨이네여... 크고 따뜻했던 민수 손ㅠㅠ 표현은 서툴지만 그 따뜻함이 너라고 믿을게. 쇼케이스 때는 금방 잊었던 그 감촉이 지금은 생생하다. 내가 아는 민수는 이렇게 따뜻하고 귀여운 사람이다. 이건 내가 만든 민수의 판타지가 아니라 그냥 민수 그 자체다...ㅠㅠ

 

 민수에게 맘이 폭발하고 왔다.....ㅠㅠ 걸린 현수막 당첨된 팬에게 이걸 어디 거냐고 걸 데 없겠다고 밖에다 걸어놓으시란 관심과 농담도 너무 민수다워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나 민수 정말 좋아하나봐. 어쩌면 좋지...ㅠㅠ

 

 

 잔뜩 부풀었다가 가라앉아서 집으로 향하는 길은 허무했다. 그 앞에서 바로 버스타면 15분 만에 갈 수 있는데, 부러 종점까지 더 걸어올라가 마음을 정리하는 수고를 했다. 망상병자가 되기 전에 연애를 해야할까도 심각하게 고민하고?^_TTTTTTTTTTT

 

 수니 안수니 잘 섞여 있는 대학친구 카톡방에서 망상병을 뽐내며 민수랑 결혼해야 될 것 같다고 결혼하고 싶다고 주접을 떨었다. 친구들이 그 결혼을 반대하고 나서며, 난 병헌이와 더 어울린다고 말해줬다. 민수야, 너 너도 모르는 사이에 내 친구들에 의해 거절 당했어...ㅋ

 

 

 

 

 

 기회가 닿으면 또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나는 공방, 행사가 더 좋다^_TTTTTTTT 손 잡아보고, 하고 싶은 얘길 직접할 수 있는 기회도 소중하지만, 그래도 너희 무대보는 게 더 재미써...

+ Recent posts